현충일 헌시
[묵념의 시간] 오전 열 시, 도시엔 소음이 잦아들고, 사이렌이 기억을 소환한다. 차가 멈추고, 발걸음도 멈춘다. 고개가 숙여지고, 가슴엔 조용히 파도가 일렁인다. 짧은 침묵 속,그리운 이들의 이름이 피어오른다. 눈부셨던 젊음, 서늘한 산등성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저녁. 피로 얼룩진 태극기가관을 덮었고, 눈물로 접힌 편지 한 장,어머니의 가슴엔 아직도진주처럼 알알이 박혀 있다. 자유는 저절로 피어난 꽃이 아니다. 그들의 이름은 무명으로, 때론 무덤도 없이 바람처럼 흩어졌고, 6월의 햇살처럼 우리 곁에 남았다. 오늘 하루,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 기억은 의무가 아니라 산 사람이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예의이기에. 그대들의 희생 위에 우리는 내일을 쓴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
2025. 6. 6.
태초의 빛, 삼신(三神)과 창조의 원리 ‘이신사(理神事)’
우리가 존재하는 이 광활한 우주는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고대 동방의 현자들은 그 답을 ‘한줄기 빛’, 즉 대광명에서 찾았다. 신라의 고승 표훈(表訓)이 기록한 「표훈천사(表訓天詞)」에 따르면, 태초(大始)에 이 세상은 암흑 없이 오직 한 줄기 광명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빛 가운데 ‘문득(却)’ 삼신(三神)이 계셨으니, 이분이 곧 우주를 통치하시는 일신, 즉 한분 상제님(一上帝)이시라고 하였다. [삼신오제본기 보기 클릭]하나의 빛, 세 가지 손길 – 삼신(三神)의 신비삼신은 한 분이시되, 그 작용은 셋으로 나뉜다. 이는 마치 태양이 하나이되 햇살, 따스함, 생명력이라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과 같다. 삼신은 이 세 가지 손길, 즉 조화(造化)로 만물을 빚어내고, 교화(敎化)..
2025. 5. 28.
ChatGPT와 나눈 유발 하라리 뒷담화-1
나의 말: 유발하라리가 주장하는 명상을 통한 이야기 없음의 추구란 게 무슨 의미이지?ChatGPT의 말:좋은 질문입니다. 하라리가 말하는 ‘이야기 없음(Storylessness)’의 추구는, 그가 자주 주장해 온 **‘모든 인간 경험과 정체성은 이야기 위에 세워진 허구’**라는 세계관과 연결됩니다.하라리는 인간의 문화, 종교, 국가, 법, 돈, 심지어 자아의식마저도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문화적, 진화적 과정에서 만들어진 허구적 이야기라고 주장합니다.그 이야기들은 생존, 협력, 동기 부여를 위해 유용했지만,결국 절대적 실재는 아니다라고 보는 입장입니다.그렇다면 진짜 실재는 무엇인가?하라리는 불교 명상을 배우며 **‘자아마저도 허구’**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명상을 통해 끊임없이 마음에 ..
2025. 5. 11.
호모 데우스, 과연 인류 미래의 초상인가?
유발 하라리가 제시한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미래상은 우리 시대가 마주한 가장 첨예하고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스스로를 개량하여 사실상 신과 같은 존재가 되리라는 그의 예측은, 과거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가능성을 현실의 문턱으로 이끌어왔다. 기아, 질병, 전쟁과 같은 인류 역사의 오랜 숙적들을 기술 발전으로 상당 부분 극복한 인류는 이제 불멸, 행복, 그리고 신성(神性)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다음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듯 보인다.하라리는 현재 인류가 핵전쟁, 기후 변화, 그리고 기술 혁신에 따른 파괴라는 세 가지 중대한 문제에 직면했으며, 그중에서도 기술 혁신, 특히 AI의 발전이 가장 결정적인 변수라고 진단한다. 인간을 모든 면에서 능가할 가능성..
2025.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