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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정보/역사 칼럼

좁쌀 하나로 가마솥을 부정하는 논리의 허구

by 광명인 2025. 12. 23.

박종인의 '옥진총담玉眞叢談' 공격, 그 치명적 오류

박종인이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위서僞書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명확하다. 1520년에 쓰였다는 『태백일사太白逸史』에 1924년 신채호 신문 기사의 "옥진총담玉眞叢談"이라는 문헌명이 나온다는 것이다. 1520년 책에 1924년 내용이 들어있을 수 없으므로 『태백일사』는 20세기 창작물이고, 따라서 『환단고기』 전체가 가짜라는 주장이다. 시간적 모순을 근거로 한 이 논리는 언뜻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태백일사』 전체를 읽어보지도 않고, 단 하나의 의심스러운 인용으로 방대한 문헌 전체를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학술적 검증이 아니라 마녀사냥에 가깝다. (아래 내용은 좁쌀 박종인의 유튜브 내용을 반박하는 글입니다.)

태백일사는 얼마나 방대한 책인가

박종인이 문제 삼은 "옥진총담"이 등장하는 『태백일사』는 도대체 어떤 책인가. 이 책은 8개의 본기本紀로 구성된 방대한 역사서다. 삼신오제본기三神五帝本紀에서 우주 창조의 철학을 다루고, 환국본기桓國本紀신시본기神市本紀에서 고대 한민족의 국가 역사와 정통성, 그리고 건국정신을 기록하며, 삼한관경본기三韓管境本紀에서 삼한관경제로 통치된 고조선의 강역을 설명하고, 소도경전본훈蘇塗經典本訓에서 고대 사상과 문화를 정리한다. 이어서 고구려국본기高句麗國本紀, 대진국본기大震國本紀, 고려국본기高麗國本紀에서 각 시대의 역사를 서술한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이 방대한 내용 중에서 "옥진총담"은 소도경전본훈의 한 장에서 가림토加臨多 문자를 설명하는 과정에 단 한두 문장으로 등장할 뿐이다.

소도경전본훈만 해도 1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발귀리發貴理 선인의 송가로 시작하여 오행치수법五行治水法, 『천부경天符經의 유래, 삼황내문三皇內文, 『삼일신고三一神誥』, 신지비사神誌秘詞, 문자의 기원, 삼신三神 철학, 가림토 문자, 민족 음악, 신교神敎 예법, 참전계경參佺戒經까지 다룬다. 이 중 9장 "한글의 원형 가림토와 후세의 자취"에서 가림토 문자의 여러 사례 중 하나로 "옥진총담"이 짧게 언급된다. 전체의 0.1%도 안 되는 이 짧은 인용을 가지고 박종인은 『태백일사』 전체, 나아가 『환단고기』 전체를 위서라고 단정한다. [소도경전 본훈 전문 보기 클릭]

하나의 오류로 전체를 부정할 수 있는가

이것은 마치 『사기史記』 130편 중 1편에서 의심스러운 기록을 하나 발견하고 "따라서 『사기』 전체가 위서이며 사마천은 사기꾼"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혹은 『삼국사기三國史記』 50권 중 1개 기사에 오류가 있으니 "『삼국사기』 전체가 가짜이고 김부식은 조작범"이라고 몰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논리가 학술적으로 타당할까? 역사서에는 원본과 후대 가필加筆이 섞여 있고, 편찬 과정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시기의 기록들이 한 책에 모일 수 있다. 그래서 문헌학에서는 의심스러운 부분과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하고, 층위를 분석하며, 다른 사료와 교차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박종인의 논리는 이러한 학술적 방법론을 완전히 무시한다. 하나의 의심스러운 인용이 발견되었다면, 그것이 원본에 있었는지 후대에 추가되었는지, 편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인지, 아니면 다른 문헌을 잘못 인용한 것인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99.9%의 내용은 어떠한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박종인은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하나의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니 곧바로 "전체가 가짜"라는 결론으로 비약한다.

태백일사에 소개되는 가림토에 관한 내용, 문제의 옥진총담이 기록됨

옥진총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설명 가능한가

박종인이 제기한 "옥진총담" 문제는 실제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것을 회피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문제에는 여러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첫 번째 가능성은 원 저자인 일십당 이맥一十堂 李陌실제로 "옥진총담"이라는 문헌을 참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520년 당시에는 존재했으나 현재 전해지지 않는 문헌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만 해도 "모 책을 보니"라고 언급된 후 현재는 찾을 수 없는 문헌이 수없이 많다. 신채호가 1924년 기사에서 "옥진총담"을 언급했다고 해서, 그 문헌이 1924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채호도 어디선가 그 이름을 본 것일 수 있고, 이맥 역시 같은 문헌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전하지 않는 문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두 번째 가능성은 후대 가필이다. 1911년 운초 계연수桂延壽가 편찬하거나 1979년 해학 이기海鶴 李沂의 제자 이유립李裕岦이 출간하는 과정에서 주석註釋이나 부연 설명이 추가되었을 수 있다. 고전을 편찬할 때 편찬자가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석을 달거나, 관련 자료를 덧붙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태백전서李太白全書 옥진총담에는..."이라는 구절이 이맥의 원문이 아니라 계연수나 이유립이 개인적으로 추가한 내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해당 부분만 문제가 되는 것이지, 이맥의 원문이나 『태백일사』 전체가 위작僞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가능성은 문헌명의 착오다. 이맥이 실제로 본 문헌이 있었으나, 그 문헌명을 잘못 기재했거나, 후대 전사轉寫 과정에서 문헌명이 바뀌었을 수 있다. 『금고기관今古奇觀』이나 다른 중국 문헌을 참고하면서 문헌명이 혼동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류의 착오는 고전 필사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가능성 중 어느 것이 사실이든, 그것이 『태백일사』 전체를 20세기 창작물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박종인은 이 문제를 발견하고 곧바로 "전체가 가짜"라는 결론으로 비약했지만, 학술적으로는 해당 부분에 대한 층위 분석과 나머지 내용에 대한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천부경 상경

박종인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

"옥진총담" 문제를 인정한다고 해도, 『태백일사』에는 박종인이 전혀 설명하지 못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먼저 『천부경』 81자를 보자.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석삼극 무진본析三極 無盡本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天一一 地一二 人一三..." 이 우주론적 사유 체계를 1970년대 이유립이 창작했다는 것인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사상과 수리數理 철학을 담은 이 심오한 경전을 한 개인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삼일신고』는 천부경과 일관된 논리를 바탕으로 더욱 체계적이다. 366자로 구성된 이 경전은 허공虛空(우주의 본질), 일신一神(우주의 주재자), 천궁天宮(조화의 처소), 세계世界(인류의 무대), 인물人物(삼진三眞의 회복)이라는 5장으로 완결된 우주론과 인간론을 제시한다. "너희는 무수히 널려 있는 저 별들을 보아라. 상제님께서 뭇 세계를 지으시고, 그 중에 태양 세계를 맡은 사자에게 명령을 내려 700 세계를 거느리게 하셨으니..." 이런 장엄한 우주 비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가림토 38자는 어떤가? 자음과 모음이 구분되고 음운론적 체계를 갖춘 이 문자를 누가 창작했는지 박종인은 설명하지 못한다. 구물단군九勿檀君의 구서지회九誓之會도 마찬가지다. 효자순예孝慈順禮, 우목인서友睦仁恕, 신실성근信實誠勤, 충의기절忠義氣節, 손양공근遜讓恭謹, 명지달견明知達見, 용담무협勇膽武俠, 염직결청廉直潔淸, 그리고 의정義正에 이르는 9대 윤리 강령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이 20세기에 조작했다는 주장이 "옥진총담" 한 구절의 문제로 자동으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옥진총담은 유일한 근거도 아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옥진총담"이 가림토 문자를 뒷받침하는 유일한 근거도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장에서 『태백일사』는 여러 근거를 제시한다. 『단군세기檀君世紀』에는 "가륵단군嘉勒檀君 3세 2년에 삼랑 을보륵乙普勒이 정음正音 38자를 지어 가림다加臨多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 헌강왕憲康王 12년 조에는 대진국大震國 사람이 편목片木을 나무에 걸어놓은 기록이 나온다. 고려 광종光宗 때 장유張儒가 거문고에 새겨진 한송정곡寒松亭曲을 해석한 이야기도 있다. 남해현南海縣 낭하리琅河里 바위에 새겨진 고대 글자의 실존도 언급된다.

옥진총담은 이러한 여러 사례 중 하나로 짧게 언급되었을 뿐이다. 설령 이 한 구절이 문제가 있다고 해도, 다른 근거들까지 자동으로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박종인은 왜 다른 근거들은 언급하지 않는가? 왜 하나만 골라서 전체를 공격하는가? 이것은 선택적 편집이고, 학술적 태도가 아니다.

매년 꾸준히 이어지는 세계환단학회 학술대회

학술적 검증은 이렇게 해야 한다

『환단고기』를 제대로 검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옥진총담" 문제는 별도로 해명하되, 그것만으로 전체를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해당 구절이 원본인지 후대 가필인지, 편찬 과정의 오류인지, 문헌명 착오인지를 먼저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내용들에 대해서는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천부경』과 『삼일신고』가 담고 있는 우주론과 인간론을 분석하고, 이것이 다른 고대 철학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비교해야 한다. 역사적 기록은 중국 사서와 대조하고, 고고학적 발굴 결과와 비교하며, 지리적 정보를 검증해야 한다. 음악, 예법, 제도 같은 문화사적 내용은 민속학적 연구와 비교문화적 접근으로 검토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부분은 별도로 검증하되, 그것이 전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원본과 후대 가필을 구분하고, 각 층위를 분석하며, 교차 검증을 거쳐야 한다. 박종인은 이 중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전체 내용을 검토하지 않았고, 철학적 체계를 분석하지 않았으며, 역사적 기록을 교차 검증하지 않았고, 층위 분석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하나의 의심스러운 인용을 발견하고 "전체가 가짜"라고 외쳤을 뿐이다.

환단고기를 소개한 한암당 이유립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결국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옥진총담" 한 구절의 문제로 인해, 한 사람이 1970년대에 완결된 우주론인 『천부경』을 창작하고, 체계적 인간론인 『삼일신고』를 지어내며, 독자적 문자 체계인 가림토 38자를 만들어내고, 역사와 철학과 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내용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자동으로 증명되는가?

박종인의 논리대로라면 이유립은 천재적인 철학자이자 역사가이고, 언어학자이며, 문화인류학자여야 한다. 그가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창작했다는 주장은, "옥진총담" 한 구절의 문제보다 훨씬 더 많은 증명을 필요로 한다.

좁쌀로 가마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옥진총담" 문제를 인정하자. 이것은 해명이 필요하다. 원 저자가 참고한 문헌이 소실되었을 수도 있고, 후대 편찬 과정에서 가필되었을 수도 있으며, 문헌명의 착오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든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이 한 구절의 문제로 『천부경』이 가짜가 되지는 않는다. 『삼일신고』가 위작이 되지 않는다. 가림토가 조작이 되지 않는다. 역사 기록이 거짓이 되지 않는다. 각각은 독립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하나의 의심스러운 인용으로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부정될 수는 없다.

박종인의 논리는 좁쌀 하나로 가마솥을 부정하는 것이다. 가마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가마솥 전체를 살펴봐야 안다. 가마솥 바닥에 묻은 좁쌀 하나가 의심스럽다고 해서 가마솥 전체가 가짜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좁쌀이 어디서 왔는지 밝히는 동시에, 가마솥 자체의 진위도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환단고기』의 진위 논쟁은 이제 시작이다. "옥진총담" 문제는 해명하되, 전체 내용은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철학적 체계를 분석하고, 역사적 기록을 교차 검증하며, 문화사적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부분은 별도로 검토하되, 그것을 이유로 검증조차 하지 않고 전체를 매장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환단고기』를 대하는 학술적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