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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환단고기 해제 등

성명정-인간 몸 속에 깃든 삼신의 조화 대광명

by 광명인 2024. 5. 28.

[도가에서는 정精·기氣·신神을 3가지 보배로 여기며, 정·기·신으로 수행의 원리를 설명한다. 정·기·신은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서로 기르고 협동하는데, 정과 기는 서로 길러 준다. 그리고 정기精氣의 상호 작용에 따라서 발휘되는 것이 신神이다. 따라서 정기精氣가 충실한 사람은 신神의 기능도 왕성하지만, 정기가 부족한 사람은 신의 기능도 부실한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수행 생활이란 음식을 적절하게 섭취하여 정精을 잘 기르고 휴식과 운동, 잠을 절도 있게 하여 기氣를 보존하며, 정신[神]을 산란하게 하지 않고 하나로 통일 시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기·신 수행법의 원형이 배달국의 삼일신고를 바탕으로 제시된 한민족의 삼신수행법이다. 성명정(性命精 ), 심기신(心氣身), 감식촉(感息觸)을 바탕으로 정리된 삼신수행법은 너무도 명쾌하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심오한 신교의 철학을 담고 있다. 수행을 올바로 하기위해서는 수행의 기본원리를 알고 해야하는데, 그 기본원리가 명쾌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이 삼일신고의 인물장이다. 그 내용의 핵심은 지감, 조식, 금촉을 통해 삼신으로 부터 부여받은 3가지 참된 것, 즉 성性·명命·정精 삼진三眞을 온전히 해서 도道를 이루는 것이다. (삼일신고 원문보기)

진리를 깨치고 삼신의 신성을 내 몸에서 발현시켜 무병장수하는 삶은 모두 마음[心]과 기[氣]와 몸[身]을 잘 다스리는 데에 달려 있다. 그런데 심기신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감각적 차원’에서 작용하는 것이 감感 · 식息 · 촉觸을 잘 알고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감은 느끼는 것, 식은 호흡하는 것, 촉은 접촉을 말한다. 창생들은 대부분 감식촉에 끌려 타고난 기질대로 살다가 생을 마친다. 그러나 철인들은 일상 생활에서 감정을 다스리는 ‘지감止感’, 호흡을 고르게 하는 ‘조식調息’, 촉감을 금하는 ‘금촉禁觸’을 통해 심기신(心氣身)을 잘 다스려, 궁극에는 식신을 잠재우고 원신을 발현시켜 삼신의 조화 세계에 들어간다. 그래서 지감, 조식, 금촉이 수행의 3대 요체인 것이다. 

따라서 한민족 전통 수행법은 먼저 인간의 본성과 마음과 정서의 작용을 성명정, 심기신, 감식촉의 아홉 가지 작용을 통해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이후 감식촉의 정서 순화를 통해 심기신의 평화와 중용을 성취하여 천지의 중도 심법을 득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그렇게 하여 태일 인간이 되면 내 마음과 우주가 일심동체一心同體되어 파노라마치는 절대순수의 일심一心 조화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태일 인간은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 속에서 영원불멸의 우주적 삶을 살게 된다. 한마디로 신령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1) 삼신이 내려와 삼진으로 깃들다 

『환단고기』는 “하늘에는 삼신三神, 땅에는 삼한三韓, 인간 몸 속에는 삼진三眞이 있다”라고 선언한다. 인간의 삼진이란 무엇이며, 이것은 우리 몸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조물주의 조화손길, 삼신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생긴 ‘세 가지 참된 것’이 곧 삼진이다. 조화신 · 교화신 · 치화신이라는 삼신이 들어와 성性 · 명命 · 정精 삼진이 된다.
 
만물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조화신은 내 몸에 들어와 내 미음의 뿌리 자리, 성性이 되어 자리를 잡는다. 이처럼 성이 내재하기 때문에 마음을 자유롭게 쓰면서 삶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다. 만물을 양육하는 교화신은 나의 명命, 순 우리말로 목숨이 된다. 이 명을 영어로는 lifespan(수명)으로 흔히 이야기하지만, 여기서의 명은 삼신의 영원한 생명, 수명 그리고 삼신상제님의 천명사상까지도 포괄한다.
 
만물의 생명 질서를 다스리고 바로잡는 우주의 치화신은 내 몸에 들어와 나의 정精이 된다. 내 몸 속에서 삼신의 마음과 생명이 발동되는 것은 결국 내가 가진 정의 생명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내 속에 깃들어 있는 삼신 하나님의 마음을 닦고, 내 속에 있는 삼신 하나님의 영원무궁한 생명을 키우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오직 정을 잘 지키고 가꾸는 것’에 달려 있다.
 
정精은 내 몸의 생명의 진액이다. 우리 몸의 오장육부에서는 신장의 수기水氣가 바로 정의 근원이 된다. 호르몬 작용, 생리 작용, 의식 작용, 사물에 대한 인식 등 인간 삶의 모든 활동 에너지가 신장 수기에서 나온다. 그래서 신수賢水가 약해지고 고갈되면 몸의 기능이 총체적으로 약해지고 정신 기능이 무너지기까지 하는 것이다인간의 단명短命과 천 가지 만 가지 병이 ‘신수賢水 고갈’에서 비롯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조화신이 내 몸에 들어와 성이 되고, 교화신이 들어와 명이 되고, 치화신이 들어와 정이 된다. 이 말은 내 몸 속에 삼신 하나님의 신성과 생명이 온전히 다 들어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살아 있는 대우주 자체요 신인 것이다. 이것이 삼신문화가 인간의 위대함에 대해 전해 주는 깨달음의 한 소식이다.
 
2) 삼진은 진리 체험의 삼관으로 작용한다 

성명정 삼진은 인간이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 그 해답을 말해 준다. 진리를 성취한 인간이 되고자 할 때 삼진은 우리에게 삼관三關으로 작용한다(삼신오제본기, 소도경전본훈). 

관關이란 무엇인가? 여행을 할 때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있다. 그렇듯 성명정을 지키는 것이 자신에 내주한 삼신의 생명과 신성을 온전히 지켜 진리를 성취한 인간[太一]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선가와 불가의 수행자들이 삼관을 굳게 지키지 못하여 마음에 한순간의 빈틈이 생기면, 바로 그 순간 천지에 가득 찬 마魔가 범하여 그동안 쌓은 수행의 공력을 허물어 버린다. 수도승이 깎아지른 절벽 위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3) 심·기·신 삼망三妄의 작용

『환단고기』는 인간의 본질을 삼진으로 정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삼진三眞의 구체적인 작용 과정을 이야기한다(태백일사의 삼신오제본기 참조). 이것이 인류의 시원 문화와 창세 역사 한가운데에 있었던 ‘삼신문화의 매력’ 이다. 그리고 그 삼신 문화의 핵심을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 주는 데에 『환단고기』의 위대함이 있다. 

삼진은 육신을 뒤집어쓰면서 심心 · 기氣 · 신身이라는 ‘삼망三妄’으로 운용된다. 인간의 마음과 기와 몸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세 가지 허망한것[三妄]’이라 불린다. 하지만 삼망은 바로 삼진이 인간의 하루 생활을 통해서 발현된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이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삼망은 나로 하여금 학문을 닦고 진리를 추구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진리를 깨침으로써 삼신의 신성을 내 몸에서 발현시켜 우주적인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한다. 또한 삼망은 가정을 이루고 출세를 하는 등 나의 현실적 삶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한다. 

사람이 방을 보금자리 삼아 쉬듯이, 평화롭고 행복한 삶, 진리를 깨치고 삼신의 신성을 내 몸에서 발현시켜 무병장수하는 삶은 모두 마음[心]과 기[氣]와 몸[身]을 잘 다스리는 데에 달려 있다. 그래서 삼망을 달리 삼방三房이라 부른다. 

삼신이 우리 몸 속에서 그대로 화化한 것이 곧 성명정 삼진이고, 그 삼진이 우리 몸에서 작동될 때 심기신 삼망으로 발현된다. 삼진과 삼망은 이처럼 체용 관계에 있다. 인간에 내재된 삼신의 본성[性]이 마음[心]으로 작동하고, 인간의 목숨[命]은 기[氣]로 발현되고, 정[精]은 몸[身]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4) 감·식·촉 삼도三途의 작용 

심기신이 사물과 접해서 좀 더 ‘감각적 차원’ 에서 작용하는 것이 감感 · 식息 · 촉觸 삼도三途이다. 감은 느끼는 것, 식은 호흡하는 것, 촉은 접촉을 말한다. 인간의 마음은 감정으로써 표현되고, 기는 호흡을 통해서 작동되고, 몸은 촉감을 통해서 느끼게 되기 때문에 감식촉은 세 가지 길이다. 이 삼도는 ‘신의 조화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세 문’, 즉 삼문三門이 된다.
 
창생들은 대부분 감식촉에 끌려 타고난 기질대로 살다가 생을 마친다. 그러나 삼신의 도를 아는 철인들은 일상 생활에서 감정을 다스리는 ‘지감止感’, 호흡을 고르게 하는 ‘조식調息’, 촉감을 금하는 ‘금촉禁觸’ 으로써 삼도를 잘 다스려, 궁극에는 자기 안에 내재된 조물주 삼신을 발현시켜 삼신의 조화 세계에 들어간다. 그래서 지감, 조식, 금촉은 수행의 3대 요체이다. 신라 시대에 불교의 대중화에 힘쓴 원효대사나 화엄종을 확립한 의상대사도 이를 수행의 대의로 삼았다고 한다. 그들은 바로 삼신문화의 수행 원리 도를 닦았던 것이다.
 
신교의 수행 문화는 궁극적으로 성명정 삼진을 회복함으로써 천지와 더불어 영원히 사는 우주적인 인간, 즉 태일의 인간이 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성취되는가?
 
한민족 전통 수행은 먼저 인간의 본성과 마음과 정서의 작용을 삼진, 삼망, 삼도의 아홉 가지를 통해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연후에 감식촉의 정서를 순화하여 심기신의 평화와 중용을 성취하여 천지의 중도 심법으로 자기를 승화시키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그럼으로써 우주 삼신의 조화경계인 성명정이 열리게 되어 태일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삼진, 삼망, 삼도를 서양 철학으로 말하자면, 생명의 동력원인 성명정은 ‘순수 이성’의 경계이고, 감식촉은 인간이 몸을 가지고 사물을 직접 체험하는 ‘경험주의’의 경계이다. 다시 말해서 성명정 삼관은 추상적인 순수이성, 직관의 세계이고, 감식촉 삼문은 감각을 통해서 온 몸으로 사물을 체험하는 경혐의 세계이다.
 
심기신 삼방은 삼관과 삼문, 이두가지를 통합하는 자리이다. 이것을 유가에서 심통성정心統性情, '마음이 성과 정을 통괄한다’ 고 표현한 것이다. 결국 성명정, 심기신, 감식촉, 이 아흡 가지의 유기적인 작용을 통해 인간의 몸 속에서 이성주의와 경험주의의 통합이 이루어진다. 신교 원형 문화의 인성론에 서양 철학을 뒤어넘는 진리의 한 소식이 들어 있는 것이다.

태일인간은 빛으로 가득찬 광명한 인간

5) 동양 인성론의 결론, ‘태일 인간’ 

삼진 가운데 성性은 조화신造化神이 내 안에서 발현하는 자리로서 인간 마음의 본체[心體]이다. 이러한 성은 대우주의 시공간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언제나 현재의 차원에 머무는 조화 세계이다. 성性은 시공간의 구별이 없는 무극의 경계이다. 

성性[삼진]이 심心[삼망]의 경계로 열리면 여기에서 시간과 공간의 세계가 벌어진다. 물리적 시공간은 현실적인 기氣에 의해 펼쳐지지만 인간의 성性이 열려 심心의 경계에 이르면 거기에서 시간과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환단고기』는 삼신에 대한 깨달음을 시간과 공간의 본질 차원에서 이렇게 거론한다.
삼신의 깨달음을 체험하는 바에는 그 깨달음의 특정 시간이 있고, 삼신에 대한 깨달음의 경지가 펼쳐지는 곳은 그 특정 공간이 있으니, 인간은 이러한 시간과 공간에서 존재한다(태백일사의 삼신오제본기). 

시공의 근원이 되는 조화신의 성性 자리에 시공간의 구성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 성에 내재된 시공간의 구성 원리는 곧 이理 ‘우주(자연)의 변화 법칙’ 이다. 때문에 자연의 변화 법칙을 깨닫는 것이 곧 성性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며 마음[心]의 문을 활짝 여는 지름길이다. 

고전과학에서는 뉴턴의 주장대로 시간은 절대 시간으로, 공간은 절대 공간으로 존재한다고 말해 왔다. 그 고정관념을 깨트린 인물이 근대 인식론의 주창자인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 1804)이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는 틀이 인간의 내면세계에 있다’고 하였다. 인간의 뇌에는 이미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이 갖춰져 있어서 그것을 통해 외부 세계를 보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칸트의 말대로 인간에게는 시공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리가 원래 내재한다. 칸트의 사상에는『환단고기』가 밝히는 시공간론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그렇다면 태일 인간이 되고 나면, 우주의 시공간은 어떻게 인식되는가?
 
천지의 꿈을 성취한 태일 인간이 되면 내 마음과 우주가 일심동체一心同體되어 파노라마치는 절대순수의 일심一心 조화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그리하여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의 틀이 바뀌게 된다. 이러한 태일 인간은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 속에서 영원불멸의 우주적 삶을 살게 된다. 한마디로 신령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태일 인간은 순수 감성 세계와 순수 이성 세계의 통합이 성취된 존재로 대자연의 참마음을 온 몸으로 체득하여 삼신의 조화세계를 깨닫고 광명의 삶을 살아간다.
 
지금까지 살펴 본 성명정, 심기신, 감식촉 이 아홉 개의 마음의 인식 구성 원리는 인간이 어떻게 피조물이 아닌 조물주의 위격에 가깝게 되는가, 즉 어떻게 태일의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밝혀 주는 요체인 것이다.


[정精·기氣·신神]

옛 사람들은 정精 · 기氣 · 신神을 삼보三寶라 하였다. 정精은 후천적으로 음식물의 정미精微한 것에서 얻는 물질로서 인체 활동의 물질적인 기초가 된다. 기氣는 음식물의 정기가 하늘 기운과  합쳐져서 생리 작용의 추동력推動力을 발휘하는 주요한 물질이다. 신神은 정精과 기氣의 협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인체의 정신적인 사유의식思惟意識을 통괄한다. 

정 · 기 · 신 삼자三者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는 ‘정’에서 생산되며, ‘정’ 또한 ‘기’에 의하여 생산된다. 이와 같이 정과 기는 서로 길러 준다. 정기의 상호 협동 작용에 따라서 발휘되는 것이 신神이다. 그러므로 정기精氣가 충실한 사람은 신神의 기능도 왕성하지만, 반대로 정기가 부족한 사람은 신도 왕성하지 못하다. 

이와 같은 관계를 한의학에서는 “정기충일자신자왕精氣充溢者神自旺, 신불성자정기부족神不盛者精氣不足”이라 하였다. 과도하게 정을 손상하면 기의 생산이 저하되고, 기의 손상은 또한 정의 발생을 저하시킴과 동시에 신의 기능도 활발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과도한 정신 활동으로 인하여 ‘신’이 손상되면 정과 기에도 영향을 미쳐 형체마저 쇠약해진다. 

이처럼 정 ·기 ·신은 서로 기르며 협동하는 것으로, 본래 체體와 용用의 순환 운동으로 하나를 이룬다. 음식물을 섭취하여 그 정미精微한 것이 정精이 되고, 정이 다시 기氣로 화化하고, 이것이 후천 통일 운동을 해서 신神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을 적절하게 섭취하여 정精을 잘 기르고 휴식과 운동, 잠을 절도 있게 하여 기氣를 보존하며, 정신을 산란하게 하지 않고 하나로 통일 시키는 수도修道 생활이야말로 생명체를 보존하는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 

우리는 수행을 통하여 정 · 기 · 신을 정화함으로써 궁극적인 영적靈的 개벽을 하여 도道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환단고기의 도가사관道家史觀의 본질은 바로 삼신인간 정신精神을 굳게 뭉쳐 영생의 길로 인도하는 것을 관건으로 한다. 

출처: 안경전 환단고기 역주본 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