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를 통해 한민족의 고대 원형문화와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면서 한국사에서 느끼는 가장 아쉬운 점은, 우리가 천자문화를 망실했다는 것이다. 고려말 원나라의 침략으로 천자문화가 상실되었고, 이씨 조선에 들어와 중국에 천자국의 지위를 넘겨주면서 민족의 혼은 어둠속에 갇혀 버렸다. 조선이 망한 후 한국사는 일제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으며, 광복후 근 80여 년이 지난 아직까지 그 상처를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복원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천자문화라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이 천자문화를 회복해서 천자국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면, 외래 종교나 외래 사상에 혼을 빼놓지도 않을 것이며, 한민족은 그 위대한 홍익인간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도덕을 갖춘 진정한 천자국으로서의 지위도 되찾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만이 현재와 같이 힘을 위주로한 부도덕하고 혼란스러운 국제정치질서를 바로 잡는 유일한 길임을 느낀다. 이에 대해 미중의 눈치나 보는 작금의 국제정치 상황에서 무슨 말도 안되는 망상이냐고 비웃을 이도 있겠지만, 이것은 단순한 나의 망상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매우 치밀하게 계획되어 아주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한민족의 미래임을 명확히 고하는 바이다.
인간의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만큼 의식이 확장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리라. 비록 안전하고 탄탄한 희망의 길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에겐 그 길은 없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고 한민족의 신교문화와 천자문화 그리고 수행문화 대해 깊이 알아보라. 그 속에서 진정한 희망과 성공의 씨앗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897년 정유, 대한제국의 하늘 문이 열리다]
19세기에 조선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외세에 의해 국력이 급격히 쇠약해졌다.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변하면서, 후천개벽과 시천주 시대를 열망한 동학혁명東學革命은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무참히 패망하고 말았다. 이어 인류 역사에 없을 명성明成 황후 시해 사건이 벌어지면서 나라는 망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때 본연의 역사 정신의 푯대를 세워 천자국의 황통皇統을 회복하려는 마지막 시도가 있었다. 조선의 실질적인 마지막 임금 고종高宗은 붉은 닭이 소리치는 1897년 정유丁酉년 10월 12일 천자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국호를 ‘조선朝鮮’에서 ‘대한大韓’으로 바꾸고, 스스로 제후국으로 격하하면서 모화慕華 사대주의에 빠진 나약한 역사의식을 회복하기 위해 천자국天子國, 제국帝國을 선포하고 ‘광무光武’라는 연호를 사용하는 칭제건원稱帝建元을 단행하였다. 그는 조선 초기까지 하늘에 제사 지내던 환구단圜丘壇(원구단)을 제천단으로 중수하고 천상의 상제님께 한민족의 전통인 천자 등극을 고하는 천제를 올렸다. 고종 황제는 우리 대한이 천상의 통치자이신 상제님의 천명을 받드는 천자국임을 세계만방에 선포한 것이다.
[우리는 본래 천자국天子國]
기울어져 가는 국운을 되살리기 위해 몸부림친 고종 황제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기원한 대상은 누구인가? 오직 하늘의 아들로 만백성을 다스리는 천자天子만이 드릴 수 있는 천제天祭를 올리며 제국帝國으로 새로운 희망의 발걸음을 걸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우리가 천제를 올릴 수 있는 민족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의 통치자만이 황제皇帝로 불린다는 인식에 찌들어 있었다. 이는 고려 25세 충렬왕忠烈王(『환단고기』에 의하면 고려에서 올린 시호는 경효대왕景孝大王) 때 몽골의 지배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이전의 24세 원종元宗까지는 당당한 천자국으로서 나라를 이끌어 왔으나 몽골의 부마국이 되면서 호칭을 ‘왕王’으로 내려 부르게 되었다. 이후 조선 전기까지는 자주적 모습을 보였지만, 병자호란 이후 모화 사대주의에 찌들어 나약한 역사의식으로 300년 세월을 보내 왔다.
하지만 본래 우리는 천자국이다. 천자는 ‘천제지자天帝之子’의 줄임 말로 ‘하나님의 아들’, ‘우주의 주재자이자 천상의 통치자[천제天帝]이신 상제님의 아들’을 칭하는 말이다. 예로부터 천자가 다스리는 나라를 천자국이라 불러 왔고, 천자는 서양에서 말하는 ‘신의 아들(Son of God)’과 상통하며, 신교神敎를 신앙했던 동방 문화에서는 ‘국가의 통치자’를 의미했다. 천자는 본래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의 통치자로, 인간 세계를 대표하여 하늘(상제님)에게 제사를 올렸고, 제후諸侯들은 천자의 명을 받들어 사역했다.
이에 대해 후한 시대 채옹蔡邕(132~192)은 『독단獨斷』에서 천자 제도의 근원에 대해 “천자는 동이족 임금의 호칭이다. 하늘을 아버지, 땅을 어머니로 섬기는 까닭에 하늘의 아들이라 한다.(천자, 이적지소칭, 부천모지, 고칭천자; 天子, 夷狄之所稱, 父天母地, 故稱天子)”라고 하여 천자 제도가 동방족 문화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또한 유가에서 가장 이상적 성군으로 칭송해 온 순舜임금이 보위에 오를 때 태산에 올라 상제님께 봉선封禪을 올린 후 ‘동방의 천자’를 찾아가 조근朝覲하는 예를 올렸다. 이 내용이 『서경書經』에 “동순망질東巡望秩 사근동후肆覲東后”라고 기록되어 있다. “동쪽으로 순행하여 산천에 제를 지내고 마침내 동방의 임금을 알현하였다.”라는 뜻인데, 여기서 ‘근覲’이 중요하다. 이 글자의 의미는 ‘제후가 천자를 뵙는다.’, 즉 하현상下見上(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찾아뵙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한자 ‘見’은 뵈올 현見(알현謁見의 의미)으로 읽는다.
여기서 순임금이 알현했다고 하는 동방의 천자는 누구였을까? 바로 단군조선의 초대 단군인 단군왕검檀君王儉이시다. 적어도 순임금은 단군왕검보다는 아래 단계임을 알 수 있고, 실제 단군조朝의 제후였다. 후에 요堯임금 말엽부터 순임금 때까지 중원에 9년 홍수가 일어나 양쯔강 등이 크게 범람하는 위기에 빠지자, 단군왕검은 맏아들 부루扶婁 태자를 보내 순의 신하였던 우禹에게 산을 다스리고 물을 다스리는 비결을 전해 주었다. 우는 이를 바탕으로 치산치수에 성공하였으며, 그 공덕으로 하夏나라를 건국한다.
이때 부루 태자는 오행치수법 등 동양 문화의 근본정신이 담긴 금간옥첩金簡玉牒을 전해 주었는데, 이때부터 단군조선의 천자 문화가 중원으로 흘러 들어갔고, 이후 진시황秦始皇에 이르러 중국은 천자국을 자처하였다. 고대 중국을 천자국으로 묘사한 것은 모두 한漢나라 이후 중국 사가들에 의한 조작이며 윤색이다.
[삼신상제님의 가르침, 신교神敎]
신교의 의미
인류 문화의 도주국인 동방 한민족은 상제님 신앙의 본류인 신교神敎 문화의 본원처이기도 하다. 신교는 뿌리 역사의 생명이요 혼인 삼신상제님의 가르침이다. 이 신교는 단군조선 이전의 상고 시대, 즉 톈산天山산맥 동방을 중심으로 실존했던 환국 시대 이래 우리 조상들이 국교로 받들어 온 한민족의 생활 문화이다.
본래 신교라는 말은 『규원사화揆園史話』의 ‘이신설교以神設敎’에서 유래한다. 여기에는 ‘신으로 가르침을 베푼다.’, ‘신의 가르침을 받아 내린다.’, 즉 ‘성신(성령)의 가르침으로써 세상을 다스린다.’, ‘신을 모든 인간 생활의 중심으로 삼는다.’라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신神의 의미 - 원신(삼신)과 주신
신神은 우주 생명계의 중심에 살아 계신다. 인간은 온 우주에 대광명으로 충만한 신과 더불어 살아간다. 신은 조화요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그 본성이 빛(광명)이다. 결론을 말하면 하나님을 비롯한 모든 신은 일음일양一陰一陽의 도에 의해 자연을 낳은 근원 신인 원신元神과 자연을 다스리는 주신主神의 음양 구조로 존재한다.
원신은 만물 속에 실재하지만, 구체적인 얼굴이 없다. 형상은 없으나 순수 인격인 하나님의 영(성령聖靈)으로서 만물과 소통한다. 그래서 인간은 물론이요 풀과 돌멩이에 이르기까지 우주 만물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다. 천지 만물의 근원적 실재이므로 으뜸 원元 자를 써서 원신이라 하는 것이다. 이 원신은 우주 안의 질서를 3수로 구성하는 창조의 손길로 작용하여 동방에서는삼신三神으로 불리어 왔다.
한편 원신과 음양 짝으로 존재하는, 형체를 가진 인격신인 주신이 있다. 이 인격신에는, 먼저 끊임없이 천지가 순환하며 낳아 길러 내는 생성의 손길 속에 자리 잡은 모든 인간의 조상신祖上神이 있다. 우리가 흔히 ‘삼신할머니’라 말하는데, 여기에는 본래 삼신의 의미와 함께 자손 줄을 태워 주시는 조상신에 대한 뜻도 있다. 이런 인격적인 신의 세계는 지상의 인간보다 그 수가 훨씬 더 많은 다신多神의 세계로, 천상 인격신들 가운데 ‘최고의 유일신’이 계신다. 곧 조물주 삼신과 한 몸이 되어 천상 옥좌에서 천지 만물을 직접 통치하는 우주의 주재자요 모든 천상신의 주인이신 참 하나님으로서 삼신상제님이 계신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두 얼굴인 원신과 인격 주신을 음양 일체로 볼 수 있어야 비로소 신도 세계의 전모를 깨칠 수 있다.
우리가 상제님에 대해 낯설어하는 이유
여기에서 우리는 ‘상제上帝님’이라는 호칭이 낯설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상제님이란 그저 전설 속에나 나오는, 길고 흰 수염을 지니고 어떤 신성한 면모도 갖춘 듯한 막연한 존재 정도로만 인식이 되어 왔다. 그렇게 잘못된 의식의 굴레에 갇힌 채 그 실체에 대해서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소위 ‘상제님’을 바라보는 왜곡된 현실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역사의 오랜 문화와 전통을 잃어버리고 근본이 뒤틀려 있기 때문에 이 상제님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제님을 바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곧 증산도의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다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신교는 인간의 모든 영감과 창조적 사고의 근원이 된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성령의 신성한 가르침을 받아 내리는 경건한 기도와 봉사하는 삶이 중요하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우리 한민족은 삼신의 조화권을 쓰시며 천지부모의 자리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으로 상제님을 받들고, 천지신명과 더불어 민족의 뿌리이신 환인. 환웅. 단군의 삼성조를 함께 모셔 왔다. 그리고 민중은 각기 자기 조상신을 섬기며 신교를 바탕으로 인류 문명을 주도해 왔다. 신교는 인간 삶의 안내자요 역사의 지침이었으며, 그때는 모든 인간이 지순함과 성령의 대광명을 숭배하면서 자연 및 신과 하나가 되어 참마음을 갖고 사는 지복至福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한민족 9천 년 역사가 중국과 일본이 휘두른 불의의 칼날에 완전히 잘려 나갔고 우리 자신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망각하면서, 한민족 혼의 원형이자 뿌리인 삼신상제님의 신교 문화는 그 존재가 사라지고 부분적으로 신화와 샤머니즘⋅무속 등으로 둔갑되어, 오랫동안 어둠 속에서 울분을 삭여야만 했다.
우리의 일은?
그렇다면 결론은 굉장히 단순하게 드러난다. 이제 우리는 원시로 반본하는 가을개벽의 자연 섭리와 역사 정신에 따라 시원 역사를 바르게 알고, 멸해 가는 한민족 혼의 뿌리를 되살려야 한다. 그리하여 동서 종교와 인류 문화를 통일하는 후천 대통일 문명 건설의 주역으로서, 광명의 새 역사를 다시 여는 도주국⋅천자국으로서, 전 지구촌에 삼신하나님⋅상제님을 바르게 알고 모시는 ‘상제 문화의 불씨’를 새롭게 터뜨려야 한다.
출처: 월간 개벽 (원문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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