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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우주론

대산 김석진옹의 천부경(天符經)강론

by 광명인 2024. 2. 2.

[대산 김석진옹의 천부경(天符經)강론]

인터뷰 주제는 단군 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이었습니다. 마침 대산 선생께서 『하늘과 땅 사람이야기-대산의 천부경』이란 책을 냈었거든요. 혹시 ‘부신(符信)’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나무조각이나 두꺼운 종이에 글자를 쓰고 증인(證印)을 찍은 뒤에, 두 조각으로 쪼개서 한 조각은 내가 갖고 나머지 한 조각은 상대방에게 주는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서로 맞추어서 증거로 삼던 물건입니다. 천부경(天符經)의 ‘부(符)’자에도 그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름이 천부경이니, 하늘의 뜻과 경전에 담긴 뜻이 쪼개서 둘로 나눈 듯이 맞아떨어진다는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천부경에는 하늘의 이치가 온전히 담겨 있는 셈입니다.
 
그날 인터뷰에서 저는 ‘천부경’의 첫 구절부터 물었습니다. ‘천부경’의 첫 구절이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이다. 무슨 뜻입니까. “옛사람들은 둥근 하늘을 그릴 때는 원(O), 작은 하늘을 그릴 때는 점(·), 하늘을 무한히 넓혀서 말할 때는 한 일(一)자로 표현했다. 천부경의 일(一)은 우주의 시작을 뜻한다.” 듣고 보니 놀랍더군요. 

우주의 시작, 현대 과학에서는 그걸 ‘빅뱅’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천부경’에서 말하는 우주의 시작은 그보다 더 뜻이 깊습니다. 왜냐고요? 
현대 과학에서는 ‘빅뱅 이전’이라는 게 없습니다. 만약 빅뱅 이전이라는 게 있다면 빅뱅이란 출발점을 거기로 옮겨야 한다고 말하거든요. ‘천부경’은 달리 말합니다. 하늘과 땅이 생겨나기 전에 우주의 바탕은 그냥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우주의 시작과 우주의 시작 이전은, 다시 말해 빅뱅의 시작과 빅뱅 이전은 둘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빅뱅 이론이 현상계의 시작을 말한다면, ‘천부경’의 첫 구절은 현상은 물론이고 현상이 생겨난 뿌리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대단합니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불리었습니다.
대산 선생은 그 의미를 이렇게 풀었습니다. 
“주역으로 세계 방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간방(艮方·동북방)’이다. 간(艮)은 뿌리를 뜻한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종시(終始·선천의 마침과 후천의 시작)를 이루는 중심이 된다. 그래서 이 땅에서 ‘천부경’이 나왔다.”

제가 물었습니다.
“‘천부경’에서는 천(天)·지(地)·인(人)이 하나라고 한다. 유독 ‘3’이란 숫자를 강조한다. 이유가 뭡니까?” 대산 선생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주는 3(三)의 조화로 돌아간다. 3은 온 우주에 벌려 있다. 태양에 산다는 발이 셋 달린 새 이름도 ‘삼족오(三足烏)’다. 옛날에 왕위 계승을 상징하는 신물(神物)이었던 ‘정(鼎)’이라는 솥도 다리가 셋이었다. 임금 왕(王)자도 천지인 셋(三)을 하나(一)로 꿴 것이다. 
   하늘에는 해·달·별이 있다.
   땅에는 물(바다)·흙(땅)·바람이 있다.
   나라에는 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있다.
   가정에는 부(父)·모(母)·자(子)가 있다.
   유교에는 군(君)·사(師)·부(父)가 있고,
   불교에는 법신·보신·화신이 있고,
   기독교에는 성부·성자·성신이 있다.
   사람 몸에도 상단전·중단전·하단전이 있다.
   제각기 말하면 셋이지만, 통틀어 말하면 하나다.”

‘천부경’은 모두 81자로 돼 있습니다. 원래는 우리 민족에게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다 고조선 때 녹도문자(사슴 발자국 모양의 고대문자)로 기록됐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천부경’은 주로 신라 말 최치원이 남긴 한역본입니다. ‘천부’의 첫 구절은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은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입니다. 대산 선생에게 그 뜻을 물었습니다.

“‘천부경’의 81자는 하나(一)로 시작해 하나(一)로 끝난다. 그런데 그 하나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한(一)이다. 거기에 천부경 사상의 현묘함이 있다. ‘한(一)’사상은 무궁하다는 거다. 여기서 홍익인간 정신이 나왔다. 무궁한 이 우주처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거다.”

대산 선생은 ‘천부경’의 가치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천부경’이 있다면 중국에는 ‘주역’이 있다. 우리나라에 ‘윷판’이 있다면 중국에는 바둑판이 있다. 둘 다 우주가 돌아가는 이치를 담고 있다. 그래서 천부경과 주역은 서로 통한다.”

출처: 중앙일보 “이게 마지막 인터뷰 될걸세” 주역 대가 김석진 옹의 마지막



 ‘당대 제일의 주역가’로 꼽히던 대산(大山) 김석진 옹은 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조부 김병철에게 한학을 배웠고, 19살 때 쌀 세 말을 등에 지고 대둔산 석천암으로 야산 이달(李達ㆍ1889~1958) 선생을 찾아갔다. 당시 야산은 주역에 통달해 ‘이주역’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3년 전 작고한 재야 사학자 이이화 씨가 야산의 아들이다.

야산의 제자가 된 김 옹은 13년 동안 주역과 서경, 시경을 익혔다.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옆길로 새지 않고 정면에서 주역을 파고들었다.

김 옹은 30년 넘게 주역을 가르쳤다. 제자만 1만 명이 넘는다. 서울ㆍ인천ㆍ대전ㆍ청주ㆍ춘천ㆍ제주 등 전국을 돌며 강의를 했다. 그래도 단 한 번의 결강도 없었다. 생전에 김 옹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바람이 몰아쳐 제주행 비행기가 결항이 되던 날에도 막상 공항에 가면 날씨가 풀렸다”고 말한 바 있다. 약국을 운영하는 한 수강생은 대산 선생의 강의를 듣기 위해 춘천에서 대전으로 아예 이사를 왔을 정도였다.

김 옹은 단군 시대에 기록됐다는 민족 경전인 『천부경』을 윷놀이에 빗대어 푼 적도 있다.

“‘천부경’에는 하늘의 이치가 담겨 있다. 국조 단군께서 비사체(秘辭體ㆍ주로 예언 등의 비밀을 글 속에 숨겨둔 문체)로 하늘ㆍ땅ㆍ사람의 변화 이치를 밝힌 경전이다. 그런 이치가 우리의 고유한 윷놀이에도 담겨 있다.”

윷은 예부터 박달나무로 만들었다. 대산 선생은 “박달나무 한 가지가 태극이다. 그것을 꺾어서 쪼개면 음양이 나온다. 그걸 또 쪼개면 음양에서 다시 음양이 나온다. 그래서 윷가락 네 개가 나온다. 그게 사상(四象)이다”라며 “그런데 윷가락 넷은 앞뒤가 있으니 팔괘가 되는 거다. 또 말밭의 도ㆍ개ㆍ걸ㆍ윷ㆍ모는 오행을 의미한다. 윷에는 태극ㆍ음양ㆍ사상ㆍ오행ㆍ팔괘 등 우주의 운행 원리가 다 들어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인은 윷은 우주를 가지고 노는 거라고 했다. “윷은 늘 해가 바뀌는 설날에 놀았다. 해가 바뀌는 이치, 우주가 바뀌는 이치를 가지고 논 거다. 그래서 윷놀이에는 잡고 잡히는 이치, 앞서고 뒤서는 이치, 살고 죽고, 죽고 사는 이치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윷놀이와 천부경의 공통점을 이렇게 짚었다. 1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거다. 가을은 결실을 상징한다. 우주에서 가장 큰 변화도 선천(先天)에서 후천(後天)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윷도, ‘천부경’도 그걸 말하고 있다. 나는 1947년이 선천의 마지막 해라고 본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새 정부가 1948년에 세워진 거다. 선천은 군주의 시대, 후천은 민주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김 옹은 “우리에게 ‘천부경’이 있다면 중국에는 『주역』이 있다. 우리에게 윷판이 있다면, 중국에는 바둑판이 있다. 둘 다 우주가 돌아가는 이치를 담고 있다. ‘천부경’과 『주역』은 서로 통한다”고 말했다. 또 『주역』의 본질에 대해서도 강조한 바 있다. “흔히 천문ㆍ지리ㆍ점ㆍ사주명리ㆍ관상 등을 『주역』의 전부로 알고 있다. 그건 오해다. 그것의 근원이 『주역』이다. 『주역』의 본질은 천지만물이 변화하는 이치를 설명한 거다.

출처: 중앙일보, 당대 최고의 주역가

한문화특강 1강 대산 김석진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 천부경 (김석진 옹의 천부경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