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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탐구/문명 개벽

2026 다보스포럼: ‘투기’를 넘어 ‘국가 인프라’가 된 블록체인

by 광명인 2026. 1. 22.

스위스 다보스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포럼이 내건 슬로건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이상적이었다. 202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갈수록 파편화되는 세계를 봉합하기 위해 ‘대화의 정신(Spirit of Dialogue)’을 대주제로 천명했다. 

주최 측은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책임 있는 AI 혁신인적 자원 투자기후와 자연을 고려한 번영이라는 5대 핵심 의제를 야심 차게 제시하며 글로벌 공조를 호소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다보스의 현장에서 이러한 ‘대화’와 ‘공조’의 정신미국의 압도적인 힘의 논리 앞에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협력보다는 자국 우선주의가, 책임 있는 통제보다는 기술 패권이, 그리고 기후를 고려한 번영보다는 “친환경은 사기”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갈이 현장을 지배했다. 2026년 다보스는 AI와 블록체인이 더 이상 인류 공영의 청사진이 아닌,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인프라’이자 무기로 착근했음을 선언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이번 포럼의 실체, 즉 ‘대화’가 실종된 자리를 채운 미국의 오만할 정도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두 가지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 하나는 “미국 경제는 역사상 가장 뜨겁다”며 유럽의 정책을 비웃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자후였고, 다른 하나는 인구 6만 명의 섬나라 버뮤다국가 경제 시스템 전체를 미국 기업(서클·코인베이스)의 블록체인 기술로 통째로 옮기기로 한 결정이었다. 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결국 ‘미국화(Americanization)’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였다.

버뮤다 실험: 국가 시스템의 ‘미국화(Americanization)’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버뮤다의 발표다. 단순히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 마시는 차원이 아니다. 버뮤다 정부는 세금 납부부터 공과금, 일상 결제까지 국가의 모든 경제 활동서클(Circle)의 USDC로 처리하고, 그 기저에 깔리는 금융 인프라(Back-end) 구축코인베이스(Coinbase)에 맡겼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국가의 ‘금융 운영체제(OS)’를 미국의 민간 기업이 구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미국이 달러라는 화폐로 세계 금융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스테이블코인거래소 인프라를 통해 타국의 경제 시스템 자체를 ‘플랫폼화’하여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도 민간 기업을 통해 디지털 자산 패권을 확장하는 고도의 전략으로 읽힌다.

트럼프의 ‘매직’: 규제 완화와 인프라의 만남

이러한 민간의 확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확히 맞물린다. 다보스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을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이라 칭하며, 자신의 임기 동안 이뤄낸 규제 완화와 감세가 증시 사상 최고치 경신과 인플레이션 진압을 이끌었다고 역설했다.

특히 유럽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역사상 가장 큰 사기(Green New Scam)”라고 맹비난한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이는 효율성과 실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선언이며, 에너지 집약적일 수밖에 없는 AI와 암호화폐 채굴 산업에 미국이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간접적인 시그널이기도 하다. 미국이 ‘명확성 법안(Clarity Act)’을 통해 규제의 불확실성을 걷어내자, 월가의 자본과 실리콘밸리의 기술이 폭발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기관화의 시대(Institutional Era): ‘언제 오냐’에서 ‘어떻게 쓰냐’로

2026 다보스포럼에서 암호화폐는 더 이상 ‘위험한 투기 자산’ 취급을 받지 않았다. 대신 **‘금융의 현대화(Modernization of Finance)’**라는 명패를 달았다. 전통 금융(TradFi)이 디파이(DeFi)를 삼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결합하여 자산을 토큰화(RWA)하고 국경 간 결제를 혁신하는 ‘기관화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리플(Ripple)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가 언급했듯,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가격 등락을 넘어선다. 중앙은행과 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활용할지, 블록체인이 어떻게 노후화된 SWIFT 망을 대체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주를 이뤘다.

결론: 미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의 태동

2026년 다보스포럼이 내건 ‘대화의 정신(Spirit of Dialogue)’은 공허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암호화폐를 무기로 한 ‘미국의 디지털 금융 패권 선언’이었다. 이번 포럼은 블록체인이 단순한 기술 실험을 끝내고, 미국이 설계한 질서 안에서 국가 단위의 인프라로 ‘완벽하게 정착(Settlement)’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버뮤다의 ‘국가 경제 온체인(On-chain)화’는 그 서막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기업(서클, 코인베이스)이 만든 시스템이 타국의 경제 혈관을 대체하는 모델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제조와 무역을 넘어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독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 세계가 미국이 깐 레일 위에서만 달릴 수 있는 새로운 종속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지금 단순한 코인 시장의 변동성을 넘어, ‘달러 패권의 디지털 진화’를 목격하고 있다. 투기적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이제 ‘미국’이라는 거대한 깃발이 꽂힌 견고한 ‘디지털 금융 고속도로’가 깔리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그 위를 달리기 위해 통행료를 내거나, 미국의 룰을 따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참고자료: https://www.nextplay.kr/news/articleView.html?idxno=8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