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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탐구/문명 개벽

제국의 룰을 다시 쓰는 미치광이: 트럼프의 초합리적 광기

by 광명인 2026. 1. 15.

프롤로그: 광기의 이면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 "유엔(UN)을 탈퇴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얼핏 시정잡배의 허풍이나 현실 감각을 상실한 노인의 헛소리처럼 들린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외교적 재앙'이라 비난하고, 유럽의 정상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기존의 점잖은 외교 문법으로 본다면 그의 행동은 분명 비이성적이다.

하지만 그 광기의 껍질을 한 꺼풀만 벗겨내면, 그 안에는 섬뜩할 정도로 차갑고 정교하게 계산된 '제국 재건을 위한 대전략(Grand Strategy)'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이것은 1970년대 닉슨이 베트남 협상에서 사용했던, 상대에게 예측 불가능한 공포를 심어주는 '매드맨 이론(Madman Theory)'의 21세기 버전이다. 우리는 지금 미치광이가 아니라, 낡은 체스판을 엎어버리고 자신의 룰대로 게임을 다시 시작하려는 '제국의 설계자'를 목격하고 있다.

1부: 낡은 룰의 파괴 - "유엔은 중국의 놀이터가 되었다"

194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유엔 헌장이 서명되던 날, 미국은 자신이 설계한 국제 질서가 80년 후 자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줄 몰랐다. 2차 대전 승전국들의 합의로 만들어진 유엔, 브레튼우즈 체제의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자유무역을 표방한 WTO—이 모든 제도는 미국의 패권을 영구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바로 이 '열린 시스템'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해 급성장했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의 GDP는 1.3조 달러에 불과했다. 2024년 현재 18조 달러다. 약 14배 성장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연간 8,300억 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며 특혜 관세를 누렸고,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지재권을 침해했지만 WTO는 실효성 없는 판결만 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 분담금 삭감을 위협하고 "유엔 탈퇴"를 운운하는 것은 고립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다. 이는 "중국이 주인 노릇을 하는 무대에서는 더 이상 춤추지 않겠다"는 냉정한 계산이다.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분담금 50% 삭감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WHO는 이미 재탈퇴했다. 2020년 1차 탈퇴, 바이든이 복귀시켰다가, 2025년 다시 나왔다. 유네스코는 영구 탈퇴를 유지하고 있고, 인권이사회는 아예 불참이다.

미국은 다자주의라는 거추장스러운 허물을 벗어던지고, 철저한 양자 관계와 힘의 논리를 앞세워 중국을 고립시키는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룰을 지키는 '착한 경찰' 대신, 룰을 만드는 자들을 응징하는 '무서운 보안관'이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2부: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 서반구를 '자원 요새'로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천명한 먼로 독트린의 핵심은 명확했다. "유럽은 아메리카 대륙에 손대지 마라. 우리도 유럽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 이것이 미국 외교정책의 DNA가 되었다. 2025년,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업그레이드했다. 뉴욕포스트의 표현대로 "돈로 독트린"—먼로와 도널드의 합성어—이다. 하지만 내용은 훨씬 공격적이다. "서반구는 미국의 자원 요새다. 중국은 한 발짝도 들어올 수 없다."

2026년 1월 3일, 니콜라스 마두로가 델타포스에 의해 체포됐다. 세계는 "석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의 목표는 석유가 아니었다. 중국으로 흘러가는 저가 원유 파이프라인을 물리적으로 끊는 것이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국이다. 3,038억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두 배다. 마두로 정권 하에서 중국은 하루 50만 배럴을 수입했다. 미국이 이 개입에 성공하면, 향후 미국 정유사들이 하루 100만 배럴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시작일 뿐이다. 다음 타겟은 콜롬비아다. 좌파 페트로 정권은 중국과 밀월 관계에 있다. 브라질의 룰라 정권은 BRICS를 주도하며 탈달러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쿠바는 말할 것도 없이 반미의 상징이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정권은 예외적으로 친미 노선을 택했다. 미국은 밀레이에게 통화스왑을 제공하며 남미의 교두보로 육성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더 흥미롭다. 표면적으로는 희토류다. 그린란드에는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약 10%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정학적 위치다. 북극해가 녹으면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로가 수에즈(Suez) 운하를 경유하는 것보다 30% 짧아진다. 2030년대에는 여름철 상시 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은 이미 스스로를 "근북극 국가"라고 칭하며 북극이사회에서 옵저버 지위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이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미국은 캐나다와 남미의 풍부한 에너지를 독점하여 자국 내 물가는 낮추고(디플레이션), 에너지 공급이 끊긴 중국에는 고비용 구조(인플레이션)를 강요하는 고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린란드 매입 시도 역시 북극 항로와 희토류를 선점해 중국의 '자원 무기화' 카드를 무력화하려는 치밀한 '알박기' 전략이다.

디지털 제국의 완성: 코인, 달러의 새로운 무기

물리적 영토 전쟁은 디지털 금융(Crypto)으로 확장된다. 2021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를 "달러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봤다. SEC는 소송을 남발했고, 재닛 옐런은 "범죄자들의 도구"라고 비난했다. 2025년, 서사가 완전히 바뀌었다. 트럼프 본인이 약 5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보유를 공개했다. 크립토 친화적인 폴 애트킨스를 SE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을 암호화폐 수도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왜 이런 180도 전환이 일어났을까? 미국은 깨달았다. "막을 수 없으면 통제하라." 미국 재무부와 금융범죄단속반은 암호화폐 시장을 두 개의 세계로 나누고 있다. 하나는 블랙리스트(Black List), 제국의 적이다. 다른 하나는 화이트리스트(White List), 제국의 파트너다.

가장 큰 타깃은 테더(USDT).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65%를 차지하며, 일일 거래량이 500억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발행 주체의 불투명성과 중국 자본 연계설, 그리고 자금세탁(AML) 리스크는 미국 재무부의 심기를 건드린다. 준비금이 불투명하고, 과거 감사를 거부한 전력이 있다. 미국은 테더가 제재 국가(북한, 이란 등)나 중국의 자금 우회로로 쓰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향후 미국 거래소 퇴출 압박이나 은행 송금 차단 등 강력한 제재가 예상되는 이유다.

모네로(Monero, XMR)지캐시(Zcash, ZEC) 같은 익명성 코인들도 마찬가지다. KYC(Know Your Customer, 고객 신원 확인) AML(Anti-Money Laundering, 자금세탁 방지)을 회피하는 도구라는 이유로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이 폐지되고 있다. 

반면 화이트리스트의 대표는 USDC와 XRP다. USDC는 미국 기업 Circle이 발행하고, 완전한 규제를 준수한다. 월간 감사 리포트를 공개하고, 1대1 달러 준비금을 미국 국채로 보유한다. Coinbase와 BlackRock이 파트너십을 맺었다. 리플이 발행하는 XRP는 ISO 20022 국제 표준을 준수한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연동이 가능하며, 60개 이상의 금융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일본의 SBI그룹이 전략적 투자를 했고, 영국과 UAE 중앙은행이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암호화폐 전략은 명확하다. 전 세계 자본이 미국이 통제하는 파이프라인으로만 흐르게 하는 것이다. 디지털 브레튼우즈 체제의 완성이다. 중국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폐쇄적인 시스템이라 국내용에 불과하다. 국제 송금은 여전히 SWIFT 테더에 의존한다. 만약 테더가 퇴출되면 중국의 자본 이동 경로가 차단되는 것이다. 

에필로그: 살얼음판 위의 승부수 

트럼프의 전략은 이토록 치밀하다. 에너지, 기술, 그리고 금융까지 세 방향에서 중국을 질식시키며 '팍스 아메리카나'를 강제로 복원하려 한다.

하지만 역사는 제국의 오만을 경계한다. 힘으로 찍어 누르고, 룰을 무시하며, 동맹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전략은 필연적으로 반발을 부른다. 미국 내부의 극심한 양극화와 정치적 분열, 그리고 소외된 국가들의 응축된 원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트럼프의 '초합리적 광기'는 과연 쇠락해가는 제국을 구원할 신의 한 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문명 충돌을 일으켜 상극질서에 의존해온 낡을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릴 방아쇠가 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알던 기존의 세계 질서는 끝났으며, 거칠고 새로운 '야생의 시간'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