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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우주론

율려律呂-우주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순수 생명 에너지

by 광명인 2024. 6. 11.

[동양에선 우주를 영원히 움직이는 본체도道 또는 태극太極이라 한다. 그러면 이 도와 태극을 영원히 움직이는 원동력, 근원적인 힘은 무엇일까? 한동석 선생은 우주변화원리에는 그것을 정신精神이라 한다. 정精은 곧 생명력의 핵核으로 한 생명의 모든 정보와 에너지가 압축되어 들어있는 씨앗과 같다. 기氣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정精은 기氣가 응축되어 순수 물질화된 것이고, 신神은 기氣가 분화하여 무화無化되기 직전에 이른 상태이다. 즉, 정기신精氣神은 마치 얼음과 물 그리고 수증기처럼 기氣의 변형된 형태이다. 따라서 신精神은 기와 본질적으로 다른 무엇이 아니라 곧 기氣의 변형된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만물을 본다면 태백일사 소도경전 본훈에서 설명하는 "무릇 만물의 생명이 되는 본체는 바로 이 우주에 충만한 일기一氣이니, 일기 속에는 삼신三神이 계신다."라는 말씀과 "천지간에 가득 찬 것이 신(神)이니,,, 신이 없는 곳이 없고,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는 도전의 말씀이 명확히 이해가 된다. 즉 우주 만유가 신神이며, 우주의 변화는 신神의 율동여정律動呂靜하는 모습인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만물의 정신精神은 어떻게 생겨나 길러지는가? 이에 대해 한동석 선생은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만물의 정신은 혼돈된 음양 속에서 갈라진 정精과 신神인즉 이러한 정과 신은 일월이 분리되던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음이 점점 응고하여서 달[月]이 된 때에 정精이 이루어졌고 양이 점점 응취되어서 날[日]이 될 때에 신神이 이루어졌던 것인데 이것이 바로 만물정신의 기원인 것이다." 즉 동양 우주론에 의하면 지구에 있는 만물의 정신일월의 음양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월의 교호작용이 없다면, 만물의 정신도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박문호 교수는 [인간이 꿈을 꾸고 정신작용을 하는 것은 지구의 자전 때문]이라 주장 하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만물은 본체인 태극太極이 현상계에 자신을 드러낸 것인데, 만물은 생명의 존재 변화 원리인 리理, 생명 에너지인 기氣, 생명의 주체인 신神, 그리고 신의 영적 작용의 통로인 심心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존재가 이와 같이 구성된 것은 본체인 태극이 이들 구성 요소들(理, 氣, 神, 心)을 이미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태극의 핵 속에 만물의 구성 요소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태극의 진공眞空 속에 압축 공약되어 있는 궁극의 본체일자一者라고 하는데, 그 일자의 참모습이 율려律呂, 즉 순수 진공속에서 진동하는 빛과 소리인 파동이다. 따라서 율려순수 음양이며, 그것이 곧 일심一心이자 일리一理, 일기一氣이며, 일신一神이다. 또한 동시에 율려는 이들의 총체인 것이다.]

모든 것은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에너지는 파동인데, 파동의 정수가 곧 율려다.

우주는 영원히 변화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주를 끊임없이 변화 운동하게 하는 존재를 본체本體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주를 영원히 변화 운동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번 호에서는 『우주변화의 원리』 책에 실린 ‘정신론’을 통해 본체의 실상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주정신의 생성]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정신精神이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신이 없다’는 몹시 바빠서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없다는 뜻이고, ‘정신을 차린다’는 잘못을 뉘우치고 바른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이나 마음,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 마음의 자세나 태도, 어떤 사물의 근본을 이루는 의의나 이념’입니다. 이렇게 정신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는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동양에서 정신이라는 개념은 영묘靈妙한 마음·영혼·정령·정기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신(spirit)을 궁극의 실재로 보는 유심론(spiritualism)에도 정신(nous)을 세계 원질인 종자(spermata)의 혼합원리로 생각하는 고대의 아낙사고라스, 성령(Holy Spirit, Holy Ghost)을 편재하는 신의 호흡(pneuma)으로 보는 『신약성서』, 예지(nous)를 일자一者(to hen)에 이은 실재로 보는 플로티노스처럼 정신을 우주에 편재하는 영적 존재로 생각하거나 인간의 정신이나 혼, 영을 그 일부로 보는 입장도 있는가 하면, 근대의 관념론 철학처럼 인식하는 개체적 의식을 궁극의 원리로 보는 입장도 있다. - 『종교학대사전』

정신에 대한 정의는 위와 같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정신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정精’과 ‘신神’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정精의 사전적 의미는 ‘골수骨髓, 만물의 근원을 이루는 신령스러운 기운, 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원천이 되는 기운’이고, 신神은 ‘인간에게 화복을 내리는 존재,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 넋’입니다. 그러므로 정신에서 정은 정기精氣신은 영혼靈魂을 뜻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주변화의 원리』 책에서는 정신을 주로 정기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1)
*1) 정과 신을 용례에 상관없이 두루 사용하는 과정에서 개념의 혼동이 발생하고 있다.

-정신은 만물 본체의 핵
정신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체의 핵을 이루는 요소가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동양에서는 천지만물을 낳은 본체이자 대자연이 변화해 가는 길을 도道라고 일컬어 왔습니다. 『주역』에서는 만물의 모체인 도道를 태극太極이라고 합니다. 태太는 씨앗인 콩을 뜻하므로 자연에서 만물의 본체는 씨앗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씨앗에서 탄생한 새싹은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성장합니다. 가을에 서늘한 기운을 맞으며 열매를 맺고 겨울에 씨앗을 저장합니다. 동물도 정자와 난자가 만나 이루어진 배아胚芽가 자라서 형태를 갖추고 생을 영위해 나갑니다. 만약 외부에서 공급되는 기운을 배제한다면, 식물과 동물은 온전히 씨앗과 배아에 내포된 생명력만 가지고 새싹과 형체를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씨앗은 새싹으로 자라나는 배胚, 배에 영양을 공급하는 배젖, 그리고 껍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배胚는 씨앗의 유전정보(DNA, 리理)와 생명력(생명 에너지, 기氣)이 들어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식물의 종種을 결정합니다. 이를 식물의 핵核이라고 하고, 동물에서는 정精이라고 합니다.

씨앗의 구조를 음양陰陽으로 구분하면 딱딱한 껍질은 음, 부드러운 배젖과 배는 양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젖과 배를 다시 음양으로 구분하면 배를 감싸고 있는 배젖은 음, 배는 양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胚를 양 중의 양이므로 진양眞陽, 또는 핵 중의 진양이므로 양핵陽核이라고 합니다. 봄이 되면 식물은 양핵이 분열하며 성장하고, 가을이 되면 양핵을 통일하여 다시 씨를 형성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씨앗 속에 양핵을 형성하여 종을 보존하게 됩니다.

핵核이란 것은 바로 에너지가 최대공약수를 이루어서 축적된 것이다 (상수학은 이 원리를 율려律呂의 통일형태라고 한다). … 핵核이란 것은 소위 과학 용어로 말하는 에너지의 축적인즉 그것이 바로 양陽의 축적, 즉 율려의 종합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 속이 곧 생명의 부고府庫이기도 한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92쪽

배아세포

-정신精神은 양핵의 본질
그런데 양핵의 성질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를 양에 배속한 것은 껍질과 배젖에 대해 상대적으로 분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식물은 수술에서 꽃가루를 만들면 암술이 꽃가루를 받아서 씨를 맺습니다. 동물도 수컷의 정자와 암컷의 난자가 만나 배아를 형성합니다.*2)
*2) 정자는 정精의 핵이고, 난자는 혈血의 핵이다. 부정모혈父精母血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남자의 정자를 여자의 혈로 조화시키는 것이 임신이다.

이는 해와 달이 만물을 낳고 기르는 방식과 그 원리가 같습니다. 하늘에 있는 28수(오행성단)는 지구에 생명의 기운인 오운五運을 내려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지구에 양기운(열기熱氣)을 내려 주고, 음기운(한기寒氣)을 내려 주고 있습니다. 지구는 이들 생명 에너지를 육기六氣로 변화시켜 만물을 낳고 기릅니다. 특히 가 내려 주는 양기운을 신神이라고 하고, 이 내려 주는 음기운을 정精이라고 합니다. 즉 해의 신과 달의 정이 만나 만물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원동력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생명 에너지의 핵을 정신精神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배아의 양핵(배)에도 정자와 난자가 만나 형성된 정신이 자리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양핵의 본질인 정자와 난자의 음양 에너지가 압축 통일된 것이 정신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만물의 정신은 혼돈된 음양 속에서 갈라진 정精과 신神인즉 이러한 정과 신은 일월이 분리되던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음이 점점 응고하여서 달[月]이 된 때에 정精이 이루어졌고 양이 점점 응취되어서 날[日]이 될 때에 신神이 이루어졌던 것인데 이것이 바로 만물정신의 기원인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38쪽

음이 정精을 생한다는 말은 월月정精을 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요, 양이 신神을 생한다는 말은 일日신神을 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42쪽

[우주정신의 율려 운동]

우주정신무극(미토未土)에 바탕을 두고 생성되기 시작하여 공태극(술토戌土)에서 완성됩니다. 이 과정을 다시 살펴보면 미토未土는 음양의 성질이 사라질 정도로 분열의 극에 다다른 상태입니다. 식물에서는 꽃(화花)이 핀 것과 같습니다. 이 상태를 지나면 음과 양의 성질이 다시 드러납니다.

신상화申相火에 이르면 음이 양을 싸면서 통일하기 시작합니다. 식물에서는 꽃이 떨어지고 작은 열매가 맺힌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 음과 양의 성질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상태가 아니어서 서로 섞여 있습니다. 작은 열매를 갈라 보면 껍질과 과육의 경계가 모호한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유금酉金이 되면 음과 양의 성질이 좀 더 확연히 드러납니다. 열매의 껍질과 과육에서 볼 수 있듯이 음과 양의 경계도 더 명확해집니다. 하지만 씨를 갈라 보면 여리고 단단하지 않아서 음양의 구분이 아직 모호합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술토戌土에 이르면 내변작용內變作用이 일어나서 씨까지 단단해집니다. 이 순간 음은 양을 완전히 통일하게 되어 음양의 구분이 명확해집니다. 이후 해목亥木에 이르면 내부에서 양기가 분열하면서 음양이 다시 섞이게 됩니다.

12지지의 특성을 나타내는 육기도

이상을 통해 ‘해亥~오午’는 음양이 섞이면서 혼음혼양混陰混陽이 되는 과정이고, ‘신申~술戌’은 음양의 혼탁함이 제거되면서 순수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미未에서는 음양의 성질마저 사라지고, 술戌에서는 음양 각자의 성질이 온전히 회복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태극空太極에서 음과 양의 구분이 확연해지는 찰나의 순간에 형성된 순수음양純粹陰陽율려律呂라고 합니다.*4) 그리고 정신은 씨앗에 내재한 양핵의 본질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주정신인 율려는 태극에 내재한 순수양핵純粹陽核이자 순수 생명 에너지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4) 신라 시대 박제상이 쓴 『부도지符都誌』에 의하면 천지창조의 주인공이 율려이다. - 『문학비평용어사전』

율려란 것은 만일 한마디로 말한다면 운동하는 음양의 순수핵심純粹核心을 말하는 것이다. … 이것이야말로 음양의 본체인 동시에 또한 정신운동精神運動의 순수본체純粹本體인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16~317쪽

우주정신이라는 것은 순수음양純粹陰陽을 말하는 것인데 그것은 창조의 본원인 무극과 작용의 본체인 태극 사이에서 왕래하는 율려작용에 의해서 창조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16~317쪽

공태극에서 형성된 율려는 우주를 낳은 모체이자 우주를 구성하는 순수 질료이며, 우주 변화의 원동력입니다. 그러므로 율려는 우주정신이 실제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 속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최초의 원질原質(아르케arch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자신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만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부동不動의 원동자原動者’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무無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본체라고 할지라도 절대 부동不動(정靜)이나 절대 부정不靜(동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절대에 가까운 극동極動이나 극정極靜이 있을 뿐입니다.*5) 율려가 온 우주에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대 과학기술로 관측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입니다. 그럼 관측조차 할 수 없는 율려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은 율려와 같은 극정의 상태를 만들어서 율려를 직접 체험하는 것입니다. 극정의 상태에 몰입하는 방법수행입니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모든 인류가 율려의 생명수를 마실 수 있도록 수행의 요체인 태을주太乙呪 주문을 내려 주셨습니다.
*5) 극동極動의 원동자를 무극이라고 하고, 극정極靜의 원동자를 태극이라고 한다.

- 율려는 태일, 태을의 다른 말
율려는 태일太一, 또는 태을太乙이라고도 합니다. 태太 자는 우주 만유의 본체인 태극太極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태일과 태을이 음양의 통일체인 태극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태을주는 우주 율려(律呂)니라. (도전 2:140:10)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하도 중심부의 정중앙 한 점(1)은 공태극空太極입니다. 이곳에서 순수 생명 에너지인 율려가 생성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율려를 상수로는 음양의 통일을 상징하는 숫자 1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공태극에서 생성된 율려, 즉 일자一者가 바로 태일太一입니다.

그리고 오행으로는 수水의 상수가 1이므로 율려수기水氣라고 하며, 수의 근원이 태극이므로 태극수太極水라고 합니 다. 그 외에도 율려는 만물의 큰 시원이 되는 기운이므로 일기一氣, 지극한 기운이므로 지기至氣, 진실한 기운이므로 양기良氣라고 합니다.

일一은 수水이고 수는 신神의 포장체이므로 만물의 움직임은 신의 운동 현상인즉 이것은 바로 물(水)의 변형이라고 보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31쪽

율려의 수가 그의 40분의 1이라는 말은 곧 1이 우주 운동의 본질이며, 또한 그것이 곧 율려라는 말이 된다. - 『우주변화의 원리』 320~321쪽

씨앗의 껍질과 양핵은 십간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갑甲 자에는 ‘딱딱한 껍질’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거북이처럼 겉이 딱딱한 동물을 갑각류甲殼類라고 하고, 무기를 막는 딱딱한 옷을 갑甲옷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을乙 자는 ‘씨앗 속의 새싹, 자궁 속의 아기’를 형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씨앗(太)의 껍질은 태갑太甲, 새싹으로 성장하는 양핵은 태을太乙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순수양핵인 율려를 태을太乙이라고 합니다.

껍질을 뚫고 새싹으로 성장하는 순수양핵, 을乙자의 모습

- 하나님의 말씀(소리), 율려
唯有八呂之音(유유팔려지음) 自天聞來(자천문래) 實達與虛達(실단여허달)
皆出於此音之中(개출어차음지중) 大城與麻姑(대성여마고) 亦生於斯(역생어사)
오직 8려呂의 음音만이 하늘에서 들려오니 실달성과 허달성이 모두 이 음에서 나왔으며 마고대성과 마고 또한 이 음에서 나왔다. - 『부도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 『성경』 「요한복음」 1:1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은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끊임없이 진동하는 끈으로 보고 우주와 자연의 궁극적인 원리를 밝히려는 이론이다. 초끈이론에서는 끈들이 진동하는 유형에 따라 입자마다 고유한 성질이 생기고, 우주를 생성과 소멸의 과정으로 보는 빅뱅이론과 달리 영원히 성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존재로 본다. - 『두산백과』

『부도지符都誌』에서는 천지창조의 주인공이 ‘율려의 소리’라고 합니다. 율려는 본래 음악 용어로 12율의 양률陽律과 음려陰呂를 일컬으므로 『부도지』의 내용과 부합합니다.*6) 상제님께서도 소리 속에는 율려가 있다고 하셨습니다(음중율려音中律呂-도전 6:121:2).

서양 신학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로고스Logos라고 합니다. 로고스는 ‘말하다’는 뜻의 그리스어로 언어(말), 진리, 이성, 법칙, 계산 등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로고스가 우주의 질서와 법칙이므로 세계와 만물은 로고스에 의해 생성, 변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하였습니다.

말씀(로고스)은 소리입니다. 그리고 소리는 진동에 의해 발생한 음파입니다. 소리에 의해 우주가 생성 변화한다는 사고는 초끈이 진동하여 우주가 생성되어 변화한다는 현대 과학의 이론과 대체로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율려의 순수 생명 에너지가 초끈을 진동시켜서 우주를 변화 운동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악학궤범』에 따르면 황종黃鐘·태주太蔟·고선姑洗·유빈㽔賓·이칙夷則·무역無射을 양률陽律이라 하고, 대려大呂·협종夾鐘·중려仲呂·임종林鍾·남려南呂·응종應鐘을 음려陰呂라고 한다.

지각의 분별이 일어나기 전 감각세계는 일체가 파동으로 움직이면서 하나로 공명하는 세계이다. 우주만물이 특정한 한 지점의 존재로 입자화되고 고정화되기 이전 에너지 파동으로 전체가 함께 출렁이는 세계이다. - 『심층마음의 연구』, 한자경

초끈 이론의 진동하는 끈

[율려와 영혼의 관계]

그럼 율려를 성령의 바람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정신의 의미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정신은 정기와 영혼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율려는 정기의 관점에서 논한 것입니다. 정기의 관점에서 정精은 기氣가 응축되어 순수 물질화된 것이고, 신神은 기氣가 분화하여 무화無化되기 직전에 이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8) 즉 신神을 영혼이나 마음의 관점이 아닌 기氣의 변형태로 논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율려와 성령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율려와 영혼의 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본체의 구성 요소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8) 그래서 정精을 수水신神을 화火에 배속한다.

- 본체의 구성, 리理와 기氣
앞서 만물의 본체가 태극이고, 자연에서는 씨앗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씨앗의 구조를 통해 만물의 구성 요소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씨앗에는 형체를 구성하는 물질(에너지)이 있습니다. 그리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게 해 주는 DNA가 있습니다.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식물 종의 정보가 들어 있는 설계도이자 구성 원리입니다. 동양에서는 씨앗의 생명 에너지를 기氣, 생명의 구성 원리를 리理라고 불러 왔습니다. 이처럼 천지 만물의 본체인 태극(씨)은 우주 변화의 원리(리理)와 우주 변화의 원동력(기氣)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태극에서 생겨난 만물도 리理와 기氣로 구성되어 존재합니다.*9)
*9) 기氣가 응고되면 물질이 된다. 그러므로 기에는 무형의 기와 유형화된 기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리理에도 천리天理와 같은 무형의 리와 DNA(설계도)로 구현된 유형화된 리가 있다.

- 만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존재, 신神
그러나 DNA(理)와 에너지(氣)만 있다고 해서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이 다한 동물도 DNA와 육체가 있고, 뿌리가 잘린 식물도 DNA와 형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생명을 영위해 나가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리와 기를 하나로 엮어 살아 움직이게 해 주는 생명의 주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理와 기氣로 구성된 만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존재가 신神입니다.*10)
*10) 사람의 몸에 깃든 인격신을 영혼이라고 한다. 사람은 영혼이 몸에 깃들면 살고, 몸을 떠나면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혼이 다시 몸으로 돌아와서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혼을 부르는 초혼招魂 예식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떠나지만, 육체를 구성하는 원자에 깃든 자연신은 그대로 남아 있다.

유체이탈

- 기氣의 본질이 신神
그럼 신神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는 사람의 형성 구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만물은 음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음에 해당하는 육체와 양에 해당하는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자(음)가 양성자를 감싸고 도는 원자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만물의 기본 형태는 음인 기氣가 양인 신神 감싼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육체와 영혼도 음인 육체가 양인 영혼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를 『주역』에서는 ‘부음이포양負陰而抱陽(음을 짊어지고 양을 끌어안음)’이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 기氣의 본질이 신神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夫爲生也者之軆(부위생야자지체)가 是一氣也(시일기야)니 一氣者(일기자)는 內有三神也(내유삼신)오
무릇 만물의 생명이 되는 본체는 바로 이 우주에 충만한 일기이니, 일기 속에는 삼신이 계신다. -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

우주 만유는 기氣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우주 만유가 신神이며, 우주의 변화는 의 율동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현대 과학은 우주 만유가 에너지(기氣)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밝혀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가 곧 신神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유물론에 경도되어 있는 것입니다. 만약 에너지가 신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면, 물질과 정신을 통합한 영성과학靈性科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천지간에 가득 찬 것이 신(神)이니 …… 신이 없는 곳이 없고,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도전 4:62:4,6)

- 신의 영적 작용, 마음
그런데 만물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습니다. 신의 영적 작용인 마음(심心)이 그것입니다. 보통 마음은 인간의 내면에서 몸을 주재하는 주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영묘靈妙한 마음을 정신이라고 합니다. 이때의 정신은 지각하고 사유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런데 유심론적唯心論的 세계관에서는 우주의 본체를 정신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물질적 현상도 마음의 발현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가의 마음에 대한 인식이 이를 대표합니다. 상제님께서도 일심一心이 우주 만물을 낳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하셨습니다.

天地萬物(천지만물)이 始於一心(시어일심)하고 終於一心(종어일심)하니라
천지만물이 일심에서 비롯하고 일심에서 마치느니라. (도전 2:91:2)

우리의 심층마음은 허공 속에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를 지켜보는 마음이다. 세계는 그 심층마음의 에너지를 따라 허공 속에 만들어진 세계이다. - 『심층마음의 연구』, 한자경

그럼 마음은 인간만의 전유물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인간만큼 영묘靈妙한 힘을 갖지 못해서 정신 작용을 하지 못할 뿐, 만물은 모두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 만유가 일심에서 생겨나서 한마음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한 마음을 일으키면 그 즉시 온 우주가 함께 느낍니다. 마음은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재, 미래에 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간을 초월하여 온 우주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우주 만유 전체가 시공을 초월하여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일심은 주객분별, 자타분별을 넘어 우주 전체와 공명하는 하나의 마음이다. 그렇게 일체 분별을 넘어섰기에 일심은 자기 한계를 갖지 않는 무한이며, 자기 바깥에 자신의 상대가 없는 절대이다. 일심은 곧 절대와 무한의 마음이다. - 『심층마음의 연구』, 한자경

[마음은 리·기·신의 밑자리]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만물은 생명의 변화 원리인 리理생명 에너지인 기氣생명의 주체인 신神신의 영적 작용인 마음(심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11) 그중에서 ‘천지만물이 일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신 상제님 말씀처럼 리·기·신은 마음을 밑자리로 하고 있습니다.
*11) 유기체(과정) 철학을 확립한 화이트헤드(1861~1947)는 세계를 구성하는 궁극적인 실재를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라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현실적 존재를 규정짓는 형성적 요소(formative elements)에는 창조성(Creativity), 영원한 객체(Eternal Object), 신(God)이 있다. 신은 자신의 존립과 만족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현실적 존재를 파악하고(prehension) 느낀다고(feelings) 한다. 대체로 현실적 존재는 사물事物, 창조성은 기氣, 영원한 객체는 리理, God은 신神, 파악(느낌)은 심心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을 창조의 바탕으로 한 이신사의 법칙

[율려는 우주 만유를 낳은 일자一者]

만물은 본체가 현상계에 자신을 드러낸 것입니다. 만물이 위와 같이 구성된 것은 본체인 태극(씨앗)이 이들 구성 요소를 이미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태극의 핵 속에 만물의 구성 요소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것입니다. 공태극의 진공眞空 속에 압축 공약되어 있는 궁극의 본체를 일자一者라고 하였습니다. 일자의 참모습이 율려입니다. 그러므로 율려는 일심一心이자 일리一理이며, 일기一氣일신一神입니다. 그리고 율려는 동시에 이들의 총체입니다.*12)
*12) 공태극의 진공에서 생성된 율려가 우주 만유를 신묘神妙하게 창조하는 것을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한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만물 구성의 4가지 요소는 개념적으로 분리할 수 있을 뿐, 실제로는 서로 분리될 수도 없고 섞일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불상리不相離 불상잡不相雜). 이 중에서 한 요소라도 빠진다면 그 어떤 존재도 결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류의 지성사는 이들을 분리하고, 심지어 일부 요소를 없애 버리는 우를 범하였습니다. 특히 불교는 심心, 유교는 리理, 도교는 기氣, 기독교는 신神을 전공으로 하고 나머지 요소는 소홀히 취급하였습니다. 그 결과 각 종교는 자신의 진리만 옳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인류 문화는 미궁에 빠져 파편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온 천하가 가을 운수의 시작으로 들어서고 있는 가을개벽기입니다. 후천 가을을 맞아 인류 문화를 통일하는 증산 상제님의 무극대도가 출현하여 마침내 진리의 실상이 온전히 드러나게 됩니다.

천지대운이 이제서야 큰 가을의 때를 맞이하였느니라. (도전 7:38:4)
그러므로 각 족속의 모든 문화의 진액을 뽑아 모아 후천문명의 기초를 정하느니라. (도전 4:18:4)


[하도로 본 우주정신의 생성]

씨앗에 통일되어 있는 양핵의 본질이 정신이므로 정신의 생성은 양핵의 생성 과정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정신이 생성되는 상은 하도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태호복희씨가 그린 하도

하도는 성수가 생수를 감싸고 있는 형상으로 열매의 형태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수(6, 7, 8, 9)가 생수(1, 2, 3, 4)를 감싼 외부의 형상은 껍질이 과육을 싸고 있는 형태와 같습니다. 그리고 10(무극)이 5(황극)를 감싼 중심부의 모습은 본체인 씨앗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0이 5를 감싸고 있으며, 정십자의 형태를 한 다섯 개의 점은 중심에 1(태극)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십자의 양(│)과 음(─)이 만나 생명 에너지를 창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신이 생성되는 음양의 교차점을 공태극空太極이라고 합니다.*3)
*3) 공태극에서 생성되는 생명 에너지의 핵을 무극지진無極之眞, 또는 진공眞空 에너지라고 한다.

십자는 본시 음양이 교회交會하는 상을 취한 것이다. 그런즉 ‘―’과 ‘│’이 서로 상교相交하는 점에 만물의 정신이 있다는 것을 뜻(夭)한 것이니 이것이 바로 정신이 교역하는 금화교역金火交易의 문이다. 무극의 중이며 기토己土의 심心이며 십십일일지공十十一一之空을 창조하는 곳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17쪽

[십이지로 본 우주정신의 생성]

우주는 무無에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무無는 극도로 분열되어 음양의 성질이 사라진 카오스의 적막무짐寂寞無朕한 상태입니다. 상수로는 0무극으로 나타내며, 십이지로는 미토未土에 해당합니다. 미토는 분열을 통일로 전환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분열의 극에 이르면 미토의 조화작용에 의해 통일 운동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음의 세력권에 진입하여 수렴작용을 통해 양기운을 압축 공약空約하는 것입니다. 십이지의 변화로 보면 미토 이후에 신상화申相火와 유금酉金이 양기陽氣를 수축하여 술오토戌五土(공태극)에서 한 점으로 통일시킵니다. 이때 생성되는 만물 변화의 원동력을 우주정신宇宙精神이라고 합니다.

청기淸氣가 완전히 포위당하게 되면 무극은 율려운동律呂運動을 완성하면서 태극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43쪽

정신은 우주의 본체인 태극이 무극작용無極作用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공空’에서 창조가 완성되는 것인즉, 우주정신이나 태극정신은 전혀 동일한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1쪽

우주의 본체인 태극은 이와 같이 술戌에서 이루어지는 것인즉 술은 태극의 정신이며, 또한 무극의 진眞, 즉 공空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창조의 본체를 태극이라고 하는 것은 진실로 태극의 핵심을 이룬 술오공戌五空 때문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89쪽

[팔괘도로 본 율려의 작용]

율려는 우주가 변화 운동할 수 있게 하는 순수 생명 에너지(원기元氣)입니다. 우주는 양율陽律에 의해 양운동을 하고, 음려陰呂에 의해 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율려의 순수 생명 에너지를 근원으로 하여 율동律動과 여정呂靜의 음양운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물의 운동이란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율려의 운동이다. 다시 말하면 사물을 동動하게 하는 것은 율律이고 정靜하게 하는 것은 려呂다. - 『우주변화의 원리』 318쪽

그렇다면 우주의 율려운동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이는 천지창조의 설계도인 하도河圖와 천지변화의 운행도인 낙서洛書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하도의 정중앙은 율려가 창조되는 공태극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생성된 율려는 우주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 만물을 낳고 변화시킵니다. 그런데 하도는 본래 오행도五行圖입니다. 공태극이 자리한 곳은 오행으로 토土입니다. 외곽의 사정방四正方에는 사상四象(목화금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도를 통일의 상으로 보면 기운이 정중앙으로 압축 공약되고 있지만, 반대로 분열의 상으로 보면 정중앙에서 기운이 사정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즉 중앙에서 율려가 사정방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와 만물이 변화할 수 있도록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토에서 생성된 사상은 다시 음양으로 분화됩니다. 사상이 음양으로 분화하면 팔괘八卦가 됩니다. 이를 나타낸 것이 낙서洛書와 팔괘도八卦圖입니다. 중앙에서는 5토가 분열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사정방四正方에 양수(1, 3, 9, 7)가 자리하여 분열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간방四間方에 음수(6, 8, 4, 2)가 자리하여 양의 분열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팔괘를 팔방위八方位에 배속한 것을 팔괘도라고 합니다. 각각의 방위는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궁宮이라고 합니다. 중앙과 팔방위를 합하면 구궁九宮이 됩니다. 그러나 중앙의 토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현상적인 변화는 팔방위에서만 일어나므로 팔풍八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팔괘도를 구궁팔풍九宮八風이라고 합니다. 사상이 음양으로 분화하여 팔괘가 된 것처럼, 팔괘도 음양으로 분화하여 16신神이 됩니다. 이 때문에 율려를 팔음팔양八陰八陽이라고 합니다.

팔위八位에서 운동하는 율려는 자기 운동의 중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십十’ 자의 중심점인 것이다. …‘십十’의 중심 교차점이 율려 운동의 중中, 즉 팔풍八風의 주재처主宰處인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18쪽

구궁九宮의 중中인 ‘십十’ 자의 중심점은 태극의 정신이므로 이것이 팔방에서 운동하는 율려의 주재지위主宰之位가 되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19쪽

팔궁八宮을 팔풍八風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풍의 의미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풍에는 바람이라는 뜻 외에도 생명, 성령聖靈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주역에서는 풍을 신도神道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팔괘도의 중앙에서 생성된 팔풍은 우주를 운동하게 하는 생명의 바람, 성령의 바람을 의미합니다.*7) 하도와 낙서, 팔괘도의 중앙인 토궁土宮은 율려가 생성되는 핵심처입니다. 그러므로 율려가 곧 우주의 조화 성령이자 신도神道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성된 율려는 천지 팔방위(천지대팔문天地大八門)를 통해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 만물이 변화 운동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7) 토궁에서 팔방위로 뻗어 나가는 생명 기운을 성령이라고 하는 이유는 기氣의 속성이 신神이기 때문이다.

프뉴마πνεύμα는 바람Wind인 동시에 생명의 특징인 숨Breath이다. 숨이 출입하지 아니하는 몸은 죽은 몸이다. 숨은 곧 생명anima이다. 생명은 신비로운 것이며 궁극적窮極的인 것이다. 그것은 신령스러운 것이다. 신령은 곧 성령Spirit이다. - 『노자가 옳았다』,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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