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뻔히 예견될 때가 많지만, 익히 예견되었던 재난들조차도 막상 닥치고 나면 마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개중에는 그 사망자의 규모가 너무나 엄청나서 다른 재난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금융과 경제사를 전문으로 연구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쓴 '둠 재앙의 정치학'에 나오는 위 문장은 재앙의 성격을 규정하는 3가지 표현인 '회색코뿔소', '블랙 스완', '드래건 킹'의 개념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이 문장은 100여 년 전부터 예고된 그러나 이제는 무러익어 곧 터져버릴 것 같은 3벌 개벽의 실제 상황을 설명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최근 각계 전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각종 매체나 유튜브 방송에 나와 곧 닥칠 인류의 재앙적 상황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환경론자들은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 재앙으로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 경고하고, 지질학자들은 거대 지진과 화산폭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다양한 원인들로 전세계가 좀안간 전례없는 경제위기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국제 정치 전문가들은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유럽과 중동 전쟁 상황의 심각성과 그리고 곧 닥칠 동북아 대전쟁 가능성을 경고합니다. 또한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치사율이 높은 새로운 펜데믹의 출현을 경고하고 있죠.
모두가 예고된 재앙들, 회색 코뿔소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이 모든 재앙들이 모두 겹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하니, 블랙 스완인 것이죠. 120여 년 전에 이미 예고된 3벌 개벽의 시나리오는 이 모든 재앙들이 반드시 겹쳐서 한꺼번에 터진다고 하니, 그야말로 드래곤 킹인 것이죠. 그리고 개벽의 본게임은 중국의 대만 침공시 북한의 도발로 시작되며, 북한의 도발 이전에 천연두가 개벽의 전령사로 먼저 대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개벽 실제상황 보기) 그런데 현재 남북과 동북아 정세를 보면, 그 긴장관계가 마치 주식시장의 차트처럼 고조와 완화를 반복해 왔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파국의 방향으로 압력이 쌓여와서 이제는 누구도 이 관계가 거의 폭발직전의 상황에 와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사는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 지진에서부터 전쟁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재난들은 정규분포가 아닌 무작위 분포 혹은 멱법칙의 분포를 따르기 때문이다. 순환론적인 역사 이론들도 이러한 문제를 넘어서지 못한다. 재난이란 오히려 그것을 예언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어도 사람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마는 비극의 형태에 더욱 가깝다. 카산드라와 같은 예언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인지편향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예언을 듣는다고 해도 불확실성에 시달리다가 결국 '설마 나까지 참사의 희생물이 되기야 하겠냐'는 생각으로 이를 무시해버리고 만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병사들이 불렀던 "지옥의 종소리가 땡땡땡 / 하지만 내가 아닌 네게 울리는 종소리" 라는 노래는 인류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다.
펜데믹과 같은 재난은 분리가 가능한 단일의 사건이 아니며 경제, 사회, 정치 등 다른 형태의 재난으로 반드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재난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면서 줄줄이 발생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또 실제로 그렇게 될 때가 많다. 이 세계가 네트워크로 긴밀히 연결될수록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이다.
저 멀리에서부터 씩씩거리며 달려오는 '회색 코뿔소gray rhino'처럼 '예측 가능한 습격'의 모습을 띤 재난들이 막상 우리를 덮치는 순간에 이 회색 코뿔소들은 불현듯 '블랙 스완black swan'로 돌변해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황당한 사건의 모습을 띠게 된다. 팬데믹, 지진, 전쟁, 금융위기 등의 여러 '검은 백조' 사건들은 '멱법칙power laws'의 지배를 받는 것들로, 우리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정규분포의 사건들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게 역사에서 나타나는 분명한 특징이다.
그리고 심지어 멱함수 분포마저 넘어서는 큰 규모의 사건인 '드래건 킹dragon king'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사건들은 모두 계산 가능한 위험이 아닌 불확실성 영역에 있는 것이다. 재난은 뻔히 예견될 때가 많지만, 익히 예견되었던 재난들조차도 막상 닥치고 나면 마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개중에는 그 사망자의 규모가 너무나 엄청나서 다른 재난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출처: 니얼 퍼거슨의 '둠 재앙의 정치학']
* 인지 편향(認知偏向, Cognitive bias)은 경험에 의한 비논리적 추론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자신의 기대와 생각에 일치하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인식하는 확증편향 같은 것이 있다. (인지편향 종류보기 클릭)
* 회색 코뿔소(The Grey Rhino)는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 WPI)의 소장 미셸 부커(Michele Wucker)가 2013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 다보스포럼)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2톤에 달하는 덩치, 크게 흔들리는 땅의 진동과 소리로 인해 코뿔소가 다가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다. 이에 비유하여 어떠한 위험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을 간과하여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회색 코뿔소로 표현한다. 미셸 부커는 저서 『회색 코뿔소가 온다』에서, 회색 코뿔소라고 불리는 상황은 주로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위기에 대한 사전 예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스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어려움, 책임성 결여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 블랙스완(Black Swan)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를 표현하는 용어다.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는 인식 속에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혹은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상상'이란 표현으로 서양 고전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7세기 한 생태학자가 호주에서 '블랙 스완'을 발견하면서 발생 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일이란 의미로 변모했다. 이후 월가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발간한 '검은 백조'(The Black Swan)라는 책에서 발생 가능성이 극도로 낮지만 일단 일어나면 예상치 못한 충격과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묘사한 이후 경제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 드래건 킹(Dragon king)은 블랙스완처럼 보이지만 갑자기 나타나지 않고 수많은 경고 신호를 보낸다. 세상의 모든 파국은 지진의 사례처럼 작은 지진 이어지며 반드시 경고 신호가 나타난다. 작은 지진의 압력이 모여 큰 지진을 일으키듯이, 주식 시장에서도 상승이든 하락이든 간에 일정한 방향의 압력이 쌓이다가 일시에 폭등과 폭락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드래건(dragon)'은 극단적 사건을 나타내며 '킹(king)'은 군주제 국가의 왕에서 착안했다. 군주제 국가의 왕은 소득 분포의 통계 법칙인 80대 20의 파레토 법칙에서조차 크게 벗어날 정도로 엄청난 부를 소유했다. 즉, 용과 왕은 정상에서 크게 벗어난 수치를 상징하는 셈이다. 지진의 발생처럼 예측할 수 있는 블랙스완이 있다고 주장한 디디에르 소르네트 교수는 이렇게 예측이 가능한 극단적 형태의 블랙스완을 '드래건킹(dragon king)'이라 불렀다.
* 멱법칙(power law)은 한 수(數)가 다른 수의 거듭제곱(기하급수적)으로 표현되는 두 수의 함수적 관계를 의미한다.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많은 분포들이 멱법칙을 따른다. 멱함수 법칙에서의 사건 분포는 평균을 중심으로 사건이 몰리는 종 모양의 정규 분포 곡선과 달리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영향력이 큰 '롱 테일(long tail)'과 발생 빈도는 높지만 영향력이 작은 소규모 사건들이 몰려있는 '숏 헤드(short head)'로 이루어진다. 멱함수 곡선은 자연계부터 경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상을 설명한다. 멱법칙을 따르는 경우는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산폭발, 지진의 강도, 태양 플레어의 활동주기나 일식 같은 특수한 자연현상, 전쟁, 경제공황 같은 사회현상들도 멱법칙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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