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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환단고기 해제 등

동방 한민족의 신교문화

by 광명인 2024. 4. 2.

한민족을 대표하는 고유 사상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분명하게 답할 한국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한민족에게 과연 고유한 철학이나 사상이 존재했던가? 이렇게 자문하는 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철학은 대부분 서양철학, 음양오행은 중국 사상,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도 전부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 종교들,,, 한국의 고유 종교는 기껏해야 원시 무속 신앙인 샤마니즘 정도, 물론 조선시대 꽤 유명한 성리학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사상도 결국 유교, 즉 중국사상의 아류가 아닌가? 따라서 과연 우리나라에 고유한 사상이 있었던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신라말 최치원 선생은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었으니 그것을 풍류라 했고, 이는 유불선 삼교를 포함한다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그럼 이 풍류는 과연 무엇인가? 환단고기는 이 풍류도가 곧 한민족의 전통 문화사상인 신교이며, 신교가 곧 뭇 종교의 뿌리라고 전하는 것이다. 신교는 실로 유불선 삼교와 기독교는 물론 서양의 모든 사상들도 다 포함할 수 있는 한민족의 위대한 고유 전통 사상이다. 그리고 신교문화의 핵심 키워드삼신인데, 그 이론적 바탕이 되는 경전이 천부경삼일신고이다. 환단고기는 신교의 핵심 진리를 깨치면 '인간이란 무엇이며, 역사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와 우주의 관계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고, 나아가 내 속에 깃든 신성을 깨달아 영원불멸의 태일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전한다. 

[환단고기가 밝혀주는 인류의 원형문화, 신교神敎]

우리 한민족의 역사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한민족 고유의 사상과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배달 시대 이래 6천 년에 달하는 유구한 전통을 가졌으나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 등 외래 사상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버린 한민족 고유의 사상과 정 신문화를 회복해야 한다. 그 중요성을 우리는 최인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민족의 흥망을 결정짓는 것은 무력이 아니고 문화 사상이다. 즉 문화 사상은 그 민족의 생명력이다. 그러므로 역사는 문화 사상을 중심으로 다루어야 한다." (최인, 한국사상의 신발견)

우리가 회복해야 할 한민족 고유의 문화 사상, 그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단군세기'의 "이신시교以神施敎(신도로써 가르침을 베푼다)"라는 구절에서 밝힌 '신교神敎'이다.

신교는 문자 그대로 '신의 가르침'을 뜻하고, 구체적으로는 '신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신교는 달리 풍류라 불리었다. 풍류에서 '풍風'은 바람과 같은 존재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신령스런 존재인 신을 상징한다. 따라서 풍류는 '신의 조화의 도', '신바람의 도'를 뜻하는, 신교의 다른 말이다.

신라의 지성 최치원은 난랑鸞郞이란 화랑을 기리며 쓴 비문의 서두인 '난랑비서鸞郞碑序'에서 풍류의 정체를 '유불선 삼교를 다 포함한, 예로부터 내려오는 신령스러운 도'라고 밝혔다.

나라에 지극히 신령스러운 도가 있으니 풍류라 한다. 그 교를 창설한 내력은 선사仙史에 자세히 실려 있으니, 실은 삼교三敎를 포함하여 군생을 접화하는 것이다. 들어와서 가정에 효도하고 나가서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노사구魯司寇(공자)의 뜻과 같은 것이요, 무위로 일을 처리하고 말없이 교를 행함은 주주사周柱史(노자) 종지와 같은 것이요, 악한 일은 하지 않고 선한 일을 받들어 행하는 것은 축건태자築乾太子(석가)의 교화와 같은 것이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듯이, 동방 한민족은 유불선이 출현하기 이전에 벌써 신교(풍류)라는 고유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신교는 그 사상이 심오하고 원대하여 나중에 등장한 유불선의 기본 사상을 이미 다 포함하고 있었다. 19세기 말에 나온 '신교총화'에서도 신교를 뭇 종교의 조상이며 모태가 되는 뿌리 진리라고 밝히고 있다.

신교는 환국시대 이래 환족의 이동과 함께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가 인류 정신문화의 뿌리가 되었다. 이 해제에서 동이와 수메르 문명, 인디언 문화, 북방 민족의 역사와 문화 등을 비중 있게 다룬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대 문명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고 깊이 진행될수록 태곳적 인류의 공통된 문화인 신교의 실체가 더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인류 역사는 곧 신교 확장의 역사인 것이다.

환단고기의 주제를 몇 가지로 압축할 때, 그 핵심 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신교이다. 그래서 신교를 제대로 알 때 '환단고기'가 전하는 한민족과 인류의 상고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해석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신교가 밝히는 한민족의 우주관, 신관, 인간관 등을 알아보고, 신교를 기록한 한민족의 고유 경전과 신교의 다양한 풍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신의 두 얼굴 : 조물주 '삼신'과 통치자 '삼신상제'

[일신一神과 삼신三神]


태초에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에서 "우주와 인간은 자발적 창조(spontaneous creation) 과정을 통해 존재하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우주와 인간은 신의 개입 없이 자체의 자연 질서에 의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결정적 순간에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의 해답을 신의 계시를 통해 찾은 일화가 많이 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대자연의 모든 생명체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주된 근거로 신을 이야기해 왔다. 그 신을 동방의 신교에서는 일신一神이라 한다. 일신에서 '일'은 오직 하나뿐인 절대 근원을 뜻한다. 그런데 그 일신은 자신을 현실세계에 드러 낼 때 삼신으로 작용한다. 만유생명의 본체[體]로 보면 일신이고, 그 작용[用]으로 보면 삼신인 것이다(태백일사의 소도경전본훈). 그래서 한국인은 태고 이래로 우주의 조물주 하나님을 삼신이라 불렀다. 

그러면 조물주 하나님을 삼신이라 부르는 것은 서로 다른 세 분의 신이 존재한 다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한 분이신 조물주 하나님의 창조성이 세 손길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무형의 조물주 하나님이 3수 원리로 만물을 창조하며 변화를 열어 나가기 때문에 삼신이라 부르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의 세 손길은 조화造化, 교화敎化, 치화治化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삼신은 만물을 낳는 조화신造化神, 만물을 기르고 깨우치는 교화신敎化神, 그리고 만물의 질서를 잡아나가는 치화신治化神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이것은 하나 속에 셋이 들어 있는, '일즉삼一卽三 삼즉일三卽一'의 이치이다. 하나의 손가락이 세 마디로 나누어지듯이, 하나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작용하려면 셋으로 열려야 하는 것이다.

우주 만유가 생성된 근원인 삼신은 얼굴 없는 조물주로서 원신元神(Primordial God)이라 불린다. 하지만 삼신만으로는 인간과 만물이 태어날 수도, 현실 세계가 출현할 수도 없다. 삼신의 조화와 삼신에 내재된 자연의 이법을 직접 주관하여 천지만물을 낳고 다스리는 또 다른 신이 있다. 그 신은 바로 인류 문화사에서 볼 때 신에 대한 최초의 완전한 정의라 할 수 있는 '삼신일체상제三神一體上帝(삼신과 한 몸 이신 상제님)', 또는 '삼신즉일상제三神卽一上帝(삼신은 곧 한 분 상제님)'이다. 이를 줄여서 '삼신상제님' 또는 '상제님'이라 부른다."

삼신상제님은 무형의 삼신과 달리, 우주사회(Cosmic Society)의 통치자로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천상 보좌에서 온 우주를 다스리는 유형의 하나님으로 주신 (Governing God)이다. 원신인 삼신이 만물을 낳았지만, 삼신의 작용과 창조목적은 '한 분 상제님'의 통치권의 손길을 통해서 실현되고 완성된다. 이것이 환단고기 역사관 이해의 결정적 열쇠로 작용하는 '삼신일체상제'의 참뜻이다.

[일기一氣와 삼신三神의 관계]

그런데 조물주 삼신이 홀로 자연과 만물을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삼신은 먼저 우주에 충만한 '하나의 조화 기운', 즉 일기一氣를 발동시켜 만물을 태어나게 한다. 일기는 만유생명이 되는 본체이며, 곧 일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우주에 충만한 일기 속에는 삼신이 있고, 삼신은 밖으로 일기를 둘러싸고 있다. 

우주의 한 조화 기운인 일기에서 세 가지 신령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 곧 삼신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가 신에 앞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신과 기'는 언제나 '일체 관계'로 존재한다. 삼신이 일기를 타고 조화를 부림으로써 만물의 생성 변화가 비로소 일어나는 것이고, '또한 일기가 스스로 운동하고 만물을 창조하여 조화 · 교화 · 치화의 세 가지 창조 원리를 지닌 신이 되는 것이다.

이 일기와 삼신의 관계를 『환단고기』 「소도경전본훈」에서는 "회삼귀일會三歸一 (셋을 모아 하나로 돌아간다)"과 "집일함삼集一含三(하나를 잡으면 셋을 포함한다)"이라는 간결한 논리로 표현하였다. '회삼귀일' 삼신의 이치를 제대로 깨치면 우주를 움직이는 하나의 조화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고, '집일함삼'은 일기에 대한 철저한 깨달음이 이루어지면 삼신의 세 가지 조화의 손길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일신과 삼신의 관계, 일기와 삼신의 관계는 인류의 원형문화인 신교가 신에 대해 밝힌 가장 근원적인 깨달음이다.

2) 하늘·땅· 인간은 피조물이 아니다

조물주 삼신의 실상을 밝힌 삼신사상으로 비추어 보면 동양과 서양의 신관, 우주관, 세계관, 인간관확연히 구별된다.

유목 문화에서 태동한 기독교 중심의 서양 사회에서, 신은 만물의 창조자이며 하늘과 땅과 인간 위에 군림하는 강력한 초월신이다. 구약전서』를 보면, '신이 어둠 속에서 광명을 창조하고, 하늘과 땅을 창조하였고, 남자를 만들었으나 홀로 있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아 그의 갈빗대를 취해 여자를 만들었다' (창세기)고 한다. 신을 초월자로 규정하는 기독교 신관에서 하늘·땅· 인간은 모두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동양 사회에서는 하늘·땅·인간을 삼재라 하고, 삼재는 삼신의 자기현현現自己顯(self-manifestation), 즉 삼신이 현실계에 자신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 한다. 동양의 삼신사상으로 볼 때, 천지인은 결코 피조물이 아니다. 하늘도 신이요, 땅도 신이요, 인간도 신으로서, 천지인은 모두 살아 있는 삼신이다. 때문에 천지인 속에 삼신의 생명과 신성과 지혜와 광명이 그대로 다 들어 있다.

이러한 천지인을 상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천일天一 · 지일地一 · 태일太一이다. 인간을 '인일人一'이라 하지 않고 '태일'이라 한 것은 인간이 하늘땅의 뜻과 이상을 실현하는 존재로 하늘땅보다 더 크고 이 우주에서 가장 위대하기 때문이다.

천지인에 각기 '한 일一자'를 붙인 것은 살아 있는 삼신인 하늘과 땅과 인간이 모두 궁극으로는 '일신一神' 또는 '일기一氣'라는 하나의 근원자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천지인은 하나의 절대 근원에서 태동되어 동일한 위격을 가진 삼위 일체적 존재인 것이다. 천일·지일·태일, 이것은 한민족의 우주에 대한 인식, 즉 우주 사상의 핵심이자 한민족이 처음으로 전 인류에게 선포한, 소중하고 경이로운 진리
소식이다.

3) 염표문의 태일太一 사상과 홍익인간

한민족의 우주사상은 삼신에서 출발하여 태일사상에서 매듭지어진다. 그렇다면 태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존재이며 우리는 어떻게 태일의 인간이 될 수 있는지, 고조선 11세 도해道奚단군이 선포한 '염표문念標文'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염표문의 문자적 뜻은 '마음[念] 속에 지닌 큰 뜻을 드러낸[標] 글'이다. 배달을 건국할 때 환웅천황이 환국의 마지막 환인천제로부터 전수받은 개국이념인 재세이화, 홍익인간을 열여섯 글자의 대도 이념으로 정리한 것이 염표문의 시초이다(태백일사의 소도경전본훈). 여기에 도해단군이 천지인의 창조 정신과 목적을 덧붙여, 백성들이 마음에 아로새겨 생활화해야 할 지침서로 내려 주었다. 이로부터 염표문은 대대로 한국인의 '신교문화헌장'으로 인성론과 심법 교육의 모체가 되었다.

염표문에 따르면, 하늘은 아득하고 고요함으로 광대하니, 그 하는 일은 참됨으로 만물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이다. 땅은 하늘의 기운을 모아서 성대하니, 그 하는 일은 쉼없이 길러 만물을 하나되게 하는 것이다. 요컨대 하늘은 한순간도 거짓됨이 없이 참되고, 땅은 한순간도 쉼 없이 생명을 기른다.

그리고 사람은 '지혜와 능력'이 있어 위대하니, 그 하는 일은 서로 협력하여 태일의 세계를 만드는 데 있다. 사람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지구촌이라는 거대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그 공동체를 따뜻하고 보람 있는 곳, 나아가 조화로운 태일의 이상 세계로 만드는 원동력이 협력과 참여에서 나온다. 이것은 인생 성공의 기초이자 천지도덕의 대원칙이다. 

그런데 왜 하늘과 땅의 일에 비견되는 인간의 일, 즉 인간 삶의 길이 '협력하여 하나가 되는 것인가? 그것은 천지와 인간의 관계 때문이다. 인간은 삼신의 직접적인 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삼신의 현현인 하늘과 땅의 작용으로 생성된다. 그래서 하늘과 땅을 아버지와 어머니, 즉 천지부모天地父母라 부른다. 

인간은 천지의 아들딸로서 천지부모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주체가 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천지부모의 꿈을 이루고 인간 역사의 이상을 성취하기 위해, 즉 태일이 되기 위해 모두 협력하여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염표문은 이렇게 인간이 할 바를 밝힌 다음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천명하였다. 바로 '삼신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다스려서[在世理化]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라[弘益人間]'것이다.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삼신께서 인간에게 참마음을 내려 주셨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은 원래부터 신의 광명에 통해 있다. 이 신의 광명은 곧 우주가 열리기 전부터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던 대광명 [一光明]이다. 수백 만 년 전의 인간이든, 십만 년 전의 인간이든 오늘의 인간이든 모두 우주 광명과 통해 있는 신령스런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신령한 인간을 삼신의 가르침으로 다스려 일깨워서 천지의 뜻과 대이상을 펼치는 존재가 되게 하는 것, 다시 말해서 인간을 진정한 태일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염표문이 전하는 익인간의 궁극이다.

이러한 홍익인간의 도를 실천하는 인간이 곧 우주의 광명 인간이자 태일이다. 이 태일의 존재가 될 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위격이 마침내 바로 서게 되는 것이다.

4) 영원불변의 가치, 진선미

동방 한민족의 우주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환단고기는 인간 삶의 영원 불변한 3대 가치인 '진선미眞善美'에 대해서도 놀라운 가르침을 전한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진선미 사상의 발원처는 바로 삼신이 낳은 천지인이다.

천지인 삼재 중에서 하늘은 '청정과 참됨을 본질로 삼는 지극히 큰 본체[淸眞大之]'이다. 하늘은 언제나 맑고 참되다. 다시 말해서 참[眞] 하늘의 본성이다. 그 래서 참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하늘을 묵상하고 거짓된 세상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천지 대자연이 얼마나 넓고 신비로우며 무한한 생명력으로 충만한지를 느낄 때 참의 세계, 진리의 세계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땅은 '선함과 거룩함을 본질로 삼는 지극히 큰 본체[善聖大之體]'이다. 다시 말해서 선善은 땅의 본성이다. 땅은 만물을 길러 내는 선의 덕성으로 충만하고 성스럽다. 때문에 박테리아에서부터 바다 속의 어족, 공중을 나는 새, 들판을 뛰노는 짐승에 이르기까지 온갖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가 이 지구상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땅의 덕성, 선善은 윤리적 의미의 선이 아니다. 모든 것을 수용해서 어느 것도 마다하지 않고 낳아서 기르는 '어머니 대지의 덕성'을 일컫는 것이다. 뱀도 있고, 송어도 있고, 미꾸라지도 있고, 물방개도 있는 큰 연못, 태국을 생각하면 땅의 덕성인 선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인간은 '아름다움과 지혜로 지극히 큰 본체[美能大之體]이다. 다시 말해서 미美는 인간의 본성에 속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아름다움[美]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천지부모가 낳은 존재이므로 인간이 천성적으로 추구하는 아름다움[美]은 천지의 덕성인 참[眞]과 선善을 체득하고 실천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그렇게 아름다움을 실현하는 자가 바로 태일이다. 

결국 진정한 아름다움은 '천지의 광명과 신성, 지혜를 체득하여 천지의 원대한 꿈을 이루는 역사의 주인공'인 태일에 의해서 성취되는 것이다. 인간이 진정 아름다워지려면 천지를 알아야 하고 천지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인간을 아름다움의 창조자요 지혜의 주인으로 표현한 미능대지체, 이 한마디는 인간의 가치에 대한 극치의 표현이자 진리에 대한 최종 정의라 할 것이다. 

이상으로 볼 때,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 할 영원불변의 가치인 진선미는 하늘과 땅과 인간의 일체 관계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지와 우리가 하나가 될 때, 우리 몸에서 진정한 진선미가 발현될 수 있다.

인간 삶의 제1의 가치인 진선미의 출원까지 밝혀 주는 환단고기는 진정으로 한민족과 인류의 태고 창세역사를 기록한 역사 경전일 뿐 아니라 동서 종교와 철학에서 탐구해 온 여러 진리 주제에 대한 명쾌한 깨달음과 원형문화의 보편 가치를 열어 주는 철학 경전이요 문화 경전인 것이다.

5) 신교의 3대 경전 : 천부경」·「삼일신고」·「참전계경

신교 문화의 우주사상을 전하는 한민족의 3대 경전이 있다. 신교 우주관의 정수를 기록한 천부경天符經, 신교의 신관이 집약된 삼일신고三一神話, 신교의 인간론을 담은 '참전계경參佺戒經'이 바로 그것이다.

천부경은 인류의 창세 역사 시대인 환국에서 구전되어 오다 배달 시대에 문자로 옮겨진, 한민족의 최초 경전일 뿐 아니라, 인류 최초의 경전이다. 천부天符는 '하늘의 법' 이란 뜻이므로, 천부경은 '하늘의 이법을 기록한 경전' 또는 '우주 이법의 주재자인 상제님의 천명을 기록한 경전'을 말한다. 모두 81자에 불과한 짧은 글 이지만, 천지인의 창조와 변화 원리를 압축적으로 밝히고 있다. 맨 처음 천부경은 배달의 신지神誌 혁덕赫德이 녹도문鹿圖文이라는 옛 문자로 기록하였다. 지금의 판본은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이 전고비篆古碑(전자로 기록된 옛 비석)에 적힌 경문을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천부경은 우주만물의 근원과 창조의 원리1에서 10까지 수數로써 밝히고 있다. 그 핵심에는 우주 만유가 전적으로 하나[一]에서 나와서 벌어졌다가 다시 하나로 돌아간다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하나는 천지만물의 존재근원으로 무궁무진한 상징성과 포용성을 함유한다.

천부경 81자는 상경 · 중경 · 하경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상경은 1과 3의 관계, 하나가 셋으로 펼쳐져 그 존재성을 드러내고, 셋이 하나에 근거해서 진리가 되는 3수 원리를 다룬다. 3수 원리는 바로 우주를 구성하는 세 축, 즉 하늘·땅·인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하늘·땅·인간이 절대근원인 하나에서 갈라져 나와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더라도 그 근본은 다함이 없는 것이다.

중경은 3의 변용變用을 말한 것으로, 하늘·땅·인간이 모두 '음양'으로 작용하여 천지만물이 전개됨을 나타내고 있다. 동양 사상의 근간인 음양론이 정리된 첫 작품이 바로 천부경이다. 그 후 음양론이 더욱 심화 발전된 것이 5,600년 전, 배달의 5세 환웅의 막내아들인 태호복희씨가 하늘로부터 받아 내린 하도河圖이다. 하도에서 팔괘가 나오고, 팔괘에서 주역의 64괘 음양론이 나왔다. 현세의 음양 오행 문화 역시 신교의 우주론에서 뻗어 나온 것이다.

하경은 하늘과 땅의 창조 목적이 되는 '태일 인간론'의 극치로, 인간이 지닌 근원적인 본심이 태양처럼 천지를 밝히고, 그러한 본래 마음의 우주 광명을 열어 천지와 하나로 통하여 태일의 인간이 될 수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태일의 광명 인간이 되어야 인간은 비로소 천지일심의 경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삼일신고배달의 시조 거발환환웅이 백성들을 교화하기 위해 지은 신학서神學書이자 인성론과 수행론의 경전이다. 환웅천황은 나라를 열고서 천부경을 강설하고[演天經] 삼일신고를 강론하였다[講神誥]고 전한다. 이미 6천 년 전에 우리 한민족에게는 우주와 신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깨달음이 있었고, 그것은 곧 백성들 사이에 보편적인 앎이었다.

삼일신고는 총 366자로 되어 있는데, 집일함삼集一含三과 회삼귀일會三歸一근본 정신으로 삼고, 삼신상제님과 인간과 우주만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삼일신고는 '허공虛空', '일신一神', '천궁天宮', '세계世界', '인물人物'이라는 다섯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허공' 장은 바로 대우주 시공간의 실체가 허虛와 공空이요, 우리 생명의 참모습임을 밝히고 있다. 둘째, '일신' 장은 하늘에 한 분의 하느님, 즉 삼신일체 상제님이 계시고, 이분이 우주만물을 주재하여 꿈의 선경낙원을 지상에 실현하는 공덕을 이루심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셋째, '천궁' 장은 상제님이 임어해 계신 곳이 천궁인데 오직 우주 광명의 본성에 통하고 삼신의 공덕을 완수한 자가 이곳에 들어와 영원한 천국의 즐거움을 얻음을 말해 주고 있다. 넷째, '세계' 장은 밝은 태양이 세상을 비춤으로써 인간과 만물이 탄생하여 우주 역사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 '인물' 장은 인간과 만물이 삼신과 삼신상제님의 조화로 생겨났음을 전하고, 인간이 본래의 참된 성품에 통하고 역사에 큰 공덕을 완수하는 태일의 인간으로 거듭나 대인의 자아[大我]가 되는 길을 밝히고 있다.

참전계경 배달 시대부터 내려오던 한민족의 윤리 교과서이다. 참전은 '참여할 참參'자에 '신선 이름 전佺' 자인데, '전佺' 자는 '사람 인人 변'에 '온전 전全'자를 붙인 글자이다. 그래서 참전은 '완전한 인간이 되는 길에 참여한다'는 뜻이고, 참전계란 그러한 인간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계율을 말한다. 참전계경이 현재와 같은 8강령 366절목을 갖추게 된 것은 고구려 때 재상 을파소 때이다. 그는 나이 어린 영재들 중에 참전계를 잘 지키는 자를 뽑아 삼신을 위해 일하게 하였다고 한다.

참전계경의 366절목이란 인간이 세상을 살면서 행하거나 겪는 모든 일을 삼 백예순 여섯 가지로 분류하여 그 처신을 알려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경전을 일명 366사三百六十六事라 부른다. 그 366사의 첫째가 바로 경신敬神, 즉 삼신상제님께 지극한 마음을 다하는 우주의 일심사상이다. 단군세기에서는 상제님의 덕을 찬양하는 <어아가>가 참전계가 되었다고 한다. 배달 시대부터 전해 오던 참전계에 어아가의 내용이 더해져서 계율 내용이 더욱 풍부해졌고, 고구려 시대에 지금의 체계로 굳어진 것이다.

천부경 · 삼일신고 · 참전계경, 이 세 경전에 담겨있는 근본 가르침은 한마디로 한민족의 우주사상이다. 이 우주사상을 제대로 깨치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나와 우주의 관계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고, 나아가 내 속에 깃든 삼신의 신성을 깨달아 유한한 인간 생명의 벽을 넘어 영원불멸의 태일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므로 삼신의 생명과 신성을 깨닫는 것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다.

6) 신교의 원형 3도 : 전도·선도仙道·종도倧道

환단고기가 전하는 신교 문화를 말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배달과 고조선 시대에 신교의 삼신 원리에 따라 전도佺道, 선도仙道, 종도倧道라는 유불선 삼교의 뿌리가 되는 원형 삼도가 출현한다는 점이다. 

태백일사의 신시본기에 따르면 전도佺道가 가장 먼저 나왔는데, 배달의 초대 환웅전도佺道로 백성을 가르쳤다. 전佺은 지혜[智], 덕성[徳], 천도天道의 참됨을 두루 갖춘 완전한 인격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전도佺道는 천도天道, 즉 하늘의 창조 정신에 근본을 둔 것으로 성性·명命·정精 삼진三眞 중에서 성性에 통하여 참됨[眞]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연마해야 할 계율을 기록한 경전이 앞서 말한 「참전계경」이다.

선도仙道는 배달의 14세 치우천황이 신선[仙]의 도로써 법을 세워 사람들을 가르친 데에서 유래한다. 지도地道에 근본을 둔 것으로 자신의 영원한 생명력[命]을 깨달아 널리 선함[善]을 베푸는 도이다. 현실에서의 인간 생명은 유한하지만, 본래 삼신에게서 부여받아 인간 속에 내재된 생명은 무한하다. 인간 속에 깃들어 있는 불멸의 생명, 이 영원한 생명을 갈고 닦는 것이 선도이다.

종도倧道는 고조선을 세운 단군 성조가 종倧의 도로써 왕이 되어 백성을 가르친 데에서 유래한다. 인도人道에 근본을 둔 것으로, 자기 몸의 정기[精]를 잘 보존하여 대인이 되어 아름다움[美]을 실현하는 것이다.

전·선·종은 또한 삼신상제님의 도를 닦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단군세기에 따르면, 전은 백성들이 천거한 스승으로 세 고을에서 뽑힌 사람이고, 종은 국가가 뽑은 스승으로 구환, 즉 나라 전체를 통틀어 뽑힌 사람이다. 이러한 원형 삼도의 가르침은 오직 단군세기태백일사에서만 찾을 수 있다. 원형 삼도가 단군세기에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천보산에서 이암 일행에게 신교 문화 역사서를 전해 준 소전素佺거사 덕분이다. 이암은 소전이라는 은둔 도사가 건네 준 책을 읽고 깨달아서 신교 시대의 삼도를 기록한 것이다.

그 후 이맥이 집안 대대로 전해 오던 사서와 자신의 직분상 접할 수 있었던 궁궐 내 비서秘書를 토대로 쓴 「태백일사』 덕분에 신교의 삼도가 조선 시대까지도 전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한민족사에서 전도는 그 맥이 단절되었고, 선도는 선교 또는 도교로 살아 있으며, 종도는 조선 말기 이래 대종교大倧敎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환단고기』가 밝히는 원형 삼도 소식을 통해서, 우주와 일체를 이룸으로써 유한한 삶을 뛰어넘어 도달하는 불멸의 생명에 대해, 그리고 그 불멸의 생명을 얻는 방법에 대해 동북아 신교 문화가 밝힌 바를 원형 그대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7) 신교는 군사부君師父 문화의 출원지

동방 문화의 핵심 중 하나인 군사부 문화, 다시 말해서 군도君道, 사도師道, 부도父道 역시 신교의 삼신문화에 뿌리를 박고 있다. 임금의 도는 만물을 다스리는 치화신에서, 스승의 도는 만물을 기르고 깨우치는 교화신에서, 아버지의 도는 만물을 낳는 하늘의 조화신에서 비롯되었다. 아버지는 자식을 낳으므로 조화신의 도를 실현하고, 스승은 제자를 가르치므로 교화신의 도를 실현하고, 임금은 백성을 다스리므로 치화신의 도를 실현하는 것이다.

태백일사는 군사부의 도를 천지인의 본성과 연관지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버지의 도 하늘의 도를 본받아 참됨으로 하나가 되니 거짓이 없으며, 
스승의 도는 땅의 덕을 본받아 부지런함으로 하나가 되니 태만함이 없으며, 
임금의 도는 사람의 도덕을 근본에 두고 화합하여 하나가 되니 어긋남이 없다.

아버지의 본성과 소임은 우주 만물을 낳는 하늘과 상통하고, 스승의 본성과 소임은 온갖 생물을 키우고 번성시키는 땅과 상통하고, 임금의 본성과 소임은 서로 화합하며 살아가는 인간과 상통한다.

환국 · 배달 · 고조선의 삼성조를 세운 환인 · 환웅 · 단군은 군사부의 도를 역사 속에서 실현한 분들이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환인천제는 아버지의 도를 집행하여 천하를 한 곳에 모았고, 환웅천황은 스승의 도를 집행하여 천하를 거느렸고, 단군천황은 임금의 도를 집행하여 천하를 다스렸다.

출처: 안경전 환단고기 역주본 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