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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수행법/마음공부

혜명경-정情의 발동과 진종眞種의 맹아萌芽

by 광명인 2024. 4. 4.

유가와 불가 및 기독교의 수행법과 달리 도가 수행에서 강조하는 것은 정精의 중요성인데요. 유화양선사가 저술한 혜명경은 수행에서 정精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가 수행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아래 내용은 혜명경에 관한 '손정벽孫廷璧의 서문序文'과 본문중에 나오는 '정情의 발동과 진종眞種의 맹아萌芽'에 관한 부분인데, 혜명경의 대강을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양 수행론은 철저히 우주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양 우주론, 음양론을 모르면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수 없는 은유적 표현들이 많이 있는데요. 따라서 동양의 우주론에 대한 이해는 동양의 사상과 철학, 의학, 종교, 문화 등 거의 모든 공부, 특히 수행론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공부라 생각합니다. 천부경우주론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궁극의 수행론에 대한 깨달음을 전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명정을 나타내는 삼태극 문양

도(道)를 잘 닦는 자는 그 정혼(精魂)이 굳게 뭉쳐서 죽어서 천상에 올라가 영원히 흩어지지 아니하나 도를 닦지 않는 자는 정혼이 흩어져서 연기와 같이 사라지느니라.” [증산도 도전 9:76장]

[혜명경 손정벽孫廷璧의 서문序文]


인간의 삶이 영원할 수가 있는 것일까? 예로부터 지금까지를 보면 아직 죽지 않은 성현이란 있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생명이 영원할 수가 없다는 것일까? 과연 그러하다면 세존께서는 왜 또 능히 죽지 않는 아라한阿羅漢이 있다고 말씀하셨던 것일까?

역易에 이르기를 "하늘과 땅의 기운이 쌓임에 만물이 화해서 두텁게 엉기고, 남녀가 정기精氣를 얽음에 만물이 화해서 생겨난다"라고 하였고, 또 "남녀가 있은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父子가 있으며, 부자가 있은 뒤에 군신君臣이 있고 군산이 있은 뒤에 위와 아래가 있으며, 위와 아래가 있은 뒤에 예의禮儀를 둘 바가 있느니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옛 성인聖人은 남녀의 관계에 있어서 부부의 관계를 조심하게 하고, 행동거지를 삼가하게 하며, 세 번 뜻을 지극하게 하였는데, 이는 삶을 존귀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하물며 불가의 가르침이라는 것은 청정자비를 주된 것으로 삼는 것이니, 더욱이 아라한과 같은 불사不死의 道를 구함이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道를 어찌 스승의 가르침과 전수도 없이 득할 수가 있겠는가?

여기의 화양華陽스님은 종전에 이미 '금선증론'이란 책을 저술 한 바가 있었고, 염관鹽官인 오군吳君이 그 책의 내용들을 좋아하여 서문을 지어서 나를 찾아와 함께 서명을 하고 관인官印을 찍어서 환성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다시 '혜명경'을 저술하여 서문을 써달라고 부탁을 받게 되었다.

책의 목록을 살펴보니 누진도漏盡圖로부터 결의決疑까지 총 14장으로 이루어졌고, 그 내용을 보면 "성명性命을 알지 못하면 대도大道를 닦아도 이루는 바가 없을 것이고, 예로부터 내려오면서 부처와 조사들은 이 성명性命으로 말미암아 수련하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수修라는 것은 파괴된, 몸의 정기精炁를 보완하여 본래의 완전함으로 회복하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련煉이라는 것은 화火로써 물物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화火풍風이 없이는 타오르지 못하고, 물物거처居處하는 바의 자리가 없이는 머물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런고로 지극한 대성인은 대도大道의 이치를 살펴 깨달아 성性과 명命을 닦는 바탕으로 하였는데, 풍風(호흡) · 화火(의념) · 물物(정수) · 소所(하단)를 함께 취하여 그 쓰임으로 하였다.

심心과 신腎을 서로 합하는 것이 곧 성명性命을 합일合一 하는 것인데, 명命이라는 것은 신腎에 뿌리를 두고 있어 신腎이 동 하게 되면 곧 수水로 되고, 성性이라는 것은 심心에 뿌리를 두고 있어 심心이 동하게 되면 곧 화火로 된다. 화火를 수水 중으로 들어가게 하면 혜명慧命은 몸 밖으로 흩어져 소모되지 않게 되고, 다시 풍風으로써 불어주고 화火로써 변화시킴으로써 참 생명의 씨앗인 진종眞種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며, 그 진종眞種을 더 닦아나감으로써 사리舍利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그 '혜명경'에서 가르치고 있는 바의 큰 틀이라고 할 수 있다. ,,, 중략,,,

때는 건륭 갑인(1794) 초겨울로, 경진년 과거科擧에 장원을 하고 전시殿試에서 3등으로 급제한 어전시위御前侍衛이었으며, 통의대부通議大夫의 작위를 받아 절강浙江 황암진黃巖鎭 총병관總兵官을 원임原任하였고, 지금은 무현장군武顯將軍의 작위를 받아 안경安慶 여단旅團의 부장副將을 대리代理하고 있는 손정벽 서문을 쓰노라.

[정情의 발동과 진종眞種의 맹아萌芽]

육조단경에 이르기를 “정情의 생겨남이 있어 를 심게 된다"라고 하였다.


이 정(情, 여기서는 精을 가리킴)이라는 것은 혜명慧命을 닦는 첫 시작 단계에 있어서의 천기天機를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서, 만약 이 정情이라는 것이 없다면 절대로 부처의 도과道果를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농가農家에서 씨종자도 없으면서 추수할 일만 바라는 것과 같아 어찌 어리석다고 하지 않겠는가?

오늘날 선禪 공부하는 스님들이 부처가 되지 못하는 것은 근원적으로 이 정情이라는 것을 모르는데 그 잘못이 있다.

지난 날 오조五祖는 전생에 재송도인栽松道人이었는데, 그때에 사조四祖에게 와서 사조四祖가 이룬 道를 가르쳐달라고 하였던 바, 사조四祖가 그의 형체와 뼈대를 본 즉 늙고 정情이 없었기에, “그대는 윤회를 한번 더하고 오라”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듣자 재송도인은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고 영혼으로 돌아다니다가 스스로 주周씨의 뱃속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난 뒤에 비로소 정도正道를 득하게 되었다.

재송도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가 있고, 게다가 아버지 없이 스스로의 영혼으로 하여금 모태로 들어가 잉태까지 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본다면, 족히 道가 있다고 말할 수가 있는데, 그는 과연 또 무엇을 구하려고 하였을까? 이에 대하여 마조馬祖는 "물物이 아니다"라고 말하였고, 육조六祖는 "음성婬性이 곧 불성佛性이다"라고 말하였는데, 두 노인양반은 여기에서 천기天機를 모두 누설해버렸다. 그러므로 용아선사龍牙禪師는 "인정人情은 농후濃厚하나 도정道情은 미약하며, 道를 이룸에 인정人情을 써야 함을 세상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헛되이 사람의 정情만 있고 道에 쓰여짐이 없다면 그 인정人情 또한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라고 말하였다.

이 사람의 정情이라는 글자는 한漢나라 명제明帝때부터 오늘날까지의 주석을 보면 의견이 분분하였는데, 만약 혜명慧命을 닦는 법을 얻지 못하고는 이 정情이 세상 물정의 정情이라고 해버리고, 한 두 마디의 상투적인 말이나 날카로운 화두話頭 같은 것이나 익히고는 道를 득했다고 자칭하면서 어리석은 사람들이 우롱한다면, 세상에서 눈 밝은 사람이 볼 때 얼마나 우스울 것인가?

그와 같이 허물어질 것[壞物]이라면 어찌 오조五祖와 육조六祖가 당시에 이것을 닦았으며 또 뒷사람들까지 기만을 했겠는가? 사실 오조五祖와 육조六祖는 여래의 도통道統을 계승한 자로서, 혜명慧命의 道에 대하여 입을 다물고 덕이 없는 사람들에게 전하지 아니하였던 것이다.

동방 신교가 전하는 모든 수행법의 기본원리 성명정, 삼진(세가지 참된 것)

혹자가 "이 정情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정情이라는 것은 곧 혜명慧命에서 화육되어 온 것이요, 원관元關이 문득 열리는 기틀의 관건이 소재所在하는 바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혜명慧命은 비록 원관元關안에 저장되어 있으나, 고요함을 얻으면 발생됨과 동시에 밖으로 확산되어 나와 외형(음경 또는 양물)과 더불어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에는 내 마음 속의 진의眞意를 통하여 뜻하지 아니하게 느끼고 알게 된다. 이러한 연고로 외형外形이 힘차게 일어서는 것을 정情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폐양관법여래閉陽關法如來(정기가 남자의 생식기를 통하여 누설되는 관문을 완벽하게 차단시키는 수행의 비법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여래)는 "動함과 靜함을 분별하고 판단하지 못하면 道를 닦아도 얻는 바가 없다"라고 말하였다.

또 묻기를 "하종下種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라고 하였다. 답하기를 "이 정情은 인도人道와 부처의 道를 이루는 순順과 역逆의 차이가 있으면서 大道를 성취하는 발단이 되는 것으로서, 진의眞意가 아니고서는 역행하여 근원으로 돌아오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무릇 부처 공부를 하는 자로서 이미 형동形動의 조짐을 알게 되었으니, 마땅히 고요함 속에 있는 나의 진의眞意를 명궁命宮(하단전) 안으로 주입하여 정情이 생기는 대로 바로바로 엉겨 모이게 해야 하는데, 이와 같이 하여 오랜 시일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천기天機가 발동되어 어느새 명궁命宮 안에 보리菩提가 생겨 나오게 된다. 그래서 '씨를 심게 된다'고 말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 묻기를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련을 해야 할 것인가?"라고 하였다. 답하기를 "이미 응凝(엉길 응)하는 법을 알았으니 연煙(연기 연)하는 법도 알아야 할 것이다. 연煉 이란 화火를 써서 수련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 화火라는 것은 호흡인 풍風이 도와주지 않으면 타오르고 뜨거워질 수가 없고, 또한 물질을 변화시킬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고로 세존은 "미풍微風으로 불어서 움직이게 한다"라고 하였고, 또 "화火로써 변화시킨 연후에 사리舍利를 거둔다"라고 하였다.

무릇 공부하는 자는 반드시 호흡을 바람으로 삼아 명궁命宮안의 진화眞火를 역으로 불어주어야 하는데, 즉 말하자면 명궁命宮에서 발생하여 몸 밖으로 누설되어 나가려는 혜명慧命을 호흡으로 통제하여 본원지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이 때에 혜명慧命을 엉기고 엉겨 마치 화로 속의 불씨처럼 되게 하고, 호흡을 다스리고 다스려 마치 풀무가 오고 가듯 면면하게 하여, 끊임없이 훈증시키고 불림으로써 유형이 무형으로 화생되게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법을 알고서 수련하면, 본궁本宮의 혜명慧命이 몸 밖으로 소모되어 나가는 일이 없을 뿐더러, 도리어 이 동기動機를 얻어서 나의 혜명慧命의 부족함을 보조할 수가 있다. 즉 유가儒家에서 이른바 '조화생생무궁造化生生無窮'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수행을 오래 하게 되면, 명命의 기반됨이 충만하여지므로 이를 '혜명불사慧命不死'라고도 부른다. 그러므로 여래는 가섭을 제도하고 나서 '죽지 않는 아라한'이라고 말하였던 것이다"라고 하였다.

출처: 유화양 선사의 혜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