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 무용총에 보이는 벽화는 자세히 살펴보면 전부 한민족의 고대 신선사상과 연관된 내용들이다. 그 중에 특히 꽃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 또한 신선사상과 연관된 것이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학자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옛 고구려 땅이었던 만주와 북한에는 고구려 고분이 1만 3천여 기가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 벽화가 있는 무덤으로 확인된 것은 106기라고 해. 4~7세기에 만들어진 이 고구려 고분 벽화는 고구려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그려져 있어 고구려를 아는 데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지.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연꽃이야. 연꽃은 무덤 벽을 가득 채우는가 하면, 벽이나 천장 등을 장식하는 데 쓰였지. 그렇다면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왜 연꽃이 많이 그려져 있을까?
그것을 설명하기 전에 고구려에서 전해지는 연꽃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줄게.
고구려에서는 해마다 7월 15일에 연꽃 축제가 열렸어. 고구려의 도읍지인 국내성 동쪽에는 큰 호수가 있는데, 사람들이 호수에 모여 연꽃 구경을 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냈지. 나라에서는 이날을 중요하게 여겨 ‘연꽃절’이라 정했어. 연꽃 축제일은 하늘나라에까지 알려져 7월 15일이면 연꽃선자가 연꽃을 구경하러 호수로 내려왔단다.
어느 해 고구려에서 새 왕이 즉위했어. 그는 백성을 사랑하고 인자했던 전 왕과 달리, 잔인하고 무자비한 왕이었어. 하늘나라를 다스리는 옥황상제는 고구려 왕의 포악함을 알고 그에게 벌을 주었어. 왕이 다스리는 고구려에 재해를 내린 거야. 가뭄이 들고 홍수가 나서 농사를 망쳐 수많은 백성들이 굶어 죽었지.
그해 7월 15일 연꽃선자는 연꽃을 구경하러 호수로 내려왔어. 그는 호수를 둘러보고 깜짝 놀랐어. 백성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왕과 신하들만 호숫가에 앉아 있었거든.
연꽃선자는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할머니로 변했어. 그러고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물었지.
“오늘이 연꽃절인데 왜 연꽃 구경을 가지 않죠?”
“임금이 포악하여 하늘에서 재해를 내렸어요. 흉년으로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마음으로 연꽃 구경을 가겠습니까?”
연꽃선자는 백성들의 사정을 알고 가슴이 아팠어.
‘양식이 없어 굶어 죽을 판인데 무슨 연꽃 구경이야? 백성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해 주자.’
연꽃선자는 호수에 핀 연꽃들을 향해 주문을 외었어. 그래서 씨를 맺어 밥 삼아 먹을 수 있게 하고, 뿌리는 채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했지. 그날 밤 연꽃선자는 국내성에 사는 백성들의 꿈속에 나타났어.
“어서 호수에 가세요. 연꽃 씨를 따서 밥 삼아 드시고, 연꽃 뿌리를 캐서 채로 만들어 드세요.”
다음 날 아침 백성들은 연꽃선자가 알려 준 대로 바구니를 들고 호수로 갔어. 그들은 연꽃 씨를 따서 밥 삼아 먹고, 연꽃 뿌리를 캐서 채로 만들어 먹었어. 연 음식은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맛이 있었지. 이때부터 백성들은 아무도 굶주리지 않게 되었단다.
며칠 뒤 임금은 백성들이 연 음식을 먹는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사람을 시켜 연꽃 씨와 뿌리를 캐 와 먹으려고 했어. 하지만 연꽃 씨와 뿌리가 돌처럼 변하여 씹을 수가 없었어.
‘으음, 이게 다 연꽃선자의 장난이야. 나를 먹지 못하게 한다면 백성들도 먹지 못하게 만들어야지.’
임금은 병사들을 불러 명령했어.
“너희들은 호숫가로 가서 모든 연꽃들을 뿌리째 뽑아 버려라.”
병사들은 임금의 명령대로 호숫가의 연꽃들을 모두 뽑아 버렸단다. 그런데 다음 날 호수에는 연꽃이 피어났어. 전날보다 더 많은 연꽃이 피어났지.
그러자 임금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왕으로 변했다는구나.
백성들은 임금의 횡포에 맞서 자신들을 도와 준 연꽃선자가 너무도 고마웠어. 그래서 해마다 7월 15일이 되면 연꽃 구경만 하지 않고 향불을 피워 연꽃선자에게 제사도 지냈단다.
이때부터 연꽃을 사랑하고 숭배하는 일은 고구려 사람들의 풍습으로 자리 잡았어. 사람이 죽으면 반드시 무덤 속 벽화에 연꽃을 그려 넣게 되었다는구나.
고구려 사람들이 고분 벽화에 연꽃을 그려 넣은 까닭은 내세의 삶에 대한 기대 때문이야. 벽화에 화려한 삶의 모습을 그리는 것도 내세에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지. 그런데 죽은 뒤에 다시 살아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연꽃이었어. 불교에서는 ‘연화 화생’이라고 하여 연꽃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고 했어.
고구려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연꽃 구경을 좋아했어. 더운 여름에는 연못가에 가서 티 없이 맑은 연꽃을 봄으로써 세속에 물든 마음을 깨끗이 씻는다 하여 연꽃 구경을 ‘세심(洗心) 놀이’라고 했단다.
조선 시대 한양에는 동대문ㆍ서대문ㆍ남대문 밖에 연못이 있었어. 연못에 핀 연꽃을 보고 동인ㆍ서인ㆍ남인 등 당파의 성쇠를 가늠했다고 해. 동대문 밖 연못에 연꽃이 무성하면 동인이 득세한다고 여겼지. 그런데 어느 해, 남대문 밖 연못에 연꽃이 무성한 걸 보고 집권 세력이 불안감을 느꼈지. 앞으로 남인이 득세할 거라고 믿어 그 연못을 파 없앴다는구나.
출처 : 소년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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