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25년 9월, 역사의 분기점
2025년 9월 17일, 스탠포드 대학교와 Arc Institute 연구팀이 bioRxiv에 올린 한 편의 논문이 전 세계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게놈 언어 모델을 이용한 새로운 박테리오파지의 생성적 설계(Generative design of novel bacteriophages with genome language models)."[논문 원문보기]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AI가 완전한 게놈(Genome)을 설계했고, 그 설계도를 바탕으로 합성한 16종의 바이러스가 실제로 작동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AI가 만든 박테리오파지들이 자연계 바이러스보다 훨씬 강력했다는 점이다. 최소 16배, 최대 65배 빠른 증식 속도를 보였다. [이 칼럼은 아래 유튜브 영상을 참조하여 정리된 것입니다.]
1부: 생명 창조의 서막 - 무엇이 만들어졌는가
Evo - 생명의 언어를 배운 인공지능
연구팀이 사용한 AI 모델 Evo는 ChatGPT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다만 교과서와 블로그 글 대신 약 200만 개의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 게놈을 학습했다.
Evo 1은 2024년 11월 Science지에 발표되었을 때 이미 획기적이었다. 27억 개의 원핵생물 및 파지 게놈으로 훈련된 이 모델은 CRISPR-Cas 분자 복합체와 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생성할 수 있었다. 3개월 후 출시된 Evo 2는 더 진보했다. 인간, 식물, 기타 복잡한 단세포 및 다세포 종의 정보를 포함하여 생명나무 전체에 걸쳐 9조 3천억 개 이상의 뉴클레오타이드로 훈련되었다.
연구팀은 역사적인 박테리오파지 ΦX174(파이X174)를 설계 템플릿으로 선택했다. ΦX174는 1977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프레더릭 생어(Frederick Sanger, 1918~2013))가 최초로 완전 시퀀싱한 게놈이었고,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 1946~)가 최초로 화학적으로 합성한 게놈이었다. ΦX174는 작지만 복잡하다. 5,386개의 뉴클레오타이드로 11개의 유전자를 암호화하며, 대장균을 정확히 표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다.
게놈 설계는 건물을 짓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건물은 일단 지어놓으면 가만히 있지만, 게놈은 스스로 작동한다. 특히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s)는 단순히 유전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스스로 조립되고, 숙주 세포를 정확히 찾아 감염시키고, 자신을 복제한 뒤, 마지막으로 숙주를 파괴하고 탈출하는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에보파이(Evo-Φ) - 자연을 뛰어넘은 창조물
Evo AI 모델은 약 300개의 잠재적 파지 게놈을 생성했고, 그 중 302개가 후보로 선정되어 합성되었다. 285개는 전체 게놈을 생성할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16개가 대장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AI가 생성한 합성 박테리오파지는 자연계 ΦX174보다 훨씬 강력한 감염 능력을 보였다. 세 번의 실험에서 ΦX174는 최고 3위에 그쳤다.
더 놀라운 것은 파지 저항성을 갖도록 진화한 세 가지 대장균 균주에 대해, ΦX174 단독으로는 죽일 수 없었지만, AI가 생성한 파지들의 칵테일은 빠르게 박테리아의 저항성을 극복했다. 생존 가능한 일부 파지 게놈은 알려진 모든 박테리오파지 게놈과 너무 달라서 기술적으로 자체 종으로 분류될 정도였다.

2부: 생명 진화 37억 년을 단축시킨 AI
진화의 본질을 학습하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AI가 새로운 바이러스 16종을 만들어냈다는 단편적인 성공 사례가 아니다. 생성형 AI가 수십억 년에 걸친 생명체의 진화 원리를 성공적으로 학습했다는 강력한 증거다.
AI는 무작위로 염기 서열을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게놈을 작동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규칙을 이해하고 설계했다. 이는 마치 ChatGPT가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문법과 의미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
1977년 ΦX174가 최초로 시퀀싱되었을 때, 인류는 생명의 언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2003년 크레이그 벤터가 이를 화학적으로 합성했을 때, 인류는 생명의 언어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25년, AI는 생명의 언어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기술 발전의 경이로운 속도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 1928년: 페니실린 발견 - 세균의 존재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시대
- 1953년: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 - 불과 72년 전
- 1977년: 최초 게놈 시퀀싱 (ΦX174) - 48년 전
- 2003년: 최초 게놈 화학 합성 - 22년 전
- 2012년: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 - 13년 전
- 2020년: GPT-3 출시 - 5년 전
- 2024년: Evo 1 출시 - 1년 전
- 2025년: AI가 설계한 최초의 생명체
100년 전만 해도 작은 상처나 충치로 사람이 죽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출산 중 산모가 사망하는 것도 흔했다. 당시의 의학은 생존의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DeepMind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는 이렇게 말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수십억 달러가 든다. 이 시간을 몇 달, 어쩌면 몇 주로 줄일 수 있다. 앞으로 AI가 모든 질병을 끝내버릴 것이다."
대부분은 이를 헛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단백질 구조 예측도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lphaFold가 등장하고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해졌다.

3부: 판도라의 상자 - 양날의 검
치료의 혁명인가, 멸종의 도구인가
이 기술은 인류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긍정적 가능성:
- 파지 치료법 개발을 통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감염 치료
- AI는 환자의 특정 박테리아 감염에 맞춘 맞춤형 파지를 생성할 수 있다
-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의 극적인 감소
하지만 동시에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위험도 내포한다.
생화학 무기의 민주화
RAND 연구에 따르면, AI가 병원체 기반 생물무기 설계에 관여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느린 진전과 소폭 증가한 위험을 예상했지만, 다른 이들은 모델이 특정 임계 능력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새로운 생물무기를 설계하는 능력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CNAS 보고서는 최근 연구들이 파운데이션 모델이 곧 악의적 행위자들이 무기화 가능한 생물학적 제제를 획득하는 능력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AI 시스템이 실험이 잘못된 부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능력으로, 이는 작동하는 생물학적 제제 개발에 필수적인 설계-구축-테스트-학습 피드백 루프를 가속화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술의 발전은 전쟁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 AI 드론이 그랬고, 핵무기가 그랬다. 생물학 무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중 사용(Dual-Use)의 딜레마
생물학 연구는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유익하지만, 일부 생물학적 정보나 기술은 의도적으로 또는 우연히 오용되어 대중에게 중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AI 기반 생명과학 연구도 다르지 않다.
스탠포드 팀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 Evo의 초기 훈련에서 진핵생물(인간 세포 포함)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 인간의 감독 없이는 AI 알고리즘이 기능적 게놈을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연구팀 리더 브라이언 히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AI로 생물무기를 설계하고 싶다면, 자연에서 가져오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은 비실용적일 뿐이다."
4부: 팬데믹의 진화 - 코로나를 넘어서
우리가 겪은 교훈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었다. 마스크를 3년 가까이 쓰면서, 우리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 얼마나 거대한 재앙인지 몸으로 느꼈다. 코로나19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였다. 치사율은 약 1~2% 수준이었고, 주로 노약자와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전 세계 7백만 명 이상 사망 (공식 집계)
- 글로벌 경제 마비
- 사회적 격리와 정신건강 위기
- 의료 시스템 붕괴 위기
그런데 만약 AI가 설계한 바이러스가 악의적으로 사용된다면?
완벽한 병원체의 설계
AI는 특정 민족 집단이나 심지어 개인을 표적으로 하는 더 독성이 강하고 정밀한 생물무기를 설계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AI 챗봇은 안전장치를 회피하면서 치명적인 병원체 합성을 위한 단계별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2022년, 연구자들은 의료 연구 AI 시스템을 재조정하여 몇 시간 만에 40,000개의 잠재적 화학전 물질을 생성했다.
이론적으로 AI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 병원체를 설계할 수 있다:
- 높은 치사율: 감염자의 50% 이상 사망
- 높은 전파력: 공기 중 전파, R0 값 10 이상
- 긴 잠복기: 증상 발현 전 2-3주간 무증상 전파
- 치료 저항성: 기존 항생제/항바이러스제에 내성
- 검출 회피: 기존 진단 도구로 검출 불가
- 특정 표적: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집단만 공격
이런 "완벽한 병원체"가 출현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팬데믹이 아니라 **인류 멸종 사건(Extinction Event)**이 될 수 있다.
인류는 준비되어 있는가?
OpenAI는 2025년 2월 Deep Research 능력에 대한 안전 평가를 발표하면서, "우리의 평가 결과 딥 리서치가 전문가들의 재출현 생물학적 위협 작전 계획을 도울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준비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Johns Hopkins, Stanford, Fordham 대학의 연구자들은 2024년 8월 논문에서 "모델이 현재 생성 능력에 제한이 있지만, AI의 급속한 발전과 계산 및 데이터 생성에 투자되는 점점 더 큰 자원을 고려할 때 능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5부: 병란의 시나리오 - 멸종의 문턱에서
최악의 시나리오
2027년, 어느 지하 연구소, 한 생명공학 박사가 Evo의 파인튜닝 버전을 사용한다. 그는 다음과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한다:
"다음과 같은 병원체를 설계하라: 공기 전파, 잠복기 21일, 발현 후 치사율 70%, 기존 항바이러스제 내성, PCR 검사 회피 능력을 가진 호흡기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A 프레임워크 기반,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 변형 통합, 에볼라 출혈 증상 유전자 삽입."
AI는 48시간 안에 300개의 후보 게놈을 생성한다. 연구자는 클라우드 랩 서비스를 통해 가장 유망한 10개를 합성한다. 안전 검사를 우회하기 위해 게놈을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주문한다.
3개월 후, 그중 하나가 작동한다. 처음에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감염자들은 3주간 아무 증상 없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첫 사망자가 나왔을 때, 이미 5개 대륙에 퍼진 상태다.
기존 진단 도구는 이 바이러스를 검출하지 못한다. 새로운 검사 개발에만 2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감염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백신 개발이 시작되지만, 바이러스는 AI가 설계한 대로 높은 돌연변이율을 가지고 있다. 첫 백신이 나올 때쯤, 바이러스는 이미 내성을 획득했다.
6개월 후, 전 세계 인구의 40%가 감염된다. 치사율 70%라면... 28억 명이 사망한다.
이것은 순전히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기술적으로는 점점 가능해지고 있다.
현실성 평가
이 시나리오가 얼마나 현실적인가?
| 2025년 현재 | 2030년 예상 | 2035년 예상 |
| 기술적 가능성: 30% | 기술적 가능성: 70% | 기술적 가능성: 90% |
| 실행 가능성: 20% | 실행 가능성: 50% | 실행 가능성: 70% |
| 통제 가능성: 60% | 통제 가능성: 40% | 통제 가능성: 30% |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은 증가하고 통제력은 감소한다.
에필로그: 분기점에 선 인류
2025년 9월, 스탠포드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단순한 과학적 성과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다시 태어난다면 무조건 바이오를 전공할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 있다. 앞으로 10년간 생명공학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다. 그것은 최대의 기회이자 최대의 위험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분기점에 서 있다. 한쪽 길은 AI가 모든 질병을 끝내고 인간 수명을 200년으로 연장하는 유토피아로 향한다. 다른 쪽 길은 AI가 설계한 병원체가 인류 대부분을 쓸어버리는 디스토피아로 향한다.
어느 길로 갈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기술은 신의 능력에 이르렀지만, 우리의 감정은 여전히 탐욕과 증오에 지배당한다.
과학자들에게 책임감을, 정책입안자들에게 선제적 규제를, 시민들에게 관심을 요구하지만 결과에 대한 기대는 회의적이다.
2025년, 우리는 신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어떠한 신적 존재가 될 것인가?
현명한 신적 존재가 되어 생명을 보살필 것인가?
오만하고 파괴적인 존재가 되어 자멸할 것인가?
역사의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개개인의 운은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선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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