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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1장. 돈이란 무엇인가: 신용의 탄생

by 광명인 2025. 4. 13.

돈은 없다. 오직 신용만이 존재한다.”

누구나 돈을 원한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모으고, 더 오래 동안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돈이 뭔데?" 하고 물으면, 대답은 흐릿하다.
“그냥… 종이?”
“은행에 있는 숫자?”
“가치를 교환하는 수단…?”

대부분은 감각적으로만 돈을 이해하고 산다.
그건 마치, 매일 공기를 마시면서도 산소의 가치를 모르는 것과 같다.
하지만 대기질이 나빠지면 곧바로 숨이 막히듯,
돈의 시스템이 흔들리면 우리 삶 전체를 질식시킨다.

그렇다면,
돈은 도대체 무엇인가?

💡 돈은 실물이 아니다. 돈은 ‘신용’이다.

돈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폐, 동전, 카드, 은행앱에 찍힌 숫자.
하지만 그것은 껍데기다. 진짜는 그 안에 담긴 신용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만 원짜리 지폐를 들고 있다면,
그건 "이 종이 한 장으로 만 원어치의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라는
집단적인 믿음이 작동 중이라는 뜻이다.
누구도 그 지폐 한 장 자체를 귀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신용이 진짜 자산인 것이다.

그럼, 이 신용은 어디서 오나?
국가, 중앙은행, 사회의 법적 질서, 그리고 그 시스템을 향한 사람들의 믿음에서 온다.
즉, 돈은 집단적 약속이다.
모두가 “이걸 돈이라고 믿자”고 합의했기 때문에 통용되는 것이다.

💳 신용의 역사: 교환에서 약속으로

초기 인간 사회에 돈은 없었다.
물물교환이 있었고, 그것이 불편해서 ‘가치를 저장하는 매개체’가 등장했다.
소금, 조개, 금속, 곡물 등.
그러다 금속이 가진 희소성과 내구성이 ‘화폐’의 지위를 얻게 됐고,
그중에서도 은 가장 안정적인 신뢰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금본위제는 "각 지폐를 금으로 바꿔줄게"라는 약속이다.
그 약속이 수백 년간 세계 경제를 유지시켰다.
그러다 20세기 중반, 미국은 금 태환을 중단했고,
우리는 ‘실물에 기반하지 않는 돈’의 세계에 들어왔다.
즉, 이제 돈은 오직 신용만으로 작동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 돈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금융위기가 터지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유동성’이다.
그 말은 곧, 신용이 멈췄다는 이다.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고, 은행도 대출을 중단하고,
시장 참가자들은 더 이상 “내일”을 믿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현상이다.

돈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담보로 현재에 쓰는 약속이다.
그 약속이 대중적으로 깨지는 순간, 돈은 무용지물이 된다.
실제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몇 주 만에 세계에서 수조 달러가 사라졌다.
종이가 사라진 게 아니라, 신뢰가 증발한 이다.

🔍 돈 = 신용 = 사회적 상호작용

신용이란 단어는 ‘믿는다’는 뜻이다.
크레딧(Credit)은 라틴어 credere에서 왔고, 이는 곧 “나는 믿는다”는 의미다.

우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
은행이 우리의 미래를 믿기 때문이다.
그게 신용이다.
그러니까 돈이란 건 결국,
사회가 개인의 미래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의 숫자적 표현일 뿐이다.

한 사회의 돈은 곧 그 사회 전체의 신용이고,
한 국가의 돈은 그 국가의 신뢰도이며,
한 기업의 주가는 시장의 신뢰를 시세로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돈의 위기는 신용의 위기이고,
신용의 위기는 사회의 위기다.

🧭 이 책지금, 신용이 무너지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신용을 빌려 썼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미래를 저당잡히고 현재를 과잉소비했다.
이제 시장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돈은 있지만, 돈을 믿지 않는다.
금리를 올려도 회복되지 않고, 돈을 풀어도 돌아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용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제부터 그 신용의 역사와
그 무너짐의 구조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결국 묻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는가?

📘 다음 예고:
“1929
년, 세계는 처음으로 신용이 무너지는 충격을 경험했다.
그건 단지 금융위기가 아니었다. 신뢰의 대붕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