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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미란 보고서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새로운 패권 전략인가, 위험한 도박인가

by 광명인 2025. 4. 5.

들어가며:

2024년 말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 경제정책의 기조는 더욱 선명한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란 보고서(Miran Report)’라 불리는 하나의 문건이 존재한다. 이는 단지 싱크탱크의 제안 수준을 넘어, 미국의 글로벌 무역 전략과 금융 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는 야심 찬 청사진으로 해석된다.

知天下之勢者는 有天下之生氣하고 暗天下之勢者는 有天下之死氣니라
지천하지세자    유천하지생기       암천하지세자    유천하지사기
천하대세를 아는 자에게는 천하의 살 기운(生氣)이 붙어 있고
천하대세에 어두운 자에게는 천하의 죽을 기운(死氣)밖에 없느니라.
(증산도 道典 2:137)

1. 미란 보고서란 무엇인가?

미란 보고서’는 2023년 11월, 당시 허드슨베이 캐피털에서 매크로 전략 책임자로 근무하던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이 작성한 41쪽 분량의 정책 제안서이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으로 임명되었으며, 보고서에서 미국 주도의 전후 경제 질서 — 특히 ‘달러 패권 체제’ — 가 현재 어떤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란은 현재 미국이 누리고 있는 기축통화국의 특권이 단기적으로는 자금 조달의 편리함과 금융적 이점을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고평가된 달러로 인해 미국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2. 보고서의 핵심 제안: 새로운 글로벌 협상 방식

미란은 다음과 같은 급진적 접근을 제안한다:

  • 무이자 100년 만기 미국 국채 또는 만기 없는 영구채 전환: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미 국채를 사실상 무이자로 전환함으로써, 미국의 부채 부담을 줄이고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겠다는 의도이다.
  • 협상 도구로서의 관세 및 군사동맹:
    이 과정에서 미국은 '안보 우산 제공'과 관세 감면을 카드로 활용해, 동맹국들로 하여금 새로운 조건을 수용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 ‘패권 유지 방식의 전환’을 시사하는 매우 전략적인 구상이다.

3. 트럼프 행정부와의 연결고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적인 관세 전쟁에 돌입하면서, 이 보고서가 실질적인 정책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미국은 10~60% 수준의 고율 관세를 대중국 수입품 전반에 부과하고 있으며, 유럽연합과도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제조업 기반 복원을 위한 환율 조정 유도, 군사안보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전방위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는 미란 보고서의 구상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4.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파급 효과

  • 제조업의 부활:
    달러 약세 유도와 공급망의 자국화는 중서부 등 미국 내 산업 기반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경상수지 개선 가능성:
    수입 억제와 수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속된 경상수지 적자의 일부 해소가 가능하다.
  • 중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디커플링을 본격화하여 미국 주도의 공급망을 재편할 수 있다.

5. 그러나 이 정책은 얼마나 실현 가능한가?

여기에는 다수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존재한다:

  • 동맹국의 강한 반발:
    무이자 국채 전환 요구는 사실상 동맹국들에 대한 ‘경제적 착취’로 비춰질 수 있으며, 수용 가능성은 낮다.
  • 유럽 및 중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
    고율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 및 무역 분쟁이 심화될 수 있으며, 글로벌 경기 둔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
    수입품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이는 금리 인하 정책과 충돌하게 된다.
  • 예상치 못한 변수들:
    예를 들어 일본 난카이 트라프 대지진과 같은 초대형 자연재해나 미국 내 2차 팬데믹, 또는 내전 수준의 정치적 불안이 발생한다면, 이 전략은 순식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

6. 결론: 이상적인 패권 시나리오 vs. 현실의 복잡성

미란 보고서가 제시하는 비전은 강력하고 매혹적이다. 달러 패권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산업기반을 되살리고, 글로벌 룰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이 구상은 ‘이상적인 신패권 전략’이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복잡성과 미 예측성, 정치적 리더십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이는 극히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 도박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이 보여주는 관세 정책과 강경한 외교 행보가 단기적 성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신뢰 하락과 세계 경제의 분절화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란 독트린’이라 불릴 수 있는 이 전략이 과연 실행 가능한 실체인지, 아니면 이상주의적 설계도에 불과한지는 앞으로의 국제 정세와 경제 흐름이 증명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