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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정보/인문학

군주가 바른 정치를 하는 길

by 광명인 2025. 2. 27.

[동중서에게 군주하늘의 뜻을 실현하는 존재이다. 정치가 안정되어 기가 정상적이면, 천지의 조화가 정밀해지고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그러나 정치가 어지러워져서 기운이 어그러지면 천지의 조화가 손상되어 이異가 생기고 사악한 기운재해가 일어난다. 하늘의 뜻은 우주 자연의 운행, 음양오행의 기의 순환을 잘 살펴서 그 변화의 질서를 따르라는 것이다.

하늘이 천지 만물을 변화의 이치 즉 오행의 기로 주재하듯, 군주 역시 이에 부응한 정치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하늘은 말이 없으나 시간의 변화로써 자신의 뜻을 인간에게 드러내기 때문에 인간은 천지를 만유생명의 근원이며, 생명을 낳아준 부모로 예를 갇추어 대할 것이며, 하늘의 뜻인 자연의 시간 변화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신교의 정신을 이어받은 원시 유교의 근본 정신이었다.]

시속에 절후를 철이라 하고 어린아이의 무지몰각한 것을 철부지라 하여 소년으로도 지각을 차린 자에게는 ‘철을 안다.’ 하고, 노인도 몰지각하면 ‘철부지한 아이와 같다.’ 하느니라. 
(증산도 道典 2:138)

동중서에게 군주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실현하는 존재이다. 그리하여 그는 군주에 대해 '천의天意를 부여받은 자'라고 말하였다.

"하늘의 아들이다. 하늘이 천하를 요와 순에게 주었고, 요 임금과 순 임금이 하늘의 명을 받아서 왕 노릇을 하게 되었다. ... 왕이라는 것은 하늘이 부여하는 자리다. 정벌된 나라 또는 인물은 하늘에 (왕권을) 빼앗긴 대상이다."

"사람의 군주가 된 이는 하늘을 본받는다. ... 이렇기 때문에 하늘상도常道를 장악하므로 만물의 주인이 되고, 군주상도를 행사하므로 한 나라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하늘과 인간을 감응 관계로 본 동중서는 군주의 정치적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말하였다.

"세상이 안정되어 백성들이 화목하게 지내고자 하는 바가 만족스러워 기가 정상적이라면 천지의 조화가 정밀해지고 만물의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반면 세상이 어지러워져서 백성들의 마음이 괴리되고 뜻이 사악해져서 기운이 어그러지면 천지의 조화가 손상되어 이異가 생기고 사악한 기운과 재해가 일어난다."

"도道는 왕이 가야할 길이다. 왕은 사람이 가야 할 길의 시작이다. 왕이 모범을 보이면 원기元氣가 조화롭고 순조로워 바람과 비가 때에 맞고, 상서로운 별이 나타나며 황룡이 지상으로 내려온다. 반대로 왕이 제 일을 하지 못하면 위로는 하늘이 변괴를 일으키고 재앙의 조짐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인간과 하늘은 원기를 매개로 상호 작용하는데, 예를 들면 인간의 행위가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형태의 자연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무릇 제왕이 큰일을 하고자 할 때는 마땅히 하늘에서 그 단서를 구해야 한다. 제왕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는 곧 덕의 힘으로 해야 한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다. 그렇지 않고 형벌의 힘에 의지하여 하는 것은 곧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다. 인간 세계자연 세계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춘하추동의 시간적 계기에 응하여 인간의 역사생장염장의 순환 질서를 이룬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늘이다. 하늘시간의 변화로써 자신의 뜻을 인간에게 드러내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의 시간 변화에 순응하는 삶을 펼쳐야 한다. 즉 하늘은 춘하추동의 사계절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데, 인간도 하늘의 뜻인 계절 변화에 맞추어 그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만일 그 인간이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라면 그 역시 하늘의 자연 변화를 단서로 삼아 바른 정치를 펴야 한다. 동중서는 바로 이런 천인 관계를 바탕으로 군주가 나아가야할 정치적 도를 제시하였다. 동중서는 무릇 왕자王者는 하고자 하는 바를 마땅히 하늘에서 그 단서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道之大原出於天, 天不變 道亦不變]
"도道의 큰 근원은 하늘에서 나왔습니다. 하늘이 변하지 않으므로 도道 역시 변하지 않습니다."

도의 근원하늘이므로 제왕하늘의 단서를 실마리로 삼아 하늘을 모범으로 하여 올바른 정 교화를 펼쳐야 한다.

그렇다면 하늘의 단서란 것은 무엇일까? 하늘의 뜻은 무엇일까? 우주 변화, 천지 만물의 변화란 이런 음양의 운동이다. 하늘의 도는 음양이 들고 남이다. 그리하여 동중서는 하늘의 도, 하늘의 뜻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하늘 운행의 중대한 규칙은 상반성을 띠는 것이다. 예컨대 한꺼번에 출현하지 않는데 음과 양의 경우가 그러하다. 에는 양기가 나오고 음기가 들어가며, 가을에는 음기가 나오고 양기가 들어간다. 여름에는 양기가 오른쪽으로 운행하고 음기가 왼쪽으로 운행하며, 겨울에는 음기가 오른쪽으로 운행하고 양기가 왼쪽으로 운행한다. 음기가 나오면 양기가 들어가고 양기가 나오면 음기가 들어가며, 음기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양기는 왼쪽으로 움직이고, 음기가 왼쪽으로 움직이면 양기가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이런 까닭으로 에는 음기와 양기가 함께 남쪽으로 가고, 가을에는 함께 북쪽으로 가지만 동선을 달리한다. 여름에는 음기와 양기가 남쪽에서 만나고, 겨울에는 북쪽에서 만나지만 같이 다스리지 않는다. 이처럼 음과 양이 함께 운행하더라도 서로 뒤섞여 헷갈리지 않고 만나서 엉기더라도 제각각 구별되는 본분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곧 하늘의 뜻[天意]이다."

하늘의 도는 에는 따뜻하여서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여름에는 덥게 하여 길러주고, 가을에는 시원하게 하여 시들게 하고, 겨울에는 차갑게 하여 감추어지게 한다. 왕자王者는 경사로운 것은 따뜻한 것으로 적합하게 하여에 합당하게 하고, 상賞은 더위와 알맞게 하여 여름에 합당하게 하고, 벌罰은 시원한 것과 알맞게 하여 가을과 합당하게 하고, 형刑은 추운 것과 알맞게 하여 겨울과 합당하게 하여야 한다. 에는 인仁을 닦아서 을 구하고, 가을에는 의義를 닦아서 을 구하고, 겨울에는 형벌을 닦아서 싸늘한 것을 이르게 하고, 여름에는 덕德을 닦아서 너그러움으로 이르게 하는 것 역시 하늘의 뜻이다. 이는 곧 하늘의 뜻은 우주 자연의 운행, 음양오행의 기의 순환을 잘 살펴 그에 따르라는 것이다. 하늘이 천지 만물을 이렇게 주재하듯, 군주 역시 이에 부응한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곧 하늘의 뜻이자 단서이다. 

동중서는 『춘추』에 다양한 현상을 기록한 이유는 바로 군주가 하늘의 뜻과는 다른 정치를 편 것을 거울로 삼기 위한 것으로 본다. 이는 곧 군주로 하여금 이를 되새겨 바른 정치를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늘은 인간과 특수 관계가 있으며, 하늘의 의지의 표상인 재이와 같은 천재지변은 특별한 메시지이므로, 임금이 이를 적극 반영하여 스스로 바른 정치를 펴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므로 임금은 늘 자연의 변
화 현상을 살펴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해야 한다.

재이는 군주의 잘못된 정치가 근본 원인이다. 역으로 정치를 잘하면 재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천하가 평화로우면 재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이의 발생은 곧 천하가 화평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무릇 재이의 근본 원인은 모두 국가의 실정에서 발생한다. 결국 정치를 잘해야 음양이 균형을 이루고 자연 재해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 군주의 바른 정치가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며, 그러므로 군주는 늘 하늘의 의지 표현인 재이를 잘 관찰해야만 한다. 그리고 덕의 정치를 펴야 한다. 그래서 동중서는 "(군주가 오행의 순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오행에 의한 변고가 발생한다. 마땅히 덕으로써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것을 세상에 퍼면 재해가 없어진다. 만약 덕으로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삼 년이 지나지 않아 큰 천둥이 치며 돌이 쏟아 질 것이다"라 하였다. 동중서는 하늘이 보여주는 다양한 재이를 단서로, 군주 스스로 덕성을 쌓는 것은 물론, 올바른 도를 실천하고 하늘의 뜻에 맞는 정치를 실현하여 왕도를 실현할 것을 주장하였다.

「예기」에 의하면, 치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사이다. 다섯 가지 예(五禮) 중에서도 길례吉禮라 하여 제사를 중시하며, 그 중 하늘의 아들인 천자가 직접 하늘에 제사지내는 교사郊祀는 천자가 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례이다.

하늘에 대한 제사일까? 그에 의하면, 하늘은 모든 신들의 군주이고 왕이 가장 높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최고로 높은 이가 하늘의 일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늘의 아들이기에 천자라는 호칭을 받았는데, 이런 천자가 천자로서의 예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천자는 하늘에 대한 예로서 하늘에 제사해야만 한다. 그것은 하늘을 존경하는 도리이다.

동중서의 이러한 교사에 대한 사상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한 무제의 천자로서의 지위, 황제로서의 위상, 그의 정치적 지배에 대한 정당성강화하는 논리로 작용하였다. 한나라 때 태산 봉선제황제 의례, 천자 의례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 것도 한 무제, 동중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출처: [책] 동북아의 문화코드 하늘 · 천天 · 상제上帝, 그 빅 히스토리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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