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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정보/인문학

재이災異는 하늘의 의지

by 광명인 2025. 2. 26.

[동중서(BCE 176년~ 104년)는 중국 전한(前漢) 중기의 대표적 유학자이다. 한나라 초기 사상계가 제자백가의 설로 혼란하고 유교가 쇠퇴하였을 때, 도가(道家)의 설을 물리치고 유교의 터전을 굳혔다. 젊어서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을 배우고 경제(景帝) 때 박사가 되었다. 한 무제는 즉위하면서 전국에서 현량(賢良)과 문학의 선비들을 불러서 시무(時務)를 논하였는데 동중서도 현량의 자격으로 의견을 진술하였다. 

그는 성인은 천명을 받아서 정치를 행하는 자로 교화에 의하여 백성이 본성을 되찾게 하고, 제도에 의하여 백성이 정욕을 절제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화에 있어서는 유학만을 정통적 학문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 주장으로 한나라는 주로 유학의 정신을 정책에 반영하게 되었다. 그는 무제에 대한 상주(上疏, 황제에게 올리는 글) 후에 강도왕(江都王)의 상(相, 재상)으로 임명되었는데, 그는 《춘추》의 재이의 기사를 응용하여 비를 오게도, 그치게도 했다고 한다.]  

동중서와 춘추번로

공자는 춘추에 해마다 일어난 자연 재해를 기록하였다. 그런데 동중서는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재이災異 현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다. 동중서는 『춘추』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

"『춘추』에서 다루는 242년 동안의 역사는 넓은 세상이나 다양하며 폭넓은 사태를 남김없이 다룬다. 그러나 대략적인 것의 요체들은 열 가지로 귀결된다. ... 천재지변을 거론하여 중대한 피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뜻이고, 천재지변이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뜻이며,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원인에 근거하여 미리 다스리게 하는 것이 하나의 뜻이다. ... 사변(怪異)을 거론하여 중대한 피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백성들이 편안해진다. 사변이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면 잘잘못이 자세히 나타난다. 사변이 일어나는 원인에 근거하여 다스리면 일의 근본이 바로잡힌다. ... 괴이한 일이 일어난 사정을 고찰하면 하늘이 원하는 것을 행하게 된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합하여 거행해서 인仁은 밖으로 미치고 의義는 안으로 들어오면 덕택이 광대하여 천하에 넘쳐나며,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 만물이 모두 각각의 이치를 얻게 된다. 춘추를 논하는 자는 모두 이러한 도를 쓰는 것이니, 이것이 춘추의 법이다."

자연계에서는 홍수, 한발, 지진, 혹은 추위와 더위의 변화 등 다양한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 동중서는 천지의 무상하게 변화하는 이러한 자연 현상을 재이災異라고 하였다.

"천지의 모든 개별자에게 보통 있었을 수 없는 사건이 나타나게 되면 그것을 '이異'라고 하고 규모가 작은 경우 '재災'라고 한다. 둘 중 재災가 늘 먼저 일어나고 이異는 뒤따라 출현한다. 재災는 하늘이 사람에게 내리는 질책이고 경고이며, 이異는 하늘의 징벌이자 위력이다. 하늘이 경고를 했는데도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면 위력을 행사하여 사람을 두렵게 만든다. 『시경』에 "하늘의 위력에 겁을 낸다"라고 하였는데, 대개 이를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이는 왜 발생하는가? 동중서는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왕의 실정, 국가의 실책에서 찾는다.

"대개 재이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모두 국가의 실책에서 발생한다. 국가의 실책이 싹트기 시작했을 때 하늘은 재해를 내보내 꾸짖고 경고한다. 꾸짖고 경고했는데도 고칠 줄 모르면 괴이를 보여 놀라게 한다. 놀라게 했는데도 여전히 두려워할 줄 모르면 그때는 재앙이 오게 된다. 이것으로 하늘의 뜻이 어질어 사람을 재앙에 빠뜨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재이는 곧 하늘이 보여주는 자신의 의지이다. 재이는 하늘이 인간을 향해 자신의 의지를 알리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뭄, 홍수, 지진, 나아가 별동별의 떨어짐 등의 현상은 단순한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이다. 동중서는 이러한 재이론을 통해 군주로 하여금 도덕적 행위, 도덕적 정치를 지향하게 하였다. 춘추의 법, 그것은 하늘이 바라는 정치, 음양이 조화를 이루는 정치, 그것과 다름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늘 하늘이 보여주는 메시지를 경계하며 하늘의 의지를 파악하고자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동중서는 무제에게 『춘추』에 기록된 재이를 성찰하여 하늘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바른 정치의 모범으로 삼기를 바랬다.

출처: [책] 동북아의 문화코드 하늘 · 천天 · 상제上帝, 그 빅 히스토리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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