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늘이 바라지 않는 바를 하면, 하늘 역시 사람이 바라지 않는 바를 한다. 사람이 바라지 않는 바란 질병과 재앙이다. 하늘은 의義를 바라고 불의不義를 싫어한다. 천하에 의義가 있으면 살고 부하고 다스려지나, 의義가 없으면 죽고 가난해지며 어지러워진다. 각종 화복, 질병, 자연 재해 등은 하늘의 벌로 나타난다. 자연 재앙은 인간 사회에 불의가 팽배하고 인륜이 무너짐에 대한 하늘의 경고이다. 자연 재앙은 정치적 지도자가 백성들을 잘못 다스리고 있음에 대한 하늘의 벌이라고 묵자는 경고한다.
온갖 자연재앙과 질병이 난무하는 이때, 인류는 이 대우주 천체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하늘, 천天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천지인天地人의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天은 以玄默爲大하니 其道也普圓이오 其事也眞一이니라.
하늘은 현묘한 침묵으로 광대하니, 그 도(天道)는 지극히 넓어 원융무애하며, 그 하는 일은 참됨으로 만물이 하나 되게 함이니라. [11세 도해단군의 염표문 중]
묵자(BCE480~390)에는 천天이라는 글자가 943회나 나온다. 상제上帝라는 말도 26회, 제帝라는 글자도 53회 나온다. 「묵자」에서 천은 땅과 같은 물질로서의 천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천天의 쓰임은 이런 물질천이 아니다. 묵자는 물질천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면 묵자 사상에서 하늘은 어떤 존재일까?
“하늘이 바라는 바를 하지 않고 하늘이 바라지 않는 바를 하면, 하늘 역시 사람이 바라는 바를 하지 않고 사람이 바라지 않는 바를 한다. 사람이 바라지 않는 바, 그것은 무엇인가. 말하자면 질병과 재앙이다. 그리하여 옛 성왕은 하늘 신명이 복 주는 바를 분명히 알고, 하늘 신명이 미워하는 바를 피하여 천하의 이利를 일으키고 천하의 해害를 물리치고자 하였다. 이런 까닭에 하늘이 추위와 더위가 알맞고 사시가 고르며 날씨가 때에 알맞아 오곡이 여물고 가축이 늘어 질병과 재앙 · 흉년이 이르지 않게 하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하늘은) 일월 성신을 나눠 배치해 길을 밝게 인도하고, 춘하추동의 사계를 만들어 기강을 잡고, 눈·서리·비·이슬을 때맞춰 내려 오곡과 삼베가 잘 자라게 해 주었다. 덕분에 백성들은 많은 재화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산천 계곡을 줄줄이 다스리고 갖가지 일을 하도록 배려하면서 사람들의 선행과 악행을 자세히 살피고, 왕·공·후·백을 써서 그들로 하여금 상과 벌을 공평하게 다스리게 했다. 나아가 금목조수金木鳥獸를 포획하고 오곡과 삼을 길러 백성들 스스로 입고 먹을 재화를 마련케 했다."
"대저 하늘은 아무리 숲속이나 한적하여 사람이 없는 곳이라 하여도 하늘의 밝음은 그것을 다 드러낼 것이다."
"그렇다면 하늘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싫어하는가. 하늘은 의義를 바라고 불의不義를 싫어한다. 따라서 천하의 백성을 이끌고 의義를 행하는 것은 내(천자)가 곧 하늘이 바라는 바를 행하는 것이 된다. 내가 하늘이 바라는 것을 하면 하늘 또한 내가 바라는 바를 행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싫어하는가. 나는 복록을 바라고 재앙을 싫어한다. 내가 하늘이 바라는 바를 하지 않고 하늘이 바라지 않는 바를 행하는 것은 곧 내가 천하의 백성을 이끌고 재앙의 한복판에서 일하는 셈이 된다. 무엇으로 하늘이 의를 바라고 불의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말하자며, 천하에 의義가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고, 또 의義가 있으면 부하고 없으면 가난해지며, 나아가 의義가 있으면 다스려지고 없으면 어지러워진다. 하늘은 사람들의 삶을 바라고 죽음을 싫어하고, 부를 바라고 가난을 싫어하며, 다스림을 바라고 어지러워짐을 싫어한다."
"그렇다면 하늘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 하늘은 반드시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이롭게 하기를 바랄 뿐, 결코 서로 미워하고 해치기를 바라지 않는다. 무엇으로 하늘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것을 원할 뿐,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해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하늘은 모든 것을 두루 사랑하고 두루 이롭게 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무엇으로 하늘이 모든 것을 두루 사랑하고 두루 이롭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하늘이 모든 것을 두루 보전하고 두루 먹여 살리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지금 하늘은 천하의 사람들을 두루 사랑하면서, 만물을 키워 사람들을 이롭게 해주고 있다. 털끝같은 것도 저 하늘이 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덕분에 만민이 커다란 이익을 얻고 있다."
"천자의 상벌이 합당하지 않고 옥사의 처리가 공정하지 못하면 하늘이 질병과 재앙을 내리며, 서리와 이슬도 때 없이 닥친다."
하늘은 천자가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해주고 사랑으로 대하여 그에게 복을 내리지만, 해롭게 하거나 사랑하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린다. 하늘의 상벌은 각종 화복, 질병, 자연 재해 등으로 나타난다. 만일 천자가 백성을 바르게 다스리지 않으면 천은 서리나 눈과 같은 자연 재앙을 통해 경고한다. 자연의 경고는 곧 천자가 백성들을 잘못 다스리고 있음에 대한 하늘의 벌이다. 그렇다고 하늘이 벌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하늘은 잘한 일에는 상을 내린다. 백성을 이롭게 하면 하늘은 천자에게 복을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하늘은 그러므로 내재적 존재가 될 수 없다. 묵자의 하늘은 곧 외재적 초월적 존재이다. 묵자의 이런 하늘의 모습에 대한 생각은 이전 시대였던 은대나 주대의 상제천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시」・「서」에 나오는 하늘의 모습과 연장선상에 있다. 이로 보면 일면 원시 유교의 천天과 상통하기도 한다. 춘추 시대의 공자가 은대나 주대의 하늘에 대한 의식을 전환시켰다면 묵자는 오히려 이런 공자를 비판하며 다시 천天, 하늘을 인격적 주재적 존재, 지고신이자 외재적 초월적 인격적인 은대와 주대의 하늘・상제 모습을 계승하였다. 공자 이후 유가의 천 사상이 비인격화・내재화의 경향을 보여준다면, 묵자는 천의 내재적 인문화로 빚어진 당시 유가의 폐단을 비판하며 하늘의 주재성·초월성·외재성·인격성을 강조한다.
출처: [책] 동북아의 문화코드 하늘 · 천天 · 상제上帝, 그 빅 히스토리 453~46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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