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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수행법/마음공부

영보국정정지법靈寶局定靜之法 해제

by 광명인 2024. 7. 5.

[동방문화권에서는 예로부터 천지부모와 한마음으로 사는 심법心法을 여는 사람, 천지와 하나가 되어 생명이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사람, 그런 전인佺人, 태일太一이 되는 것을 삶의 유일한 업業(일)이요 궁극의 목적이었다.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천지와 하나가 될 수 있는가? 그 길의 첫걸음은 오직 정정定靜에 달려 있다. 정정이란, 큰 서원을 품고 지극한 정성믿음을 가지고, 마음을 안정하여 고요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지극히 고요해지면 온갖 생각과 감정 덩어리는 사라지고, 진정한 고요와 평화로움이 깃드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마음은 공적空寂한 본체로 빠져 들어 가는데, 이때 몸속의 수화水火가 혼연일체가 되어 저절로 기氣가 순환하게 된다. 이렇게 일심이 지속되면, 광명이 천계와 지부까지 뻗치고 귀신 경계도 환히 볼 수 있다. 인류문명사에서 수많은 신인神人, 진인眞人, 성인聖人이러한 구도와 수련을 통하여 탄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의 생명과 건강과 재산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진정한 생명의 길, 행복의 길은 건강과 재산을 넘어서 깨달음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도통을 성취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마음을 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불가에서 말하는 부처의 마음이든, 서양에서 말하는 신의 마음이든 '마음'을 수행의 근본 주제로 삼는다.

그러나 동서양 영성주의자들이 비판하듯이 마음만 닦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원형인 본성本性nature과 명命life을 함께 닦아야 한다. 성명性命은 일체이기에 성명쌍수性命雙修로 함께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9천 년의 환국, 배달, 조선 이래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수행문화가 연면히 이어져 왔다. 우리 민족의 문화 원형인 삼신문화에서는 성명뿐 아니라 성명정性命精을 함께 말한다. 여기서 성性을 신神으로 말하는데 곧
원신元神primordial spirit이다. 우리 전통 수행문화에서는 성명정 곧 신기정神氣精을 함께 닦아야 완전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본서 「영보국정정지법」은 유불선 수행문화의 정수를 뽑고, 환국, 배달, 조선 이후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인류문화사를 통해서 형성, 전승되어 온 영성문화, 깨달음 문화의 정수를 담은 도통문화의 완성작이라 할 수 있다.

인간과 만물 생명의 궁극적 근원, 생명의 모체는 하늘땅인데 인간이 과연 하늘땅과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이 천지부모와 한 생명, 한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렇게 궁극의 영적 진화를 한 사람, 진정한 깨달음을 성취한 사람을 일러 태일太一이라 한다.

동서고금의 신비주의, 수행문화의 최종 목적인 궁극의 깨달음 즉
도통의 주제가 바로 태일이다. 이 태일을 이루게 해 주는, 대우주 신도세계에서 가장 존귀하신 분을 동방의 유불선에서는 태고로부터 태일신太一神 또는 태을太乙로 말하고 있다. 본서에서는 '먼저 나의 태일지천太一之天을 온전하게 한(先全我太一之天)' 뒤에 광명의 도가 열린다고 한다. 이 태일지천은 동서 문화의 모든 깨달음과 수행문화, 종교문화의 근원인 천지부모와 크게 하나가 되는 마음을 말한다. 이 태일지천 경계를 주재하시는 분이 바로 본서에 나오는 태을구고천太乙救苦天尊이시다. 대만에 가 보면 태을구고천존을 모시는 궁전이 있다.

태을구고천이 계시는 태을천太乙天은 우주와 도道의 궁극의 근원 자리이다. 태을구고천존은 매우 신성하고 신비스러운 신이다. 태고로부터 동방에서는 구도자가 도를 성취할 때, 즉 인간이 도통을 받을 때는 태을천에 불려 올라간다고 한다. 주역참동계를 보면 '태일내소太一乃召'라는 말이 있다. 덕이 무르익어서, 우주를 마음에 품을 수 있을 정도로 도격道格이 되면 태일(태을을 태일이라고도 한다)이 내소乃召, 즉 태일이 불러서 도를 내려 주신다. 그리하여 비로소 도를 완성 한다는 것이다. 이 우주의 원시천존元始天尊, 태을구고천존이 바로 태을천에 계시는 상원군님이시다. 그래서 앞으로 태을주라는 신성하고 신비로운 주문을 읽음으로써 궁극의 깨달음을 얻고 영성을 개벽하는 길이 열린다.

본서는 이러한 신비로운 수행 세계와 도의 비밀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온갖 애환과 사연을 안고 세월 따라 살다가 노쇠하여 사라진다. 비록 세속적으로 성공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꿈결 같이 덧없는 것이고 결코 영원한 가치로 남지 않는다. 그러므로 진정한 구도자는 천지와 하나 되는 참된 길을 추구하여, 영성을 밝히고 깨달음을 얻어 진아眞我를 체득하고, 허무와 무상을 넘어서 저 우주의 조화세계, 광명세계, 신성세계, 영원불멸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1. 영보국靈寶局의 의미

영보靈寶란
신령스러운 보배라는 뜻으로, 우리 육신과 마음의 영을 가리킨다. 일찍이 중국 송말원초宋末元初의 도인 정사초鄭思肖(호 소남所南, 1241~1318)는, 영靈은 성性이고, 보寶는 명命이라 하였다. 신령하기만 하고 보배롭지 않으면 무궁한 수명을 살기에 부족하고, 보배롭기만 하고 신령하지 않으면 본래의 성을 깨닫는 데 부족하기 때문에, 소남은 영보 곧 성명을 함께 닦아야 한다고 보았다. 영보가 분리되면 성과 명이고, 성명이 합하면 영보인데, 영보가 아니면 사람을 제도濟度할 수 없고, 영보가 아니면 신神을 생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보법靈寶法이 모든 법의 비조鼻祖가 된다고 한다.

영보국이라 할 때 국局형상을 가진 그릇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영보국靈寶局은 영보를 담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별칭이다. 사람은, 흔히 소우주小宇宙소천지小天地라 일컫듯이 신령스러운 존재이다. 인체에서 심心은 임금, 곧 천군天君에 해당하고, 몸속의 핏줄이 하는 일은 임금의 명령과 조칙을 수행하는 것과 같다. 팔과 다리는 방백方伯, 수령守令이 되고, 골절은 백관百官이 된다. 오장육부는 육경六卿에 비유되고, 피부 세포는 백성에 비유된다. 인간은 실로 건곤천지의 조화함축한다. 이처럼 우주의 모든 신령스런 보배가 사람에게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보는 단지 인간과 만물에 내재된 영성과 생명에 한정 되지 않는다. 더 넓게 보편적으로 보면, 대우주를 살아있게 하는 조물주로서의 우주성령을 뜻한다. 서양 신학에서도 최근에 우주성령宇周聖靈cosmic spirit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인류 원형문화인 신교神敎에서는
대우주 존재의 중심을 삼신三神으로 정의한다. 그것은 우주의 조화 성령이고 일신一神이지만, 우리의 인식 세계와 우주의 현상세계에서는 삼신으로 작용한다. 일신과 삼신은 체용體用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이 우주성령은 조화신, 교화신, 치화신이라는 세 가지 신성을 가진다. 조화신이 몸으로 들어와서 인간의 본래 마음 즉 성性이 되고, 교화신이 몸에 들어와서 명命이 되고, 치화신은 정精이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명정性命精이다. 우리 몸 속에 들어 있는 영보를 우주성령의 보배로운 성명정으로 폭넓게 보지 못하고, 성명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이러한 신교문화를 망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동방 우주신학인 신교 삼신문화보면, 삼신의 자기현현自己顯現self-manifestation이 바로 하늘, 땅, 인간이다. 하늘, 땅, 인간은 살아있는 삼신이고 그것은 일체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하늘은 낳는 신성, 땅은 기르고 깨닫게 하는 신성, 사람은 다스리는 신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9천 년 전 환국에서는 천일天一, 지일地一, 태일太一로 정의하였다. 이것이 후대에 태일사상으로 발전하였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는 한나라 때 동남방에 태일전太一殿을 지어서 우주 지존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섬겼다는 기록이 있다.

동양문화에서는 창세 역사 이래 이 태일이 되는 것을 삶의 궁극 목적으로 삼았다. 천지부모와 한마음으로 사는 심법心法을 여는 사람, 천지와 하나가 되어 생명이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사람, 그런 전인佺人이 되는 것을 삶의 유일한 업業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런 우주 광명의 영보를 밝히는 것이 역사적으로 유불선 도맥道脈으로 펼쳐졌다. 천도天道를 근본으로 해서 전도佺道가 나오고, 지도地道를 근본으로 해서 선도仙道가 나오고, 천지의 아들과 딸인 인간의 위격, 그 인도人道를 바탕으로 종도倧道가 나왔다. 이 삼도가 바로 후세 불선유佛仙儒 삼교의 원형이다. 불교는 전도를 계승하고, 도교는 선도를 계승하고, 유교는 종도를 계승한 것이다.

따라서 진정 인간이 가야 할 길은 이 영보靈寶, 성명정性命精을 새로이 개벽하여 우주와 하나가 되는 태일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2. 정정定靜과 수행의 요체

인간은 어떻게 하여 우주와 조화가 되고, 대자연 천지와 하나가 될 수 있는가? 그 길의 첫걸음은 오직 정정定靜에 달려 있다. 정정이란, 큰 서원을 품고 지극한 정성과 믿음을 가지고, 우리 마음을 안정하여 고요하게 하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온갖 생각과 감정 덩어리가 사라지게 된다. 기쁨과 즐거움, 걱정과 분노가 없어지고 우수憂愁와 원망怨望도 한순간에 완전히 소멸 된다. 대신에 진정한 고요와 평화 로움이 깃드는 것이다. 이런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되면 마음이 공적空寂한 본체로 빠져 들어 간다.

이 공적한 본체라는 것은 곧 태극이 동하기 이전의 상태이므로 언설言說이 끊어지고 망상과 번뇌가 끊어진 자리이다. 온갖 상대 세계가 끊어진 중도中道 자리, 생명의 근원처로서 곧 천지자연과 하나가 되는 자리이다.

수행을 할 때 이러한 정정에 이르는 원리는 한마디로 수화水火의 교류에 있다. 수화는 몸의 기틀을 이루는 두 가지 근본 요소인데, 인체 기관으로는 신腎과 심心에 해당한다.

심心은 열熱을 싫어하고 안정을 좋아한다. 인체 모든 기관의 군왕君王인 심心이 안정되어야 오장육부五臟六腑 각 기관이 자기 책무를 수행 하여 몸을 조화시킬 수 있다. 심心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호흡도 중요하다. 심호흡, 단전호흡으로도 심파心波를 쉽게 가라앉힐 수 있다. 우리 몸에서 기氣를 주관하는 기관은 폐肺이다. 호흡을 통하여 인체에서는 심장心臟과 폐肺 사이에 소순환小循環이 일어난다. 폐肺[金]는 신腎[水]의 모체로서, 폐액肺液[金液]을 하강시켜 신수腎水를 만든다. 그리하여 수(水: 腎)→ 목(木: 肝) → 화(火: 心)→ 토(土: 脾)→ 금(金: 肺)→ 수 (水: 腎)로 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나중에는 심(心: 火, 離)과 신(腎: 水, 坎)이 서로 만나 전체로서 하나의 태극太極을 형성한다. 그리고 입에서 단침이 고이는데, 이 침은 신장腎臟의 진액津液이 상승하여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뱉지 말고 삼켜야 한 다. 가래가 섞인 침이라도 삼 년을 먹으면 얼굴이 동자처럼 된다는 옛말도 있다. 이런 과정이 오래 지속되면 하단전下丹田에 정精이 충만하고, 이 정精이 쌓이면 마침내 뇌腦와 골수骨髓와 척수脊髓까지 보補하게 된다. 그리하여 두뇌(頭: 神明之府) 즉 신神도 윤택하게 되는 것이다.

수행 과정에서 수승화강水昇火降(화火가 아래에 있고 수水가 머리 위에 있는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상태)이 될 때 주의할 점은, 정精이 채워지지 않았는데, 의식을 가하여 억지로 정을 끌어올려 기氣를 돌리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직 마음이 안정된 상태가 지속되면 수화水火가 본래 모습대로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고, 이에 따라 저절로 기氣가 순환하게 된다. 

이처럼 수도를 계속하면, 위 아래로 분열되는 심신心腎을 다시금 하나로 조화시켜 뇌腦인 신神을 보하여, 뇌를 비롯한 각 기관에 활력이 대폭 증강되고 나아가 여러 가지 신이神異한 현상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영보국정정지법」에서는 일심이 움직이지 않고 자연히 수승화강이 이루어져서 드디어 광명이 천계天界와 지부地府까지 뻗치고 귀신 경계도 환히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인류문명사에서 이러한 구도와 수련을 통하여 우주의 별 같은 수많은 신인神人, 진인眞人, 성인聖人이 탄생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수행의 길로 용맹하게 나아가 성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한 수행의 방법과 원리를 이 책은 쉽게 정리해 준다.

3. 「영보국정정편」의 저자, 이옥포

영보국정정靈寶局定靜篇』은 구한말 전라도 부안 지역에서 1900년대 초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옥포李玉圃(?~?) 선생이 기술記述한 것이다. 선생은 음양 학술에도 정통했는데 석봉도인石峰道人, 옥포진인玉圃眞人이라고도 한다. 이 책을 저술한 시기나 동기에 대하여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다만 옥포진인이 책 말미에 초학자에게 많이 읽으라고 권한 것으로 보아, 수련법에 통달한 분으로, 수련을 지도한 법사法師로 추측된다.

옥포 선생의 문하에는 이치화李致和(1860~1944, 훗날 치복致福으로 개명), 김형국金炯國(?~1917), 신원일辛元一(?~?) 등의 제자가 있었다. 옥포는 이치화와 김형국 두 사람에게 책 한 권을 전하며 “그대들이 스승으로 받들 분은 이 뒤에 나오실 강 성인姜 聖人이니 나는 지로자指路者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이때 전수한 책이 바로 영보국정정편이다.

이 책은 전통적인 일반 수행서보다 체계가 일목요연하고 수행의 핵심이 잘 정리돼 있다. 그리고 옥포 선생의 체험이 녹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4. 「영보국정정지법」의 전수

증산甑山 상제님의 본댁에서 후일 이 「영보국정정편」이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책이 상제님께 전해졌을까? 그 가능성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이옥포 선생이 상제님을 직접 뵙고 책을 드렸을 가능성이다. 옥포가 제자에게 '강 성인을 따르라.'고 가르친 것을 보면 옥포가 상제님을 뵈었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둘째는 상제님 도문에 들어온 이치복 성도가 상제님께 책을 올렸을 가능성이다.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경로로 책이 전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상제님께서는 책의 가치를 인정하시고 본댁 천정에 보관해 두셨다.

1) 남송 허욱에게 전해짐

남송南松 허욱許昱(1887~1939)은 삼덕교三德敎를 세운 사람이다. 남송은 석성石城 이치복李致福을 만남으로써 도인이 되고 책을 얻었다. 이치복 성도는 전라도 부안 출신으로 도학에 관심이 깊어 옥포의 문하에서 『영보국정정편』을 법으로 삼아 공부하다가, 기유(1909)년 정월상제님을 찾아뵙고 입문하였다. 그 후 갑인(1914)년에 김형국 성도와 더불어 전남 보성에서 남송을 만났다. 남송은, 자식이 수도로 연공鍊功을 하면 어머니의 병환에도 효험이 있다는 말을 믿고 기꺼이 도를 받기로 결심하였다. 세 사람이 7일간 함께 수행한 다음 김형국 성도가 남송에게 전도 취지를 설하고 「영보국정정편」을 전하였다. 이후로 남송은 책을 통독하고 주문을 읽었다. 삼덕교에서는 한문에 현토를 한 「영보국정정편」을 「생화정경生化正經(1955)의 말미에 붙여 수련 법문法文으로 삼고 있다.

2) 정산 송규를 통해 원불교로 들어감

이 책은 원불교를 개창한 소태산小太山 박중빈의 제자이자 2대 종사인 정산鼎山 송규宋奎(1900~1962)를 통해서 원불교로 들어갔다. 정산은 경상도 성주 사람인데 일찍이 18세 때, 상제님으로부터 종통대권을 받으신 고판례高判禮(1880~1935) 수부首婦님을 찾아가 제자로 받아달라고 했지만 수부님은 돌려보내셨다. 정산은 고부 객망리 상제님 본댁을 찾아가서 상제님의 따님과 친하게 지냈고, 그 인연으로 상제님 집 천정에서 빛바랜 책을 얻었다. 정산은 가져간 책을 훗날 소태산에게 바쳤다. 원불교에서는 이 책을 『정심요결正心要訣이라 한다. 1951년에 수련 교서로 낸 수심정경修心正經은 이 『정심요결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3) 안운산 태상종도사님 소장본

안운산安雲山(1922~2012) 태상종도사님이 소장하고 계시던 「영보국정정편」은 필사본筆寫本이다. 태상 종도사님은 10세 전후 생가에서 태을주 수행에 힘쓰실 때, 부친 안병욱安柄彧 선생이 소장하시던 필사본을 친히 베껴 적으셨다. 안병욱 선생이 책을 소장한 연유는 증산도 도맥의 태동과 관련이 깊다. 차경석 성도의 교권 전횡 때문에 1916년에 수부님 교단을 나온 이치복 성도제화교濟化敎를 세우고 1918년경에 충청도에서 포교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때 태안군泰安郡 안면도安眠島에서 안병욱 선생을 만나서 책과 대도大道를 전하였다.

5. 「영보국정정지법」의 전거

「영보국정정편」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옥포 선생이 직접 기술한 것이다. 옥포 선생은 유불선을 넘나드는 다수의 옛 문헌을 인용하였다. 선생은 그때마다 저자나 경서經書 이름을 밝혔지만, 본문 자체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책 말미에 자신이 '천사天師의 비밀秘密을 드러내었다'고 마무리함으로써 전거가 따로 있음을 암시하였다. 왜 옥포 선생은 다만 '천사의 비밀'이라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도교 수련서를 바탕으로 하고 불교와 유교까지 확대하여 유불선을 융합한 것이다. 「영보국정정지법」은 중국 송말 원초의 도교 수련가인 정사초鄭思肖가 1270년에 지은 「태극제련내법太極祭鍊內法」과 1433년에 나온 「상청영보제도대성금서上清靈寶濟度大成金書」 제23권 경집상庚集上 「제진현오품諸眞玄奧品」에 있는 「시식경편施食瓊篇」과 「수화경편水火瓊篇」, 그리고 원元나라 때 임제종의 고봉원묘高峰圓妙 선사의 어록인 『선요』등을 참고하여 기술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상생출판사 영보국정정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