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약 60조 개의 세포와 100조 개의 미생물로 이루어진 하나의 소우주입니다. 약 140억 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두뇌는 오장 육부및 감각 기관들과 상호 소통하여 신체기능을 조율하고, 의식 활동을 지휘하게 되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두뇌는 매순간 내부 장부 및 감각 기관과 소통하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려 각각의 장부와 운동기관들이 적절한 행동을 취하게 해야 합니다. 김주환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사물을 지각하고 판단하며, 습관과 인격을 형성하는 삶의 전 과정에서 내면소통은 지속적으로 일어난다고 하는데요. 사실 이 내면소통이란 것이 의식의 본질이며, 이것은 우리의 인지오류, 즉 예측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명상과 같은 깊은 내면소통을 통해 예측오류를 일으키는 무의식적인 능동적 추론의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마음근력 훈련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선각자들이 마음을 비워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가르침과 일치한다고 생각됩니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 몸의 근육처럼 마음근력도 체계적이고도 반복적인 훈련을 하면 강해진다. 마음근력을 키우면 적어도 세 가지 좋은 일이 생긴다.
첫째,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불안과 통증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감정조절력이 향상되어 마음이 늘 평온해지고 행복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된다.
둘째, 신체적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면역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신체의 여러 기능이 향상되고 노화도 늦춰진다.
셋째, 성취 역량과 수행 능력이 높아진다. 뇌의 편도체를 안정화하고 전전두피질 중심의 신경망을 활성화함으로써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향상된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는 마음근력 향상을 위해 누구나 다 일상적으로 명상을 해야 한다는 관념 역시 빠르게 상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나는 소통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명상을 내면소통의 한 형태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내면소통 이론은 단지 명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 아니다. 내면소통 이론은 인간의 의식과 자의식의 본질을 내면소통 과정으로 파악함으로써 모든 형태의 소통 과정과 효과를 설명하는 보편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다. 특히 능동적 추론과 내재적 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내면소통의 관점은 근대 철학이 마련해놓은 선험적인 개인, 기계론적 세계관, 인과론 등의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인간과 사회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세상의 존재를 인식의 주체와 대상으로 양분한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라고 말했다. 관찰하고 바라보는 인식의 주체 혹은 영혼이 인간성의 본질이라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객관주의가 기계론적 세계관을 낳았고 현대인의 의식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받은 의무교육 교과 과정을 지배하는 기계론적 세계관은 여전히 우리의 상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한지 100년도 넘었건만 우리는 아직도 300년 전의 데카르트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신체표지가설'을 제안하면서 몸을 기반으로 하는 감정이 의식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감정은 몸의 문제이지 생각이나 마음의 문제가 아니고, 인간의 영혼이나 마음 역시 몸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책 제목도 《데카르트의 오류(Descartes' Error)》였다. 그의 주장은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I feel therefore I am)”로 요약할 수 있다.
뇌과학자 로돌포 이나스(Rodolfo Llinás)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몸의 움직임을 위한 의도의 생성과 그 실현을 뇌 기능의 본래 목적으로 본다. 의식이라는 것도 결국 움직임의 의도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뇌의 한 기능인 것이다. 따라서 그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는 움직인다. 고로 존재한다(I move therefore I am)”가 된다.
한편 현대 뇌과학을 선도하고 있는 칼 프리스턴은 자유에너지 원칙과 예측오류 최소화의 원칙을 바탕으로 의식을 능동적 추론의 최고사령탑으로 규정한다. 가장 높은 층위에 있는 생성모델이 곧 의식인 셈이다. 따라서 그는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I am therefore I think)”라는 제목의 논문도 쓰고 강연도 하고 있다.
프리스턴의 자유에너지 원칙(Free energy principle)과 마코프 블랭킷(Markov Blanket) 모델을 토대로 나는 의식을 지속적인 내면소통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나아가 자의식을 '소통의 내향적 펼쳐짐'의 결과로 보았다. 특히 기계론적 세계관을 통렬하게 비판한 데이비드 봄(David Bohm)의 내재적 질서와 내향적 펼쳐짐의 개념을 통해 내면소통의 개념을 정립했다. 프리스턴의 능동적 추론 이론과 봄의 내재적 질서의 관점을 통합한 것이 바로 내면소통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나의 관점은 "나는 소통한다. 고로 존재한다(I communicate therefore I am)”라고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의 소통은 내면소통을 의미한다.
우리는 혼자 무슨 생각을 할 때, 특정한 언어를 사용한다. 누구든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내면소통을 위해서는 모국어 등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를 사용한다. 생각이나 혼잣말 등의 내면소통은 언어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언어는 다른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낸 사회적 규약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혼자 생각할 때도 언어를 사용하는 걸까? 왜 개인적이고 내부적인 경험이 즉각적으로 사회적 소통이 가능한 언어로 표상되는 걸까?
의식의 본질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끊임없이 바꿔나가는 과정 그 자체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보고할 만한 것으로 계속 만들어내는 과정”이 곧 의식이다. 의식 자체가 내면소통 과정이며 타인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의식이 존재하는 근본 이유는 능동적 예측 모형의 위계질서 안에서 최상단에 존재하는 생성질서가 예측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식의 본질이다.
만약 내가 타인의 내부상태에 존재하는 의식과 현저하게 다른 지각이나 스토리텔링을 하는 경우 나는 환각이나 망상을 지닌 것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능동적 추론의 결과가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결정짓는 기준은 어떤 외부적이고도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다???. 오직 타인과의 소통으로 주어질 뿐이다???. 즉 다른 사람들의 평균적인 추론의 결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느냐에 의해서 결정될 뿐이다. 모두가 환각에 빠져 있거나 모두가 망상에 빠져 있다면 아무도 환각이나 망상에 빠져 있지 않은 것이 된다???. 혹은 대부분의 사람이 빠져 있는 환상과 망상으로부터 우리가 빠져나올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고 자유다.
내면소통은 내가 나와 하는 소통이다. 혼자 생각하는 것, 기억하는 것, 느끼는 것, 혼자 중얼대는 것 등이 모두 내면소통이다. 또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내면소통이 내 안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뇌과학의 여러 연구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의도나 감정을 파악하는 것도 내면소통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혹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때나, 글을 읽을 때나 글을 쓸 때도 내면소통은 항상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소통은 내면소통에서 시작해서 내면소통으로 귀결된다.
내면소통의 결과가 의견이자 생각이고 의사결정이며, 또 의식이자 스토리텔링이고 기억이며 나 자신이다. 내면소통은 '나'의 작동방식이며 '나'라는 것의 생성과정이다. 이러한 의식작용뿐 아니라 시각이나 청각 등의 감각기관이 올려보내는 감각정보, 심장이나 내장 등 여러 장기가 올려보내는 내부감각 정보, 그리고 팔과 다리 등 신체 각 부위가 올려보내는 고유감각 정보를 해석하고 통합해서 외부세계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능동적 추론의 과정까지도 모두 내면소통의 과정이다. 즉 내면소통의 개념은 나와 나 자신이 언어로 소통하는 의식적인 과정뿐 아니라 다양한 감각정보에 대한 무의식적인 추론 과정까지 모두 포괄한 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능동적 추론 과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감정이나 통증이 생성되는 기본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능동적 추론의 잘못된 습관을 바꿔나가는 것이 마음근력 훈련의 핵심이다.'
-출처: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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