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학문 원문 및 김용옥 한글 번역본]
夫天道者, 如無形而有迹; 地理者, 如廣大而有方者也. 故天有九星, 以應九州; 地有八方, 以應八卦.
부천도자 여무형이유적 지리자 여광대이유방자야 고천유구성 이응구주 지유팔방 이응팔괘
而有盈虛迭代之數, 無動靜變易之理. 陰陽相均, 雖百千萬物, 化出於其中. 獨惟人, 最靈者也.
이유영허질대지수 무동정변역지리 음양상균 수백천만물 화출어기중 독유인 최령자야
故定三才之理, 出五行之數. 五行者, 何也? 天爲五行之綱, 地爲五行之質, 人爲五行之氣.
고 정삼재지리 출오행지수 오행자 하야 천위오행지강 지위오행지질 인위오행지기
天地人三才之數, 於斯可見矣.
천지인삼재지수 어사가견의
대저 천도天道(하늘의 길)라고 하는 것은 형체가 없는 것 같지만 뚜렷한 흔적(궤적)이 있고, 또 지리地理(땅의 이치)라고 하는 것도 광대무변한 것 같지만 정확한 방위가 있다. 그러므로 하늘에는 구성九星이 있어 땅의 구주九州와 상응하고, 땅에는 팔방八方이 있어 팔괘八卦와 상응한다. 이러한 천지의 광대무형한 세계에는 차고 비고 하면서 서로 갈마드는 수數(일정한 도수)는 있으나, 동動(움직임)하고 정靜(쉼)의 질서체계가 근원적으로 뒤바뀌는 이치는 있지 아니하다(시공 속의 변화가 임의적으로 뒤바뀌는 무질서한 변역變易은 없다는 뜻).
그러므로 그러한 질서감각 속에서 음과 양은 서로 조화롭게 교감하면서 수없는 만물을 끊임없이 화출化出해 내지만, 그 만물 중에서 영험스러운 존재는 사람을 따라갈 것이 없다. 이렇게 하여 천지인 삼재三才의 우주적 이치가 정해지고, 오행五行의 다양한 수리가 작동되게 된다. 오행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늘이야말로 오행의 강령이 되는 것이요, 땅은 오행의 실질내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하늘과 땅을 묘합한 생명의 기氣로 구성된다. 이렇게 하여 천지인 삼재의 법칙이 우주의 법칙으로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四時盛衰, 風露霜雪, 不失其時, 不變其序. 如露蒼生, 莫知其端. 或云天主之恩, 或云化工之迹.
사시성쇠 풍로상설 불실기시 불변기서 여로창생 막지기단 혹운천주지은 혹운화공지적
然而以恩言之, 惟爲不見之事; 以工言之, 亦爲難狀之言. 何者? 於古及今, 其中未必者也.
연이사은언지 유위불견지사 이공언지 역위난상지언 하자 어고급금 기중미필자야
춘하추동 사시의 성盛함과 쇠衰함, 바람 이슬 서리 눈의 찾아옴이 제 때를 잃지 아니하지만 그 순서를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하지는 않는다(모든 변화는 일정한 질서를 따른다). 이슬과도 같은 창생들은 그렇게 우주의 질서가 지켜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혹은 천주님의 은혜(天主之恩)라 말하기도 하고, 또는 조화옹의 공정의 흔적(化工之迹)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주님의 은혜라고 말할지라도 그것은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감각적 사태가 아니며, 조화옹의 공작이라 말해도 그것은 언어로써 형용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양사람들이 말하는 천주니 화공이니 하는 것들에 의한 설명방식은 천지의 변화가 반드시 그러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즉, 천주지은, 화공지적은 천지인 삼재에 대한 정당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夫庚申之年, 建巳之月, 天下紛亂, 民心淆薄, 莫知所向之地. 又有怪違之說, 崩騰于世間:
부경신지년 건사지월 천하분란 민심효박 막지소향지지 우유괴위지설 붕등우세간
"西洋之人道成立德, 及其造化, 無事不成, 功鬪干戈, 無人在前. 中國燒滅, 豈可無脣亡之患耶!"
서양지인도성입덕 급기조화 무사불성 공투간과 무인재전 중국소멸 기가무순망지환야
都緣無他, 斯人道稱西道, 學稱天主, 敎則聖敎. 此非知天時而受天命耶!
도연무타 사인도칭서도 학칭천주 교즉성교 차비지천시이수천명야
대저 경신년(1860) 4월에 천하가 분란케 되고, 민심이 효박하여 사람들이 삶의 방향감각을 잃고 우왕좌왕하던 차에, 또 괴이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설들이(기독교의 교리를 비롯하여 그 배면에 깔린 국제정치적 상황) 세간에서 들끓었다. 그 내용인즉 다음과 같은 말들이다:
"서양사람들은 도가 이루어져 덕을 세우고(도성입덕道成立德), 그 조화를 부리는데 이르러서는 했다 하면 성취 못하는 일이 없고, 병기를 휘두르며 전쟁을 일으키면 그 앞에 당할 자가 없다. 아~ 이제 중국마저 불타 멸망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운명은 어찌 되겠는가? 순망치한의 위기에 노출되지 않겠는가!"
그러한 정황은 다른 데 그 연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다음과 같은 긍정적 상황에 있다. 이 사람들은 도道에 관해서는 서도西道(서양의 과학, science)라 칭하고, 학에 관해서는 천주학天主學(신학, theology)이라 칭하고, 교에 관해서는 성교聖敎(성스럽게 조직화된 종교, religion)를 자부한다. 과학, 신학, 종교를 갖추었으니 이들이야말로 천시天時(Heavenly Kairos)를 알고, 천명天命(Heavenly mandate)을 받은 선진문명의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擧此一一不已, 故吾亦悚然, 只有恨生晩之際, 身多戰寒.
거차 일일불이고 오역송연 지유한생만지제 신다전한
外有接靈之氣, 內有降話之敎, 視之不見, 聽之不聞, 心尙怪訝. 修心正氣, 而問, 曰: "何爲若然也?"
외유접령지기 내유강화지교 시지불견 청지불문 심상괴아 수심정기 이문 왈 하위약연야
이와같이 서양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항간의 얘기를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나 역시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송연(悚然, 두렵다)해지고, 단지 좀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신세한탄만 생겨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느날 몸이 심하게 떨리고 추웠다(身多戰寒신다전한).
몸 밖으로는 접령接靈의 기운이 있었고, 몸 안으로 강화降話의 가르침이 있었다. 아무리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리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았다(視之不見시지불견 聽之不聞청지불문). 마음속으로 괴아(怪訝, 괴상하고 의아하게 느낌)하게 느끼어, 마음을 바로잡고 몸의 기운을 반듯이 하여(修心正氣수심정기) 정색을 하고 물었다: "어찌하여 이러하오?"
曰: "吾心卽汝心也. 人何知之. 知天地, 而無知鬼神. 鬼神者, 吾也.
왈: 오심즉여심야 인하지지 지천지 이무지귀신 귀신자 오야
及汝無窮無窮之道, 修而煉之. 制其文敎人, 正其法布德, 則令汝長生, 昭然于天下矣."
급여무궁무궁지도 수이연지 제기문교인 정기법포덕 즉영여장생 소연우천하의
이러한 나의 물음에 대답하시기를: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다. 이렇게 너와 나의 마음이 합일되어 있다는 것을 보통사람들이 어찌 알 수 있겠느뇨? 사람들이 천지天地는 알아도 천지의 또 다른 영묘한 이름이라 할 수 있는 귀신鬼神은 알지 못한다. 그런데 귀신이 곧 나다. 내가 너에게 무궁무궁한 도를 전하여 주노니, 너는 그것을 닦아 연마하라. 그리고 글을 지어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그 법을 바르게 하여 포덕을 하라. 그리하면 너를 장생長生케 할 것이요, 너의 도가 천하에 빛나게 하리로다."
吾亦幾至一歲, 修而度之, 則亦不無自然之理.
오역기지일세 수이탁지 즉역불무자연지리
故一以作呪文, 一以作降靈之法, 一以作不忘之詞. 次第道法, 猶爲二十一字而已.
고일이작주문 일이작강령지법 일이작불망지사 차제도법 유위이십일자이이
이러한 체험이 있은지 근 일 년 동안 나는 그 하느님의 도를 닦으면서 여러모로 검토하여 보았다. 헤아리고 또 헤아려본 결과, 나는 그 도道가 스스로 그러한 이치가 아닌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단 주문을 지었는데, 그 주문은 한편 강령지법降靈之法(至氣今至 願爲大降 지기금지 원위대강)과 한편 불망지사不忘之詞(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로써 차제와 도법이 이 21글자에 다 갖추어져 있다고 할 것이다.
轉至辛酉, 四方賢士, 進我而問曰: "今天靈降臨先生, 何爲其然也?"
전지신유 사방현사 진아이문왈 금천령강림선생 하위기연야
曰: "受其無往不復之理." 曰: "然則何道以名之?" 曰: "天道也." 曰: "與洋道無異者乎?"
왈 수기무왕불복지리 왈 연즉하도이명지 왈 천도야 왈 여양도무이자호
曰: "洋學如斯而有異, 如呪而無實. 然而運則一也, 道則同也, 理則非也."
왈 양학여사이유이 여주이무실 연이운즉일야 도즉동야 이즉비야
신유년(1861)에 이르러 사방에서 어진 선비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묻는 것이었다: "요즈음 듣자하니, 천령天靈(하늘의 신령한 기운, 하느님의 기운)이 선생님께 강림하셨다 하온데, 어찌된 일입니까?"
내가 대답하기를: "뭐 특별한 것이 있겠소? 나는 그저 무왕불복지리無往不復之理를 받았을 뿐이외다."
(*무왕불복지리는 '가서 되돌아오지 않는 이치라는 것은 없다'는 뜻으로 '귀신의 음양론적 세계관'을 부연설명한 것이다. 무왕복불복지리를 깨달으면 귀신을 아는 것이며, 귀신을 만날 줄 알면 곧 천령이 강림하는 것이다.)
선비가 묻기를: "그렇다 하오면, 선생님께서 깨달으신 도는 어떤 도道라고 이름해야 하오리이까?
내가 대답하기를: "천도天道니라."
선비가 묻기를: "그러하오면 선생님께서 깨달으신 천도天道는 양도洋道와 별 다를 바가 없는 것인가요?
내가 대답하기를: "양학洋學은 우리의 사도斯道(전통적 유교 학문세계)와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으나 그 기도에 실내용이 없다.(빨리 죽어 천당에 가게 해달라는 둥 허황된 것만 빌고 있다.) 그러니 운運(우주의 운행)으로 말하면 하나요, 도道(삶의 길)로 말해도 결국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도에 도달하는 이치(理)로 말하면 서학은 근본이 잘못되어 있다."
曰: "何爲其然也?" 曰: "吾道無爲而化矣. 守其心, 正其氣, 率其性, 受其敎, 化出於自然之中也.
왈: 하위기연야 왈 오도무위이화의 수기심 정기기 솔기성 수기교 화출어자연지중야
西人言無次第, 書無皂白, 而頓無爲天主之端, 只祝自爲身之謀. 身無氣化之神, 學無天主之敎.
서인언무차제 서무조백 이돈무위천주지단 지축자위신지모 신무기화지신 학무천주지교
有形無迹, 如思無呪. 道近虛無, 學非天主, 豈可謂無異者乎?"
유형무적 여사무주 도근허무 학비천주 기가위무이자호
선비가 묻기를: "어찌하여 그러하오니이까?"
내가 대답하기를: "나의 도道는 무위이화無爲而化이다. 그 마음을 지키고, 그 기운을 바르게 하고, 인간에 내재하는 천명의 본성을 따르고, 도덕적 교훈을 받아들이면, 오도吾道는 스스로 그러한 가운데서,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와 변하는 세상과 합일이 된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 논리적 비약이 너무 심하고, 그들이 써놓은 책을 보아도 도무지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는 애매한 말만 써놓았다. 그들은 보편적인 종교를 표방한다 하면서 도무지 진정 하느님을 위한다는 단서가 없고, 오로지 자기 한 몸만을 위해 비는 모략만 있다. 그러니 몸에는 생명의 바탕이 되는 기화氣化(기의 화생)의 신령함이 없고, 배움學에는 하나님의 가르침이 배제되어 있다. 형상은 있으나 구체적인 자취가 없고, 사모하는 것 같지만 진정한 빔이 없다. 도道로 말하면 허무虛無에 가깝고, 그 도道를 성취하는 배움, 즉 학學의 과정에는 하나님이 배제되어 있으니 어찌 오도吾道를 양도洋道와 다름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느뇨?"
曰: "同道言之, 則名其西學也?" 曰: "不然. 吾亦生於東, 受於東. 道雖天道, 學則東學.
왈 동도언지 즉명기서학야 왈 불연 오역생어동 수어동 도수천도 학즉동학
況地分東西, 西何謂東, 東何謂西? 孔子生於魯, 風於鄒. 鄒魯之風, 傳遺於斯世.
황지분동서 서하위동 동하위서 공자생어로 풍어추 추로지풍 전유어사세
吾道受於斯, 布於斯, 豈可謂以西名之者乎?"
오도수어사 포어사 기가위이서명지자호
선비가 묻기를: "도로 말하면 같은 도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서학西學이라고 이름해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단연코 말한다: "그렇지 아니하다. 나는 이 동방의 조선땅에서 태어나 그 도를 이 조선땅에서 받았다. 도는 분명 천도天道(Heavenly way)라고 내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말하겠다. 그 도에 도달하는 학學으로 말하자면 분명 '동학東學'이다.
생각해보라! 하물며 대지도 동과 서의 구분이 있지 아니하냐? 서를 어찌 동이라 부를 것이며, 동을 어찌 서라고 부를 것이냐? 공자는 노나라에 태어나 추나라에 감화를 주어 맹자를 탄생시켰다. 그래서 추로의 공맹사상이 이 세상에 전하여지게 된 것이다. 나는 나의 도를 이 조선의 땅에서 받아서 이 조선땅에 펼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추로지풍처럼 이 세상 곳곳에 전하여지게 될 것이다. 어찌하여 나의 도를 서西로서 이름할 수 있단 말인가?
曰: "呪文之意, 何也?" 曰: "至爲天主之字, 故以呪言之. 今文有, 古文有."
왈주문지의하야 왈 지위천주지자고 이주언지 금문유고문유
선비가 또 묻기를: "주문이라는 말의 뜻은 무엇입니까?"
내가 대답하기를: "하느님을 지극히 위하는(공경하는) 글자를 가리키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주呪(divine chanting)라는 형식으로 말하게 되는 것이다. 주라고 하는 것은 지금의 글에도 있는 것이요, 옛글에도 있는 것이다."
曰: "降靈之文, 何爲其然也?" 曰: "至者, 極焉之爲至. 氣者, 虛靈蒼蒼, 無事不涉, 無事不命.
왈 강령지문 하위기연야 왈 지자 극언지위지 기자 허령창창 무사불섭 무사불명
然而如形而難狀, 如聞而難見, 是亦渾元之一氣也. 今至者, 於斯入道, 知其氣接者也.
연이여형이난상 여문이난견 시역혼원지일기야 금지자 어사입도 지기기접자야
願爲者, 請祝之意也. 大降者, 氣化之願也.
원위자 청축지의야 대강자 기화지원야
선비가 묻기를: "강령지문降靈之文이라는 것을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어찌하여 그렇게 지어진 것입니까?"
나는 21자 주문 전체를 해설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至」라는 것은 최상급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는 뜻이다. 다음 「기氣」라는 것은 허령虛靈(형체가 없이 허하지만 영험스러움) 하지만 창창蒼蒼(하늘처럼 푸르고 생명이 피어나는 모습)하고, 매사에 교섭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지만 행체는 있으나 그것을 형용하기는 어렵고, 들리기는 하나 그것을 직접 목도하기는 어렵다. 그러니까 우리의 일상적 견문의 인식체계를 넘어서는 근원적인 혼원渾元의 일기一氣를 가리키는 것이다.
「금지今至」라는 것은 우리 도에 들어와서 나의 몸에 지극히 허령창창한 혼원지기가 접신하게 되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원위願爲」라는 것은 청축請祝(청하여 빈다)의 뜻이다. 「대강大降」이라는 것은 크게 내린다는 뜻인데, 그것은 결국 기화氣化를 원한다는 뜻이다. (*기화는 내 몸의 기가 하느님의 기로 화한다는 뜻이며, 동시에 역으로 하나님의 기가 내 몸의 기로 화한다는 뜻이다. 맑고 깨끗한 하느님의 기로 내 몸을 바꾼다는 뜻이다. 이것은 마치 창문을 열면 청명한 기운이 내 몸으로 스미는 것과도 같다.)
侍者, 內有神靈, 外有氣化, 一世之人, 各知不移者也. 主者, 稱其尊, 而與父母同事者也.
시자 내유신령 외유기화 일세지인 각지불이자야 주자 칭기존 이여부모동사자야
造化者, 無爲而化也. 定者, 合其德, 定其心也. 永世者, 人之平生也. 不忘者, 存想之意也.
조화자 무위이화야 정자 합기덕 정기심야 영세자 인지평생야 불망자 존상지의야
萬事者, 數之多也. 知者, 知其道, 而受其知也. 故明明其德, 念念不忘, 則至化至氣, 至於至聖."
만사자 수지다야 지자 지기도 이수기지야 고명명기덕 염념불망 즉지화지기 지어지성
「시侍」라는 것은 '모신다'는 뜻인데 그 궁극적 의미는 내 몸 안에 신령神靈이 있고, 내 몸 밖에 기화氣化가 있으니, 이렇게 모든 존재가 상호교섭되는 세계에 있어서는 당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서 소외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각자 깨닫는다는 뜻이다. 「주主」라는 것은 '님'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존경의 칭호를 붙임으로써 부모님처럼 똑같이 섬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조화造化」라는 것은 무위이화無爲而化이다. 「정定」이라는 것은 '정해진다'라는 말인데, 그것은 내 존재의 덕성이 하느님의 덕과 합하여지고, 또 '내 마음을 바르게 하여 하느님의 마음과 일치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영세永世」라는 것은 사람의 한평생을 말하는 것이다. 「불망不忘」이라는 것은 한평생 잊지 않고 생각이 난다는 뜻이다. 「만사萬事」라는 것은 '모든 일'인데, 이것은 숫자가 많다는 단순한 의미이다. 「지知」라는 것은 '만사를 알게 된다'는 뜻인데, 그것은 정도를 정확히 알고 그 아는 바를 받아들여 실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총괄해서 말한다면, 밝고 밝은 하느님의 덕성을 순간순간 늘 잊지 않고 생각하면, 지극히 맑고 깨끗한 하느님의 기로 내가 화化하는 데 이르게 되는 것이다."
曰: "天心卽人心, 則何有善惡也?"
왈 천심즉인심 즉하유선악야
曰: "命其人貴賤之殊, 定其人苦樂之理. 然而君子之德, 氣有正而心有定, 故與天地合其德.
왈 명기인귀천지수 정기인고락지리 연이군자지덕 기유정이심유정 고여천지합기덕
小人之德, 氣不正而心有移, 故 與天地違其命. 此非盛衰之理耶?"
소인지덕 기부정이심유정이 고 여천지위기명 차비성쇠지리야
주문에 대한 해석을 다 듣고난 후, 선비가 묻기를:
"선생님, 하느님의 마음이 곧 사람의 마음이라고 한다면, 어찌하여 인간세상에 선과 악이 있고 인간의 행위가 그토록 부도덕할 수 가 있습니까?"
내가 대답하기를: "거참 좋은 질문이다.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에게 귀천의 다름을 운명지어 놓으셨고, 그 사람에게 고락의 이법을 정해놓으셨다. 그러나 군자가 되는 사람의 덕은 이러한 숙명적 요소와 관계없이 그 기운을 바르게 하는 데 있고 그 마음에는 굳건하게 정함이 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천지와 더불어 합기덕合其德 하는 대인의 길을 걷는다. 그런데 소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은 그 운명이 어떠하든지간에 그 기氣가 정의롭지 못하고, 그 마음이 소외되어 있고 진리로부터 멀어져 있다. 그래서 천지와 합기덕 하는 것이 아니라 천지에 대하여 하느님의 명命을 위배하는 천박한 삶을 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음양귀신의 성쇠지리盛衰之理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曰: "一世之人, 何不敬天主也?"
왈 일세지인 하불경천주야
曰: "臨死號天, 人之常情. 而命乃在天, 天生萬民, 古之聖人之所謂而尙今彌留.
왈 임사호천 인지상정 이명내재천 천생만민 고지성인지소위이 상금미류
然而似然非然之間, 未知詳然之故也."
연이사연비연지간 미지상연지고야
선비가 또 묻기를: "선생님, 일세지인一世之人(요즘 사람들 모두)이 어찌하여 그 하느님을 공경치 아니하고 살아갈까요?
내가 대답하기를: "사람이 죽음이 임박할 즈음에는 '아이쿠 하느님'하고 하느님을 부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명命이 하느님께 있고, 하느님은 천하만민을 다 생生하시는 존재라는 것은 고래로부터 성인들이 다 말씀하신 바요, 지금까지도 정당한 믿음으로서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으며, 사람들이 그 자세한 사정을 알 까닭이 없기 때문에, 사람의 애매한 인식 체계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曰: "毁道者, 何也?"
왈 훼도자 하야
曰: "猶或可也."
왈 유혹가야
曰: "何以可也?"
왈 하이가야
曰: "吾道, 今不聞古不聞之事, 今不比古不比之法也. 修者, 如虛而有實; 聞者, 如實而有虛也."
왈 오도 금불문고불문지사 금불비고불비지법야 수자 여허이유실 문자 여실이유허야
선비가 또 묻기를: "선생님! 우리 도는 그토록 훌륭한 도인데, 우리 도를 죽으라고 훼방하는 자들은 도무지 왜들 그러합니까?"
내가 대답하기를: "딱하지만 괜찮다."
선비가 묻기를: "어찌하여 괜찮다고 말씀하시나이까? 응징을 해도 시원찮을 텐데..."
내가 대답하기를: "우리 도는 현금의 그 누구도 들은 바가 없고, 고대의 그 누구도 들은 바가 없다. 현대에도 비교할 수 있는 법이 없고 고대에도 비교될 수 있는 법이 없었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는 도를 몸으로 받아들여 닦는 자는 겉으로 허虛하게 보여도 내실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듣기만 하고 흘려버리는 자들은 겉으로는 실實하게 보여도 그 내면은 허탕인 자들이다."
曰: "反道而歸者, 何也?"
왈 반도이귀자 하야
曰: "斯人者, 不足擧論也."
왈 사인자 부족거론야
曰: "胡不擧論也?"
왈 호불거론야
曰: "敬而遠之."
왈 경이원지
曰: "前何心, 而後何心也?"
왈 전하심 이후하심야
曰: "草上之風也."
왈 초상지풍야
曰: "然, 則何以降靈也?"
왈 연 즉하이강령야
曰: "不擇善惡也."
왈 불택선악야
曰: "無害無德耶?"
왈 무해무덕야
曰: "堯舜之世, 民皆爲堯舜. 斯世之運, 與世同歸. 有害有德, 在於天主, 不在於我也.
왈 요순지세 민개위요순 사세지운 여세동귀 유해유덕 재어천주 부재어아야
一一究心, 則害及其身, 未詳知之. 然而斯人享福, 不可使聞於他人, 非君之所問也, 非我之所關也."
일일구심 즉해급기신 미상지지 연이사인향복 불가사문어타인 비군지소문야 비아지소관야
선비가 묻기를: 우리 도에 들어왔다가 중도에 도를 배반하고 떠나버리는 자는 어째서 그러합니까?
내가 대답하기를: 이와같은 사람은 지금 우리가 거론할 가치가 없느니라.
선비가 묻기를: 어찌하여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내가 대답하기를: 경함으로써 멀리하라는 뜻이다.
선비가 묻기를: 입도할 때 무슨 마음이었고, 배반하고 떠날 때는 또 무슨 마음일까요?
내가 대답하기를: 바람결 따라 나부끼는 줏대없는 풀과도 같은 사람들이니라.
선비가 묻기를: 그렇다면 입도 후에 그에게도 강령이 있었다고 봐야 되는데, 어찌하여 그런 인간에게 강령이 되는 것입니까?
내가 대답하기를: 하느님의 강령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인 선악을 가리지 아니한다.
선비가 묻기를: 그렇다면 도를 배반한 자들에게는 그 이후에 해라고 말할 것도 없고, 덕이라고 말할 것도 없다는 말씀인가요?
내가 대답하기를: 요순의 시대에는 그 시대를 사는 민중 모두가 요.순이 되었다. 사람의 선악은 이와같이 그 시대적 상황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지금 우리시대의 운수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행동양식과 궤도를 같이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배도를 한 후에 해가 있을 것이냐 덕이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하느님께서 관장하실 문제이지, 나 수운의 문제는 아니다.
일일이 그 배도자의 마음을 탐구해본다 한들, 해가 그의 몸에 미칠지 어떨지는 자세히 알 길이 없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 사람이 배도 후에 행복할지 어떨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바도 아니요, 그대들이 나에게 물을 바도 아니요, 내가 관여할 바도 아니다.
嗚呼! 噫噫! 諸君之問道, 何若是明明也. 雖我拙文, 未及於精義正宗.
오호 희희 제군지문도 하약시명명야 수아졸문 미급어정의종정
然而矯其人, 修其身, 養其才, 正其心, 豈可有岐貳之端乎! 凡天地無窮之數, 道之無極之理, 皆載此書.
연이교기인 수기신 양기재 정기심 기가유기이지단호 범천지무궁지수 도지무극지리 개재차서
惟我諸君, 敬受此書, 以助聖德. 於我比之, 則怳若甘受和, 白受采.
유아제군 경수차서 이조성덕 어아비지 즉황약감수화 백수채
吾今樂道, 不勝欽歎. 故論而言之, 諭而示之. 明而察之, 不失玄機.
오금낙도 불승감탄 고논이언지 유이시지 명이찰지 불실현기
오호라! 기쁘고 또 기쁘도다! 제군들이 도에 관하여 묻는 것이 어찌 그리 밝고 또 밝은가! 비록 나의 졸문이 정밀한 의취의 정종正宗(적통정맥)에는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사람에게 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그 몸을 닦게 하여, 그 재주를 기르고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는 어찌 딴 길이 있을까보냐!
대저 천지의 무궁한 도수와도의 무극한 이치가 모두 이 한 편의 글에 담겨져 있으니, 나의 사랑하는 제군들은 이 글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아서, 성덕聖德을 완성하여라! 나에게 있어서 이렇게 성덕을 완성하는 문제는 비유하자면 꼭 단맛이 모든 맛을 조화롭게 받아들이고, 하이얀 무명이 모든 색깔을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것과도 같다.
나는 지금 남원 은적암에 호젓이 앉아 도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 심오한 하느님의 이치를 흠탄欽歎(공경스럽게 찬탄하다)치 아니할 수 없도다. 그러므로 나의 상념들을 논하여 글로 써보이고 효유하는 심정으로 그대들에게 보이노니, 이를 명료하게 살피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의 현기玄機(현묘한 변화의 카이로스)를 잃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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