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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5장. 그림자 속의 자본: 파생상품과 시스템 리스크

by 광명인 2025. 4. 17.

실물 없는 신용이 다른 신용을 낳을 때,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금융 시스템은 본래 단순했다.
예금이 있으면 대출이 가능했고,
신용이 있으면 이자를 받고,
돈은 실물경제를 돌게 했다.

하지만 이 단순한 구조는
욕망과 기술의 발달 앞에서 급속히 복잡해진다.

그 중심에는
**파생상품(Derivatives)**이라는 괴물이 있었다.

2000년부터 2025년까지 BIS 기준 장외파생상품(OTC Derivatives)의 명목 잔액(Notional Amount) 추이

🧨 파생상품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
실물 자산을 직접 거래하지 않고,
자산의 ‘가격 변동’사고파는 계약이다.

예를 들어,
석유 한 드럼을 사는 대신,
"석유 가격이 오르면 내가 돈을 벌고, 내리면 당신이 번다"는
베팅 계약’을 사고파는 것이다.

이게 바로 선물(Futures), 옵션(Options), 스왑(Swaps), CDS(Credit Default Swap)
우리가 뉴스에서만 얼핏 들어봤던 단어들의 정체다.

이 파생상품들은 처음엔 **위험 관리 수단(헤지)**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내,
투기와 레버리지(차입 투자)도구로 돌변한다.

💣 파생상품 = 신용의 신용의 신용

문제는 이 구조가
실물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이다.
즉, 원래 자산이 없어도
그 자산을 ‘가진 척’하고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다.

  • 신용을 바탕으로
  • 또 다른 신용을 만들고
  • 그 위에 레버리지를 얹고
  • 그걸 또 쪼개서
  •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서로 연결된다

이 모든 구조는 ‘정상적일 땐’ 작동한다.
하지만 충격이 오면,
누가 어디서 무너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게 바로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다.

🏦 리먼브라더스와 시스템 붕괴의 예고편

2008년,
리먼브라더스라는 대형 투자은행이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다.

  • “저 회사 하나가 망한다고 왜 전 세계 금융이 멈춰?”
  •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거지?”

답은 간단했다.
리먼은 수천 개의 파생상품 계약의 중간 허브였고,
그게 연쇄 붕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가 전 세계 금융에 깔려 있었다.
보이지 않았을 뿐.

🕸 그림자 금융의 탄생

이런 복잡한 구조는 공식적인 은행 시스템 에서도 생겨났다.
이게 바로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다.

  • 헤지펀드
  • 사모펀드
  • 증권사
  • 구조화된 투자회사(SIV)

이들은 은행이 아니라서 규제도, 감독도 약했다.
그러나 이들이 굴리는 돈은
전 세계 GDP보다 많았다.

그야말로 그림자 속의 자본 권력.

🧩 시스템이 무너지는 방식

우리는 종종 "금융위기"를 큰 사건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조용히 온다.

  • 갑자기 채권시장이 얼어붙고
  • 보험사가 지급불능 상태가 되고
  • 금리가 급등하고
  • 유동성이 증발하며
  • 정부가 부양책을 쓰지만
  • 신용은 이미 사라진 뒤다

누군가 문을 열면, 이미 불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가?

지금도 파생상품은 전 세계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의 계약 잔액은 약 600달러.
(세계 GDP의 6~7배 수준)

그 중 상당수는 비공개,
정확히 누가, 얼마나, 어떤 계약을 맺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한쪽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

🚨 금융 시스템의 현재 상태

  • 복잡하게 연결된 파생상품
  • 투명하지 않은 그림자 금융
  • 실물보다 훨씬 커진 금융 자산
  • 모두가 부채로 운영되는 레버리지 구조
  • 그리고 모든 것이 ‘신용’ 하나에 달려 있다

📌 정리하자면:

  • 파생상품은 신용의 파생물이다
  • 이 구조는 한없이 확장되지만,
  • 신용이 꺼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 다음 예고:
이제 우리는 신용의 마지막 보루, ‘금리’와 ‘국가신용’바라본다.
그리고 중심에는, 세계 최대의 채권 발행국 — 미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