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실패하지 않는다. 실패하는 건 정부다."
이 말이 한때 ‘진리’처럼 여겨진 시대가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세계는 또 한 번 위기와 혼란 속에 있었다.
이번에는 전쟁도, 공황도 아닌, ‘물가가 오르는데 경제는 죽어 있는’ 기묘한 침체.
이 현상을 사람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불렀다.
그 전까지 세계 경제는 ‘정부가 조절한다’는 전제가 강했다.
케인즈의 이론, 국가 개입, 공공투자, 복지와 규제.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은 그 시스템의 무력함을 드러냈다.
시장은 묻기 시작했다.
"정부가 경제를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게 진짜였을까?"
🧠 신자유주의의 부상
이때 등장한 철학이 바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였다.
대표주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그들의 주장은 간단하고 명확했다:
-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 정부의 개입은 왜곡과 비효율을 만든다.
- 가격, 금리, 자본 흐름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 국가의 역할은 최소화되고, 개인의 자유가 강조돼야 한다.
그들은 ‘자유’를 외쳤지만,
사실상 말하고 있던 건 “시장에 대한 신앙”이었다.
레이건과 대처,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실현
1980년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영국의 마가렛 대처는
신자유주의를 실제 정책으로 밀어붙였다.
- 대규모 감세
- 금융 규제 완화
- 공공기관 민영화
- 노동조합 해체
- 자유무역과 자본 자유화
그들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주도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기업은 자유로워졌고,
금융은 빠르게 성장했고,
월스트리트는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 금융이 실물보다 커지다
신자유주의는 생산이 아닌 자산 가격의 상승을 중시했다.
부동산, 주식, 채권, 파생상품…
모든 것이 ‘가치’라는 이름으로 가격을 붙였다.
그리고 그 가격은 시장이 정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시장도 인간이 만들었고, 인간은 탐욕적이라는 점이다.
규제가 풀린 시장은 신용을 기반으로
무한한 자산 버블을 만들어냈다.
- 레버리지 투자
- 대출 기반 자산 매입
- 자기자본비율 하락
- “지금 사서, 나중에 팔면 된다”는 마인드
사람들은 더 이상 실물의 가치를 보지 않았다.
"얼마나 오를 수 있는가"가 유일한 기준이 되었다.
🏦 금융은 더 이상 경제의 하위 부문이 아니었다
- 금융이 실물 경제보다 더 빨리 성장했다
- 기업은 생산보다 주가 관리에 더 신경 썼다
- 경제 뉴스는 고용률보다 연준 금리를 먼저 말했다
- 모든 자산이 금융상품이 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금융화(Financialization)의 시작이었다.
💭 돈은 이제 실물이 아니라 심리 위에 떠 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을 믿었다.
하지만 시장은 사실 심리로 움직이고,
그 심리는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사람들은 “정부는 못 믿겠지만 시장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둘 다 같은 믿음이다.
신뢰가 빠지면, 정부도, 시장도,
그 어떤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다.
⚠️ 구조적 부작용: 몇 가지 씨앗들
- 자산 버블의 고착화
- 파생상품의 확산
- 부채와 신용의 왜곡
- 불평등의 심화
🧨 믿음이 만든 거품은 결국, 믿음이 빠지면 터진다
신자유주의는 “정부가 실패한다”고 했지만,
그 결과로 시장은 더 큰 실패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신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금융상품 안에 숨어 있었고,
부채는 시스템 전체에 뿌리내렸고,
하나의 충격이 전체 도미노를 무너뜨릴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됐다.
📘 다음 장 예고:
“신용은 더 이상 실물에 기반하지 않았다.
이제 그것은 파생된 신용 위에 또 다른 신용을 얹는 ‘허상 위의 건축물’이 된다.
그게 바로, 파생상품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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