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원사화揆園史話는 규원사화서(揆園史話序), 조판기(肇判記), 태시기(太始紀), 단군기(檀君紀), 만설(漫說) 등 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규원사화서〉와 〈만설〉은 북애자의 글이며 〈조판기〉, 〈태시기〉, 〈단군기〉에는 설명 중간에 저자와 이전 저자인 이명의 의견이 추가된 듯한 부분이 있는데 대체로 인용 근거를 표시하고 있다. 조판기는 수백만 년간의 우주 혼돈의 시대가 지나고, 하늘과 땅이 나뉘고 일월성신이 운행하며, 지상에 수화의 순환과 사시의 질서가 잡히고, 천상계에서 하늘의 최고신인 환인과 환웅천왕, 그리고 그들이 거느리는 작은 신들의 신령한 활동으로 동·식물이 땅 위에 나타나 번성하고, 그들을 조화롭게 다스릴 사람들이 화생되어, 궁극적으로 환인의 명으로 환웅이 풍백, 우사, 운사와 무리 3천을 이끌고 태백산 정상에 내려와 신시를 개창하기까지의 역사 과정을 시간 순으로, 즉 일종의 빅히스토리의 형식으로 흥미롭게 기록하고 있다.]
肇判記(조판기)
太古, 陰陽未分, 洪濛久閉, 天地混沌, 神鬼愁慘, 日月星辰堆雜無倫, 壤海渾瀜, 羣生無跡, 宇宙只是黑暗大塊, 水火相盪不留刹那; 如是者, 已數百萬年矣.
태고에 음과 양이 아직 나누어지지 않은 채 아주 흐릿하게 오랫동안 닫혀 있으니, 하늘과 땅은 혼돈하였고, 신과 도깨비들은 근심하고 슬퍼하였으며, 해와 달과 별들은 난잡하게 쌓여 질서가 없었고, 흙과 바다는 뒤섞여 있어 뭇 생명의 자취는 아직 존재하지 않음에, 우주는 단지 커다란 암흑 덩어리일 뿐이며, 물과 불은 잠시도 쉬지 않고 서로 움쩍이는지라, 이와 같은지가 벌써 수백만년이나 되었다.
上界却有一大主神, 曰桓因, 有統治全世界之無量智能, 而不現其形體, 坐於最上之天, 其所居數萬里, 恒時大放光明, 麾下更有無數小神. 桓者, 卽光明也, 象其體也; 因者, 本源也, 萬物之藉以生者也.
하늘에 무릇 한 분의 큰 주신(主神)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환인(桓因)이라 하는데, 전세계를 통치하는 가 없는 지혜와 능력을 지니고서, 그 모습은 나투지 않은채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거처하는 곳은 수만 리나 떨어져 있지만 언제나 밝은 빛을 크게 내뿜고, 그 아래로는 또한 수많은 작은 신들이 있었다. ‘환(桓)’이라 함은 밝은 빛을 말하는 것이니 곧 근본 바탕을 모양으로 나타낸 것이며, ‘인(因)’이라 함은 말미암은 바를 말하는 것이니 곧 만물이 이로 말미암아 생겨났음을 나타낸 것이다.
爾時, 一大主神, 乃拱手黙想曰: 「如今, 宇宙大塊, 冥閉已久, 混元之氣, 包蘊停稸, 正要啓生化育. 若不儘時開判, 何以成無量功德乎!」 乃召桓雄天王, 授命行剖判之業. 天王奉命辭出, 乃督諸神, 令各自大顯神通, 只看風雲晦冥黝深‧電光閃焂馳繞‧雷霆砰訇震擊諕得, 玉女失色, 百鬼遁竄.
이때 한 분의 큰 주신이 손을 마주잡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다 이르기를 「지금과 같이 우주의 큰 덩어리가 어둠으로 닫힌지 이미 오래되어, 천지개벽의 기운이 감싸인 채 머물러 오다가 바야흐로 낳아 길러지기를 바라니, 만약 때가 다하였음에도 세상을 열어서 구분하여 주지 않는다면 어찌 가없는 공덕을 이룰 수가 있으리오」 하고는, 환웅천왕(桓雄天王)을 불러 세상을 가르고 나누는 작업을 명하였다. 천왕은 명을 받들고 물러나와서 여러 신들을 독려하여 각자에게 스스로의 신통력을 크게 발휘하게 하니, 단지 바람과 구름이 어둑어둑한 가운데 검푸른 빛이 깊어지고, 번개불이 일어나며 번쩍이는 섬광은 쏜살 같이 치달아 얽혀 드는 것만이 보일 뿐, 우뢰와 천둥소리는 맹호가 울부짖는 소리와 같은지라, 옥녀는 놀라서 낯색을 잃어버렸고, 모든 도깨비들은 도망쳐 숨어 버렸다.
於是, 洪濛肇判, 天地始分, 虛曠浩茫, 不可端倪. 乃命日月, 輪流相轉, 光麗於天, 照臨於地, 日行爲晝, 月行爲夜, 又命星辰周匝蒼穹, 以定四時, 以紀年日.
그리하여 아주 흐릿하게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나누어지기 시작하니, 그 나누어진 처음에는 텅하니 비어 있고 휑하니 넓은 것이 아무런 구별도 할 수가 없었다. 이에 해와 달에게 명하여 바퀴가 굴러가듯이 서로 돌아가며 하늘에서 고운 빛을 발하여 땅에 내려 비추게 하여, 해가 가는 것을 낮으로 삼고, 달이 가는 것을 밤으로 삼았으며, 또한 별들로 하여금 창공을 두루 돌게 하여, 이로서 사시(四時)를 정하고 햇수와 날수를 기록하게 하였다.
雖然天地旣分, 日月輪轉, 而地界, 水火未定, 壤海混淪, 停稸之氣, 未卽啓發化成矣. 一大主神, 再命桓雄天王大顯法力, 只看大地, 水(涯)[滙]陸現而壤海始定, 火藏水動而萬物滋生. 於是, 草木托柢, 昆蟲․鱗介․飛禽․走獸之屬, 振振生育․繁衍充牣於地上三界. 盖自天地始分以來, 又十萬年矣.
그러나 비록 하늘과 땅을 나누고 해와 달을 운행하게 하였으나, 땅에는 물과 불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였고, 흙과 바다는 그 원기가 아직 나뉘지 않은 채 하나로 엉켜 있었으니, 멈추어 쌓여온 기운은 아직 열려 변화하지 못하였다. 한 분의 큰 주신이 다시 환웅천왕에게 명하여 법력을 크게 드러내게 하니, 단지 큰 땅덩이만 보이던 것에서, 물이 휘돌아 나가며 뭍이 드러남에 흙과 바다가 비로소 나뉘어져 자리를 잡게 되니, 불의 기운은 잠들고 물의 기운이 움직여 만물이 무성하게 생겨나게 되었다. 이에 초목은 뿌리를 내리고, 곤충과 물고기 및 날짐승과 들짐승 등의 무리들은 무수히 자라나 땅 위의 삼계에 번성하여 가득하였다. 무릇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나누어진 이래 또 십만년이 지났다.
一大主神, 更聚衆神曰: 「今乘宇宙自然之運會, 已煩汝等出力, 剖判天地, 化生萬物, 功德自固無量. 但天地之間, 宜置萬物之長, 其名曰人, 可與天地叅爲三才, 而作萬物之主. 元來天地停稸之氣, 散爲萬物, 而靈秀之性‧貞明之氣, 則尙鍾毓而不發; 今可啓導靈秀, 發放貞明, 而別作人衆, 俾於羣生之中, 自作主宰. 但此事須先有備, 不可造次.」 乃三命桓雄天王. 天王奉令, 依計頒行.
한 분의 큰 주신이 다시 뭇 신들을 모아 놓고 이르기를 「지금 우주의 자연스러운 기운을 타고 이미 너희들이 번거롭게 힘을 내어 하늘과 땅을 가르고 나누며 만물이 드러나게 하였으니, 그 공덕이 자고로 한량이 없구나. 그렇지만 하늘과 땅 사이에 마땅히 만물의 어른을 두어야 하기에 그 이름을 ‘사람’이라 할 것이니, 하늘 그리고 땅과 더불어 삼재(三才)로 삼아 만물의 주인이 되게 하리라. 원래 하늘과 땅의 멈춰 쌓였던 기운을 흩어지게 하여 만물이 되게 하였는데, 신령하고 빼어난 성질과 곧고 밝은 기운은 아직도 축적되고 쌓여 있을 뿐 발현되지 않았다. 이제 이것의 신령하고 빼어남을 이끌어 내고 곧고 밝음을 드러내게 별도의 사람의 무리를 이루어 이들로 하여금 뭇 생명체들 가운데 스스로 주인이 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마땅히 먼저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며, 서두르거나 경솔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하며 환웅천왕에게 세번째로 명을 내리니,천왕은 명을 받들어 계획대로 널리 펴서 행하였다.
於是, 桓雄天王大召滿天(皇)[星]宿, 令分管上天諸事, 却令主神麾下無數小神, 一幷降落下界, 主治山岳‧河川‧洋海‧沼澤‧丘陵‧原野‧里社之基, 務要謹嚴平正, 不可有誤. 然後, 采天地靈秀之性‧貞明之氣, 造成無數人生.
이에 환웅천왕은 하늘에 가득찬 별자리를 모두 불러 하늘 위의 모든 일을 나누어 맡게 하고, 주신(主神) 휘하의 무수한 작은 신들에 명령하여 하나같이 모두 하계에 내려가 산악과 하천, 해양과 소택, 구릉과 들판 및 마을들의 바탕되는 일들을 다스리게 하며, 근엄하고 공평하게 하여 잘못이 없도록 하였다. 그러한 후에 하늘과 땅의 신령하고 빼어난 성질과 곧고 밝은 기운을 가려 모아 무수한 사람들을 만들었다.
一大主神, 乃四命桓雄天王曰: 「如今, 人物業已造完矣. 君可勿惜厥勞, 率衆人, 躳自降落下界, 繼天立敎, 爲萬世後生之範.」 乃授之以天符三印曰: 「可持此, 敷化於天下.」 桓雄天王, 欣然領命, 持天符三印, 率風伯‧雨師‧雲師等三千之徒, 下降太白之山‧檀木之下. 太白山者, 卽白頭山也. 衆徒推爲君長, 是爲神市氏. 自草木托柢‧禽獸滋生以來, 又十萬年也.
한 분의 큰 주신이 이에 네번째로 환웅천왕에게 명하기를 「이와 같이 사람과 만물을 일으키는 공적을 이미 이루어 완전하게 하였다. 그대는 그 노고를 너무 애석히 생각말고 뭇 사람들을 이끌어 몸소 하계에 내려가서, 하늘을 이어서 가르침을 세움으로서 만세토록 후생의 모범이 되도록 하라」 하고, 천부(天符)의 세가지 인(印)을 주며 말하기를 「이것을 가지고 널리 천하에 교화를 베풀어라」 하였다. 환웅천왕은 흔연히 명을 받들어 천부의 세 가지 인을 지니고서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 등 삼천의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의 밝달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태백산’이라 함은 곧 백두산을 말한다. 뭇 무리들이 그를 임금으로 추대하니, 그가 곧 신시씨(神市氏)이다. 초목이 뿌리를 내리고 금수가 무수히 생겨난 이래 또 십만 년이 되었다.
'규원사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규원사화 단군기-3 (1) | 2024.12.12 |
---|---|
규원사화 단군기-2 (2) | 2024.12.11 |
규원사화 단군기-1 (4) | 2024.12.10 |
규원사화 태시기 (0) | 2024.12.07 |
북애자 규원사화 서문 (2) | 2024.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