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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수행법/마음공부

불교의 사법계(四法界)

by 광명인 2024. 8. 27.

사법계(四法界)현상본체와의 상관관계를 사법계(事法界) · 이법계(理法界) · 이사무애법계(理事無礙法界) ·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 등 넷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물이 제각기 한계를 지니면서 대립하고 있는 차별적인 현상 세계를 사법계라 하고, 언제나 평등한 본체 세계를 이법계라 한다. 그러나 현상과 본체는 결코 떨어져 있을 수 없는 것이어서 항상 평등 속에서 차별을 보이고 차별 속에서 평등을 나타내는데, 차별적인 현상계와 평등한 본체계가 상호 모순과 걸림이 없이 조화로운 상태를 이사무애법계라 한다. 이 이사무애법계에서 나아가 차별적 현상계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의 상호 관계에도 모순과 걸림이 전혀 없는 상태가 사사무애법계다. 이 경계는 조화의 경계(일심 법계)로 세상만사 뜻대로 할 수 있는 경지이다. 이 사사무애의 도리를 바탕으로 우주 만유가 삼신 성령의 일심 조화 세계로부터 벌어져 나온 것이다.

1. 사법계(事法界): 만상(萬相)과 만법(萬法)의 다양성이 그대로 드러난 변화무상한 차별 현상계, 즉 색(色)을 말함. 일자(一者)와 다자(多者)의 관계로 설명하자면, 다자(多者)의 상태. 우리 눈에 비치는 다양하고 차별적인 현상 세계를 말한다.

2. 이법계(理法界): 현상계에 드러난 만상과 만법이 일상(一相)과 일법(一法)으로 통일된 본체계, 즉 공(空)한 상태를 말함. 일자(一者)와 다자(多者)의 관계로 설명하자면, 일자(一者)의 상태. 천지 만물이 모두 본질에서는 공성(空性)으로 동일하다.

3. 이사무애법계(理事無礙法界): 차별 현상계인 색(色)과 본체계인 공(空)이 둘이 아닌 세계, 즉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의 세계를 말함. 일자(一者)와 다자(多者)의 관계로 설명하자면, 일자(一者)와 다자(多者)사이에 모순과 걸림이 없는 상태. 변화무상한 현상 세계가 곧 영원한 생명의 고향이다. 현상계[色]와 본체계[空]는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모순과 차별이 없는 동일한 일체 관계에 있는 것이다.

4.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 현상계와 본체계 사이의 상호 무차별성을 넘어, 차별적 현상계인 색계(色界)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상호 관계에도 모순과 걸림이 전혀 없는 자유로운 상태를 말함. 일자(一者)와 다자(多者)의 관계로 설명하자면, 일자와 다자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자(多者)내의 상호작용에도 아무런 걸림이 없는 상태. 이 경지는 세상만사를 뜻대로 할 수 있는 무소불능(無所不能)한 절대 조화의 경계이나 무엇을 해도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석가모니가 40년 이상 설법한 주제는 하느님의 영조화를 부리는 생명의 근원인 마음(心)입니다. 마음에는 유형과 무형의 세계를 파악하는 '식(識)'이라는 작용이 있습니다. 불가에서는 이 식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밝힌 '유식설(唯識說)'를 전하는데, 이 유식설에는 모든 존재는 마음의 작용인 식(앎)에 의해서 나타나는 가상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식에는 가장 먼저 육체를 통해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5식(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이 있습니다. 이 감각 기관의 5식을 통일하는 주체가 의식제6식입니다. 이 제6식의 뿌리가 되는 근원적인 자아의식, 강력한 자기 통일의식을 제7식 말나식(末那識)이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의 근원인 심층의식으로서 모든 표상을 낳는 근본식이자 모든 체험과 기억의 종자를 저장하는 식이 제8식 아뢰야식(阿賴耶識)입니다. 이 아뢰야식을 넘어 궁극의 경계로 들어가면 우주의 절대 순수의식인 아마라식(阿摩羅識, 제9식)에 이르게 됩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유식설의 핵심유.무형의 세계에 대한 진리의 인식입니다. 『화엄경』에서는 우주 만물이 존재하는 진리를 '사법계관(四法界觀)'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화엄경』 「입법계품(立法界品)」에서는 선재동자의 장대한 순례 여정이 그려져 있습니다. 선재는 수많은 선지식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으며 남행하여 마침내 미륵불과 감격적으로 상봉합니다. 미륵님은 진리를 찾아 수만 리 길을 걸어온 선재를 찬탄하고, 흔들림 없는 깨침의 세계로 들어서고자 하는 그에게 보리심의 공덕을 설합니다. 이후 선재는 지혜의 실천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의 금강도량에 들어 중중무진(重重無盡, 깊고 깊어 다함이 없음)의 법계(法界)로 진입합니다.

'법(法)'은 일체의 존재에 대해 밝히는 진리를 뜻합니다. '법계'는 유.무형의 모든 존재가 나타나는 진리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법계관'이란 이러한 일체의 존재 세계를 인식하는 틀, 곧 세계관을 말합니다. 우주 삼라만상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떠한 섭리로 벌어져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무한히 중층적인 우주의 현실 법계를 4단의 논리로 해명한 우주관이 『화엄경』에 나오는 사법계관 (四法界觀)입니다. 첫째, 사법계관(事法界觀), 둘째, 이법계관(理法界觀), 셋째, 이사무애법계관(理事無礙法界觀), 넷째, 사사무애법계관(事事無礙法界觀)이 바로 그것입니다.

첫째, 사법계관(事法界觀)입니다.
천지간에는 온갖 만물이 생겨나 희비를 연출하며 존재하지만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으며 제각기 제2의 천성(天性)을 달리하여 태어납니다(萬物資生). 겨울에 대지를 덮는 흰 눈송이도 그 결정 모양이 모두 다릅니다. 이렇듯 현상계(色)는 진실로 변화무상한 세계입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 비치는 변전무상(變轉無常)한 다양하고 차별적인 현상 세계(事法界, 色界)가 본질에서는 차별없는 진리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것이 바로 사법계관입니다.

둘째, 이법계관(理法界觀)입니다.
산, 바다, 식물, 동물, 사람 등 모두 다르게 보이는 화려한 현상 세계도 그 이면을 진리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모두 허상과 같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텅 비어 있는 조화의 큰 구멍 속에서 생성.변화하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벌어져 있는 것입니다. 『금강경』에서는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이면 측견여래(卽見如來)니라'고 하여 '만물을 볼 때 그 현상들을 그대로 공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만물의 참모습이요, 곧 여래를 보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천지 만물의 본질이 바로 (空)이라는 것입니다. 생명의 근본(空) 자리에서 볼 때, '천지 만물은 모두가 공성(空性)으로 동일하다'는 것이 이법계관의 핵심입니다.

셋째, 이사무애법계관(理事無碍法界觀)입니다.
현실 세계(事法界)와 그것이 생겨난 본체 세계(理法界) 사이에는 모순과 걸림이 없습니다(無碍). 만물의 현상은 동일한 본체를 바탕으로 해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사무애법계관은 현상계본체계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일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우리 앞에 펼쳐진 만유생명의 근원(성부=법신불) 자리에서 벌어져 나왔으므로, 그 모체의 성품 (佛性=一心)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현상(色)이 생명의 고향인 본체(空)와 따로 떨어져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본체와 일체의 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화려한 우주의 현상 세계가 곧 영원한 생명의 고향이며, 천국과 극락으로 표현되는 생명의 본체 세계가 곧 현실 세계인 것입니다. 이사무애법계관은 이처럼 본체계와 현상계가 모순과 차별이 없이 동일하다는 것으로, 현상과 본체를 통합하는 법계관입니다. 현상이 곧 본체라는 것이 이사무애법계관의 결론입니다. 『반야심경』에서는 이를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넷째, 사사무애법계관(事事無碍法界觀)입니다.
천지 만물은 그것이 생겨나기 전의 생명의 근원 자리모순 없이 일체 관계에 있으므로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도 그 상호 관계에서 모순과 걸림이 전혀 없다는 것이 사사무애법계관입니다. 세상만사를 뜻대로 할 수 있는 이 경지는 신의 무소불능(無所不能)한 절대 조화의 경계(일심 법계)입니다. 예를 들면, 전체를 비롯한 삼라만상의 본질은 1초의 휴식도 없이 운동하는 것인데 상제님은 별들의 움직임을 손가락 하나로 정지시키고, 또 죽은 자를 한마디 말씀으로 일으키기도 하십니다. 이처럼 모순적이며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하느님의 조화 일심(一心) 경지에서는 전혀 걸림이 없는입니다. 하느님의 대행자인 석가나 예수는 만사를 뜻대로 행하는 조화주이신 아버지 하느님의 사사무애한 도권(道權)과 신권(神權) 까지는 쓰지 못했습니다. 이 사사무애의 도리를 바탕으로 우주 만유가 삼신의 성령의 본체, 즉 일심 조화 세계로부터 벌어져 나왔습니다. 일심법계관(一心法界觀)이야말로 『화엄경』에서 석가가 펼친 묘명진경(妙明眞境)우주의 핵심 세계관입니다.

[참고 및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증산도 진리 63~65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