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념의 시간]
오전 열 시,
도시엔 소음이 잦아들고,
사이렌이 기억을 소환한다.
차가 멈추고,
발걸음도 멈춘다.
고개가 숙여지고,
가슴엔 조용히 파도가 일렁인다.
짧은 침묵 속,
그리운 이들의 이름이 피어오른다.
눈부셨던 젊음,
서늘한 산등성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저녁.
피로 얼룩진 태극기가
관을 덮었고,
눈물로 접힌 편지 한 장,
어머니의 가슴엔 아직도
진주처럼 알알이 박혀 있다.
자유는
저절로 피어난 꽃이 아니다.
그들의 이름은
무명으로, 때론 무덤도 없이
바람처럼 흩어졌고,
6월의 햇살처럼 우리 곁에 남았다.
오늘 하루,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
기억은 의무가 아니라
산 사람이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예의이기에.
그대들의 희생 위에
우리는 내일을 쓴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2025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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