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오 카쿠 박사의 '양자컴퓨터의 미래'는 양자역학의 기초 위에서 작동하는 양자 컴퓨터가 인류 문명에 불러올 엄청난 혁신을 예견한다. 그는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넘어서는 엄청난 연산속도를 제공하며, 특히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양자 컴퓨터는 병렬 연산과 중첩 상태를 이용해 암호 해독, 약물 설계, 기후 예측, 물질 연구 등에서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의 결합은 기술 혁명의 핵심이다. 양자 컴퓨팅의 속도와 AI의 학습 능력이 결합하면, 인공지능은 스스로 복잡한 문제를 실시간으로 해결하고,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며, 창의적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카쿠는 이 기술이 의료, 금융, 교육, 제조업 등 전 분야에서 총체적 혁신을 이끌며, 인류 문명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와 함께 윤리적 고민과 사회적 대비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이 책은 양자 컴퓨팅이 그리는 미래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인류의 지적 도약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구글이 양자 컴퓨터에 사용할 새로운 칩 '윌로우'를 공개했습니다. 현지 시각 9일, 구글은 이 작은 칩 '윌로우'가 현존하는 모든 슈퍼컴퓨터를 능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슈퍼컴퓨터 '프런티어'가 푸는 데 10의 25제곱, 10자년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풀 수 있다는 겁니다.
양자 컴퓨터의 미래, 양자 컴퓨터 혁명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미치호 카쿠 지음
책 소개
《양자컴퓨터의 미래》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개념, 역사와 종류, 개발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양자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돌파구, 마침내 펼쳐질 환상적인 미래까지, 인류의 문명을 도약시킬 양자컴퓨터의 힘과 가능성을 경쾌하고 깔끔한 문체로 눈앞에 실감나게 그려낸 책이다. 독자들은 저자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정확한 설명과 비유를 통해 ‘양자역학’과 ‘컴퓨팅’의 기본 지식은 물론 현재 물리학, 생물학, 의학 등 인류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각 과학 분야에서 어떤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양자컴퓨터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두루 알게 될 것이다.
미치오 카쿠는 이 책에서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를 능가할 수 있는 영역으로 다음 네 가지를 든다.
1)검색 능력: 저자가 말하는 양자컴퓨터의 주특기는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이다. 양자컴퓨터는 방대하고 혼란스러운 데이터에서 핵심만 추출하여 중요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2)최적화: 양자컴퓨터는 수많은 변수를 계산하여 폐기물, 업무효율, 수익 및 비용, 제조공정 등 산업계의 특정 요소를 최대화, 또는 최소화하는 데 탁월하다.
3)시뮬레이션: 날씨 예측이나 신약 개발처럼 복잡하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실험은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실험으로 대체할 수 있다.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로 카페인 같은 단순한 분자가 형성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려면 10^48비트의 정보가 필요한데, 이 수는 지구를 구성하는 총 원자 개수의 10퍼센트에 해당한다.
4)인공지능과의 결합: 미래 기술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인공지능인데, 이 분야는 이론적 기초가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컴퓨터의 한계에 부딪혀 발전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특히 인공지능은 실수를 통해 발전하는 기능이 있지만 계산 능력은 좀 떨어지고, 양자컴퓨터는 막강한 계산 능력이 있지만 실수를 통해 배우는 기능은 없어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디지털 컴퓨터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연산의 기본단위이다. 디지털 컴퓨터의 기본단위가 0 아니면 1의 이진법 ‘비트’인 반면,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중첩(superposition)’ 개념을 이용하여 0과 1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큐비트’를 기본단위로 사용한다. 양자컴퓨터가 그토록 강력한 연산 능력을 발휘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중첩 외에도 얽힘(entanglement), 경로합(sum over paths), 터널효과(tunneling) 등 양자컴퓨터를 가능하게 만드는 양자이론의 기이한 특성들에 관해 저자는 아인슈타인을 비롯하여 앨런 튜링, 리처드 파인먼, 막스 플랑크, 에르빈 슈뢰딩거 등 유명 과학자들의 일화와 나침반이 달린 장난감 기차, 미로 속의 쥐, 커플을 맺어주는 중매인 등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곁들여 막힘없이 설명한다.
이 책에 제시된 양자컴퓨터의 종류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초전도 양자컴퓨터: 현재 양자컴퓨터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의 시카모어와 IBM의 이글, 오스프리가 이에 해당한다. IBM은 2023년 12월 초 1121큐비트짜리 양자컴퓨터 콘도르도 공개했다. 디지털 컴퓨터 산업계에서 이미 개발해놓은 기술(집적회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양자적 계산을 수행하기 위해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기가 무척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2) 이온 트랩 양자컴퓨터: 아이온큐, 허니웰을 비롯한 몇몇 기업들이 선도하는 양자컴퓨터이다.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에서 전자 몇 개를 떼어내면 양전하를 띤 이온(양이온)이 되는데, 이온은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만든 덫(트랩)에 가둬놓을 수 있다. 이렇게 가둔 이온들은 결맞음 상태의 큐비트처럼 동일한 모드로 진동하게 되고, 이들에게 마이크로파나 레이저를 쏘면 스핀이 뒤집히면서 원자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
3) 광양자컴퓨터: 전자 대신 레이저빔을 이용하는 양자컴퓨터로, 중국과학기술대학교의 양자컴퓨터 ‘지우장’과 캐나다의 양자컴퓨팅 기업 ‘자나두’가 유명하다. 광기반 양자컴퓨터는 빛이 두 가지 이상의 방향으로 진동하는 특성(편광)을 이용한다. 광자에는 전하가 없기 때문에 전자와는 다르게 주변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상온에서도 작동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큐비트를 생성하기가 어렵고, 부품을 재배열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4) 실리콘 광양자컴퓨터: 미국의 스타트업 프사이퀀텀(PsiQuantum)이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로, 반도체인 실리콘의 이중적 성질을 활용한다. 실리콘은 트랜지스터로 가공되어 전자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적외선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빛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이중적 특성을 이용해 여러 개의 광자를 얽힌 상태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5) 위상 양자컴퓨터: 인위적으로 끊지 않는 이상 도넛 모양이 유지되는 것처럼, 어떤 특별한 위상수학적 조건이 유지되면 양자컴퓨터는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온도와 관계 없이 위상이 보존되는 물리계를 찾으려고 애를 써왔다. 2018년 네덜란드의 델프트공과대학에서 이런 특성이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하였으나 이후 면밀한 검토를 거쳐 논문을 철회하였다. 하지만 다른 물질들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므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6) D-웨이브 양자컴퓨터: 캐나다에 본사를 둔 기업 디웨이브시스템의 양자컴퓨터이다. 초전도체에 흐르는 전류가 최저에너지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전기장과 자기장을 조절함으로써 데이터를 최적화시킨다. ‘최적화’ 문제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록히드마틴, 폭스바겐,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NASA 등이 주요 구매자다.
책 속으로
양자컴퓨터의 발목을 잡는 문제점은 파인먼이 기본개념을 처음 제안할 때부터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큐비트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일제히 같은 모드로 진동하도록 배열되어야 한다(이런 상태를 ‘결맞음coherence’이라 한다). 그러나 원자는 워낙 작고 예민한 물체여서, 외부로부터 불순물이나 교란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그 즉시 원자의 배열은 결어긋남 decoherence(결깨짐) 상태로 붕괴되고, 계산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바로 이것이 양자컴퓨터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다. 자, 여기서 1조 달러짜리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양자컴퓨터의 결어긋남을 제어할 수 있을까? --- p.24~25
두 물체가 결맞음 상태에 있으면(동일한 패턴으로 진동하면) 둘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져도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요즘 물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얽힘 entanglement’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바로 이것이 양자컴퓨터의 핵심원리이다. 서로 얽혀 있는 큐비트는 거리가 멀어져도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막강한 계산 능력이 발휘된다. --- p.80
경쟁의 양상을 이해하려면, 양자컴퓨터의 기본 설계도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튜링머신의 작동 원리는 매우 일반적이어서, 다양한 기술에 적용할 수 있다. 즉,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 대신 물이 흐르는 파이프와 밸브를 사용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정보를 운반하는 시스템과 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터도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다. 0과 1이라는 상태가 중첩되고 얽혀서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은 모두 양자컴퓨터가 될 수 있다. 스핀이 위up 또는 아래down인 전자나 이온은 물론이고, 스핀이 시계방향이거나 반시계방향인 편광된 광자도 양자컴퓨터로 손색이 없다. 양자역학은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에 적용되므로,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은 수천 가지나 된다. 어느 물리학자가 나른한 오후에 거실 소파에 앉아서 0과 1이 중첩된 상태를 표현하는 방법을 상상하다가 완전히 새로운 양자컴퓨터를 떠올릴 수도 있다. --- p.121~122
지금은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수백 가지 화학물질을 일일이 테스트하고 있지만, 양자컴퓨터가 있으면 이 모든 실험을 훨씬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실험실이 아닌 가상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광합성이나 질소고정 시뮬레이션처럼, 양자컴퓨터로 진행되는 ‘가상화학 virtual chemistry’은 화학 실험실에서 지루하게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크게 줄여줄 것이다. --- p.184
양자컴퓨터는 엄청난 계산 능력을 보유했지만 실수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기능은 없다. 그러나 양자컴퓨터에 신경망을 탑재하면 계산을 반복할 때마다 성능이 향상되므로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인공지능은 실수로부터 배우는 능력이 있지만 복잡한 문제를 풀기에는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로 보완된 인공지능은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난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 p.242~243
지금까지 알려진 초전도체는 과학자들이 이것저것 섞어가면서 시행착오를 겪다가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재료를 테스트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이 모든 과정이 가상실험실에서 진행되므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약된다. 후보물질 하나를 테스트하려면 수년 동안 수백만 달러를 써야 하지만, 양자컴퓨터에게 이 일을 맡기면 오후 한나절 만에 테스트를 끝낼 수 있다. --- p.334
중요한 것은 우주를 지배하는 양자역학 법칙을 양자적 튜링머신에 부호의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에 우주를 담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이며, 이것이 바로 앞서 말했던 ‘양자컴퓨터와 우주 사이의 깊은 관계’이기도 하다. 엄밀하게 따지면 우주는 양자컴퓨터가 아니지만,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양자컴퓨터에 코드화할 수 있다. --- p.395
목차
1장 실리콘 시대의 종말
2장 디지털 시대의 종말
3장 떠오르는 양자
4장 양자컴퓨터의 여명기
5장 불붙은 경쟁
2부 양자컴퓨터와 사회
6장 생명의 기원
7장 지구 녹화하기
8장 지구 먹여 살리기
9장 지구에 에너지 공급하기
3부 양자의학
10장 양자건강
11장 유전체 편집과 암 치료
12장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
13장 영생
4부 세상과 우주의 모델링
14장 지구온난화
15장 병 속의 태양
16장 우주 시뮬레이션
17장 2050년의 일상
양자 컴퓨터는 왜 그토록 강렬한가 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인텔 등 전 세계 주요 테크 기업과 국가연구소는 양자 컴퓨터 개발에 전력하는가?
미치오 가쿠는 뉴욕시립대학교의 물리학과 교수로 이론물리학계의 세계적 석학이자 미래학자이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버클리 등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려운 이론물리학의 세계를 탁월한 비유와 위트로 전달하는 저술가로서 과학전문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9년과 2020년에 두 개의 초대형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과학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두 연구팀이 양자컴퓨터라는 신종 컴퓨터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양자컴퓨터가 특정 계산 분야에서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환상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컴퓨터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도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두 연구팀 중 하나인 구글은 자사에서 개발한 양자컴퓨터 시카모어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수학 문제를 단 200초 만에 풀 수 있다고 장담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구글팀은 시카모어를 라이트 형제의 첫 시험비행이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견줄만한 비약적 발전으로 평가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으며 이 새로운 컴퓨터가 등장하면 지금 세계 최고로 알려진 컴퓨터는 주판처럼 보일 것이다. 라고 한다. 한편,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양자혁신연구소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이 만든 양자 컴퓨터가 슈퍼컴퓨터보다 100조 배 이상 빠르다고 주장했다. 또한 IBM의 부사장 로버트 수터는 최근 떠오른 양자 컴퓨터를 21세기를 좌우할 핵심 컴퓨팅 기술로 평가했다. 양자 컴퓨터는 과학의 획기적인 도약을 상징하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이다. 이름 앞에 따라다니는 궁극의 컴퓨터라는 별칭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트랜지스터로 작동하는 기존의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모든 계산을 가장 작은 물체인 원자 규모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경제와 사회 그리고 인류의 생활양식은 일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양자 컴퓨터의 역할은 단순히 빠른 계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는 엄밀히 말해서 시간을 절약해주는 장치였다. 컴퓨터로 계산을 하면 시간이 크게 단축되긴 하나 어쨌거나 그것은 사람도 할 수 있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는 디지털 컴퓨터를 무한히 긴 시간 동안 가동해도 절대 풀 수 없었던 문제까지 해결하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컴퓨터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컴퓨터는 생명현상과 관련된 주요 화학 화학반응을 원자 규모에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 생명현상의 화학반응을 완벽하게 규명하려면 분자 내부에서 춤추는 전자의 파동을 서술해야 하는데 0과 1의 조합은 이 미묘한 과정을 추적하기에 너무 투박하기 때문이다.
미로에 갇힌 쥐의 탈출구를 찾을 때도 디지털 컴퓨터는 모든 가능한 경로를 하나씩 일일이 따라가면서 지루한 계산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는 모든 가능한 경로를 한꺼번에 거의 빛의 속도로 분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사들이 양자컴퓨터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2021년에 IBM은 이전 모델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양자컴퓨터 이글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런 기록은 파이의 껍질처럼 오직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양자 컴퓨터가 몰고 올 혁명의 위력을 감안할 때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이 분야에 거의 올인하듯 돈을 쏟아붓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리게트 컴퓨팅, 허니웰 등 실리콘밸리의 선두 기업들은 모두 양자 컴퓨터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있다.
지금 이 분야에서 뒤처지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IBM과 허니웰 그리고 리게티는 일반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1세대 양자 컴퓨터를 인터넷에 공개해 놓은 상태이다. 누구든지 인터넷으로 양자컴퓨터에 접속하면 다가올 양자컴퓨터 혁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IBM은 2016년부터 일반 사용자들에게 15개의 양자 컴퓨터를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IBM 큐 익스페어런스]를 운영해 왔는데 삼성과 JP모건을 비롯하여 매달 2천 명의 사람들 초등학생부터 대학교수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도 이 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IonQ]는 2021년에 기업 공개를 통해 총 6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함으로써 미국을 대표하는 양자 컴퓨터 스타트업 기업으로 떠올랐고 [프사이 쿼텀]은 이 분야에 아무 실적도 없는데 하룻밤 사이에 6억 6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기업 가치가 31억 달러로 급등했다. 경제 전문가들조차 이토록 뜨거운 투자 열풍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회계법인이자 자문사인 딜로이트의 관계자들은 양자 컴퓨터 시장이 2020년대에 수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대에는 수백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자 컴퓨터가 언제쯤 상용화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 날짜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계속해서 앞당겨지는 중이다.
[Zapata 컴퓨팅]의 CEO 크리스토퍼 사부아는 양자 컴퓨터의 출현 시기를 예측하면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오직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심지어 미국 의회도 양자 컴퓨터 개발을 돕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다른 국가들이 양자 컴퓨터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음을 뒤늦게 간파한 미국 의원들은 2018년 12월에 새로운 분야의 연구 지원을 골자로 한 양자연구 집중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매년 8천만 달러의 연구기금을 지원받는 2~5개의 새로운 양자정보과학연구센터 설립을 의무화했다. 또한 2021년에 미국 정부는 에너지부가 총괄하는 양자기술 개발에 총 6억 2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로키드마틴 같은 대기업도 여기에 동참하여 3억 4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양자기술개발에 정부가 뛰어든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만이 아니다.
지금 영국 정부는 옥스퍼드셔주(Oxfordshire)의 과학기술단지에 있는 하와이 연구소 근처에 양자 컴퓨팅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국립양자컴퓨팅센터를 짓고 있으며, 2019년 말에 30개의 양자 컴퓨터 관련 프로젝트가 정부 지원으로 발족하였다.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터 개발 사업을 1조 달러짜리 도박판에 비유하곤 한다. 경쟁은 살벌할 정도로 치열한데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구글을 비롯한 일부 기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긴 했지만, 현재 세계에 적용 가능한 양자 컴퓨터는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개중에는 이런 추세를 매우 비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 회사들은 입장이 다르다. 성공 확률이 낮다고 해서 지금 발을 들이지 않으면 문이 언제 닫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맥킨지의 파트너인 이반 오스토이치는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양자 컴퓨터의 잠재력을 조금이라도 간파한 기업이라면 지금 당장 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화학과 의학은 말할 것도 없고 석유와 가스, 운송, 병참, 은행, 제약, 사이버 보안 등의 분야는 이제 곧 전대미문의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이다. 원리적으로 양자는 광범위한 문제다. 해결책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으므로 정보기술 최고 책임자인 CIO의 모든 업무와 관련되어 있다. 관련 회사들은 양자 기술을 하루라도 빨리 확보해야 한다. 캐나다의 양자 컴퓨팅 회사 디웨이브 시스템의 전 CEO, 번 브라운엘은 지금 우리는 구식 컴퓨팅 기술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새로운 컴퓨터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고 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트랜지스터와 마이크로칩으로부터 디지털 혁명이 몰아친 후로 또 하나의 새로운 혁명이 불어닥칠 것을 예감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소유한 거대 자동차 회사 다임러(Daimler)은 컴퓨터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기업인데도 양자 컴퓨터에 이미 거액의 돈을 투자했다.
양자 컴퓨터 없이 기업이 성장하는데 뚜렷한 한계가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사인 BMW의 대표, 율리우스 마르치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동차 산업에서 양자 컴퓨터의 잠재력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해왔다. 양자컴퓨터는 자동차공학을 훨씬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폭스바겐과 에어버스 같은 다른 대기업들도 경영혁신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양자컴퓨터 연구소를 자체적으로 설립했다. 심지어 제약회사들도 양자컴퓨터의 진척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복잡한 화학 및 생물학적 과정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만 종의 약을 테스트하는 거대한 실험실은 머지않아 사이버 공간에서 약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가상실험실로 대체될 것이다. 화학자들 중에는 자신이 할 일을 양자 컴퓨터에 통째로, 빼앗길지도 모른다며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신약개발 전문 블로거 데릭 로우는 이런 예상을 일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계가 화학자를 대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양자 컴퓨터가 출현하면 과거에 기계를 사용했던 화학자들은 더 이상 기계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과학 장비인 스위스 제네바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 LHC(Large Hadron Collider)도 양자 컴퓨터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다. LHC는 양성자의 에너지를 14조 전자볼트까지 높인 후 충돌시켜 우주가 처음 탄생했을 때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여기에 양자 컴퓨터를 도입하면 1초에 무려 1조 바이트 데이터를 분석하여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양자 슈프리머시(Quantum Supremacy) 지난 2012년에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즉 칼텍의 물리학자 존 프레스킬(John Preskill) 양자 슈프리머시, 즉 양자우위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과학자는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될 때까지 적어도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실제로 개개의 원자를 이용하여 계산하는 것은 실리콘 웨이퍼, 반도체 기판에서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양자 컴퓨터는 작동원리가 워낙 미묘해서 진동이나 잡음이 조금만 끼어들어도 계산 전체를 망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프레스킬의 선언은 비관론적 아이들의 부정적 생각을 한 방에 날려버려다. 그 후로 사람들은 양자 컴퓨터가 완성되는 날을 고대하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양자컴퓨터의 회오리는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에도 불어닥쳤다. 내부 고발자들이 유출한 문서에 의하면 미국 중앙정보국 CIA와 국가안보국 NSA에서는 이 분야의 진척 상황을 오래전부터 예의주시해왔다. 양자 컴퓨터가 완성되면 모든 보안 코드를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1급 기밀이 새어나가는 건 물론이고 모든 기업과 개인의 신상정보도 사방에 유출될 수 있다.
절대로 공연한 엄살이 아니다. 미국의 정책과 표준을 수립하는 국립표준기술연구소 NIST에서는 최근 불어닥친 변화에 대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는 지침서를 공개하면서 2029년이 되면, 양자 컴퓨터로 128비트짜리 고급 암호화 표준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암호전문가 알리엘 카파라니는 2021년 7월 7월에 포브스의 기관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감한 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기관의 입장에서 양자 컴퓨터는 악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양자 컴퓨터의 선두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국립양자정보과학연구소에 이미 100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이다. 국가정보에 안위가 달린 일인데 이 시점에서 수백억 달러를 아꼈다간 훗날 대재앙을 피할 길이 없다. 악질 해커가 양자 컴퓨터를 손에 넣는다면 지구상의 모든 디지털 컴퓨터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국가의 군대까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들이 훔친 정보는 비밀 경매 시장에서 최고가를 부른 또 다른 악당에게 넘어갈 것이며, 이들이 월스트리트 컴퓨터의 가장 깊은 곳에 침투하여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또한 양자 컴퓨터로 블록체인 즉 가상화폐로 거래를 해킹할 때 막는 기술의 잠금을 해제하면 비트코인 시장도 순식간에 와해된다. 영국의 다국적 회계법인이자 자문회사 딜러위트의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25%가 양자 컴퓨터 해킹에 취약하다고 평가했으며 데이터 소프트웨어 it기업인 cb인사이트에서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관리자들은 당분간 양자 컴퓨터의 개방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므로,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것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세계 경제이다. 지금 월스트리트의 은행에서는 수십억 달러의 거래가 오직 컴퓨터에 의존하며 진행되고 있다.
또한 공학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고층 건물과 교량, 우주 로켓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도 대부분 컴퓨터의 산물이다. 제약회사들은 컴퓨터로 신약을 개발하고 아이들의 여가는 이미 오래전에 컴퓨터에 점령당했다. 물론 어른들도 친척이나 친구 또는 동료들에게 소식을 전할 때 주로 휴대폰을 사용한다. 다들 알다시피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가끔 전화기로도 쓸 수 있는 컴퓨터이다. 독자들은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을 때 공황 상태에 빠진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사실 현대인이 하는 행위 중에는 컴퓨터와 무관한 것이 거의 없다. 우리 일상생활이 지나칠 정도로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컴퓨터가 어느 날 갑자기 작동을 멈춘다면 지구 문명 자체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다. 과학자들이 양자 컴퓨터의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의 종말 이 모든 혼란과 논란의 원인은 무엇일까?
양자 컴퓨터가 떠오르는 것은 실리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징조이다. 지난 50년 동안 컴퓨터의 발전상은 인텔의 설립자 고든 무어의 이름을 딴 무어의 법칙에 따라 진행되어 왔다 즉 컴퓨터의 계산 능력은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된다. 다시 말해서 컴퓨터의 성능은 산술급수가 아닌 기하급수적으로 향상한다는 뜻이다. 디지털 컴퓨터는 이 간단한 법칙을 따라 인류 역사상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해왔다. 겨우 반세기 만에 컴퓨터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점령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그 어떤 발명품도 컴퓨터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컴퓨터는 처음 등장한 후로 여러 단계의 변화를 겪었고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인류의 삶에 막대한 변화를 초래했다. 사실 무어의 법칙은 기계식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던 1800년대 말부터 적용된다.
그 시대의 공학자들은 기어와 바퀴 그리고 실린더로 이루어진 수동식 계산기를 이용하여 복잡한 계산을 수행했고, 20세기에 들어선 직후에는 전기 에너지가 등장하면서 기어와 바퀴가 계전기와 케이블로 대체되었다. 그 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는 적국의 암호를 풀기 위해 거대한 진공관식 컴퓨터가 동원되었으며 냉전시대에는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로 대체되면서 집차만 했던 컴퓨터가 장롱 크기 정도로 작아졌을 뿐만 아니라 계산 능력과 속도도 크게 향상되었다. 1950년대에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는 기관은 국방부 같은 정부기관이나 국제은행뿐이었다. 물론 이 무렵에 컴퓨터도 그 나름대로 빠른 성능을 자랑했지만, 예를 들어 에니악은 사람의 능력으로 꼬박 20시간이 걸리는 계산을 단 30초 만에 할 수 있었다. 워낙 고가품인데다 웬만한 건물을 가득 채울 정도로 덩치가 커서 일반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그러나 회로 소자의 소형화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진행되어 손톱만 한 기관에 트랜지스터 10억 개를 심는 수준까지 도달했고 그 덕분에 컴퓨터는 훨씬 작은 크기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아이들이 게임을 할 때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냉전 시대 국방부에서 돌아가던 공룡 같은 컴퓨터보다 훨씬 강력하다. 사람을 달에 보낼 때 사용했던 컴퓨터보다 훨씬 뛰어난 컴퓨터를 누구나 하나씩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된 거죠.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컴퓨터 성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때마다 기존의 기술은 곧바로 무용지물이 된다. 그 옛날 무어는 컴퓨터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될 것으로 예견했고 실제로 이 법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거의 정확하게 맞아 들어갔다. 그러나 무허가 말했던 주기는 얼마 전부터 점차 길어지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아예 정체 상태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요즘 생산되는 마이크로칩에서 트랜지스터의 가장 얇은 층은 원자 20개가 들어가는 정도인데 이 간격이 더 좁아지면 양자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성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랜지스터 사이의 간격이 원자 5개 정도라면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위치가 불확실해진 전자들이 사방으로 튀어나와 회로를 단락시키거나 과도한 열을 발생시켜 칩을 녹일 수도 있다. 즉 실리콘 반도체에 기판을 둔 컴퓨터의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물리법칙으로부터 초래된 필연적 결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리콘 시대의 종말을 목격하는 산증인이 될 것이며 후 실리콘 시대 또는 양자시대의 서막을 현장에서 관람하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인텔의 산재인 나타라잔이 말했듯이 이 정도면 우리는 반도체 컴퓨터를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었다. 실리콘밸리는 머지않아 러스트벨트 즉 전성기가 지난 후 최악의 불황을 맞이해 산업단지로 전락할 운명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평온해 보이지만 조만간 새로운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구글 인공지능 연구소 소장 하르트모트 네비는 말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스스로 되뇌고 있는데,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완전히 딴 세상이 되어 있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바로 이런 일이 현실 세계에서 머지않아 일어날 것이다.
양자 컴퓨터의 위력, 대체 양자 컴퓨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전 세계 국가들이 그토록 난리를 치는 것일까? 원리적으로 모든 컴퓨터는 0과 1의 배열로 이루어진 정보에 기초하고 있다. 최소의 정보 단위 하나의 0 또는 1인 비트의 긴 배열을 디지털 프로세서 즉 정보처리 장치에 입력하면 일련의 계산을 수행한 후 결과를 출력하는 식이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은 디지털 정보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1959년에 바닥에는 아직도 여유 공간이 많이 남아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했다. 0과 1로 이루어진 수열을 원자의 상태로 대체하면 원자 규모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트랜지스터를 가장 작은 물체 원자로 바꾸면 컴퓨터의 크기가 혁신적으로 줄어들지 않겠는가. 원자는 자전하는 팽이와 비슷해서 자기장을 걸어주면 위 또는 아래로 정렬한다. 이때 업을 0 다운을 1로 대응시키면 컴퓨터의 비트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디지털컴퓨터의 성능은 그 안에 들어있는 상태의 수 0 또는 1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원자의 세계는 인간계와 달리 참으로 희한한 세계여서 원자는 두 방향의 조합으로 자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원자는 주어진 시간에 10% 동안 업이고 90%는 다운이며 또 어떤 원자는 65%가 업이고 35%는 다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원자가 자전하는 방법 즉 원자가 가질 수 있는 스핀 값은 무수히 많으며 따라서 원자가 놓일 수 있는 상태도 무수히 많다 이는 곧 원자가 0이나 1로 결정된 비트뿐만 아니라 0과 1의 중간 상태 큐비트 즉 양자 비트의 형태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비트는 한 번에 단 한 개의 정보밖에 운반할 수 없어서 연산 능력에 뚜렷한 한계가 있지만 큐비트 연산 능력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원자 규모에서 물리적 객체가 여러 개의 상태에 동시에 존재하는 현상을 중첩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자 세계에서는 일상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냉장고 같은 거시적 물체는 오직 하나의 위치만을 갖지만 원자 규모에서 전자는 이곳과 저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디지털 비트는 다른 비트에 영향을 줄 수 없지만, 큐비트는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교환할 수 있다. 이것을 물리학 용어로 얽힘이라고 한다.
디지털 비트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므로 새로운 비트를 추가해도 달라지는 것이 거의 없다. 큐비트 집단에 새로운 큐비트를 추가하면 새로 유입된 큐비트가 기존의 모든 큐비트와 상호작용을 교환하므로 가능한 상호작용의 수가 거의 2배로 늘어난다. 따라서 현재 컴퓨터는 디지털 컴퓨터보다 강력할 수밖에 없다. 큐비트 하나를 추가할 때마다 상호작용의 수가 두 배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숫자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개발 중인 양자 컴퓨터는 약 100개의 큐비트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 큐빅 컴퓨터는 큐비트 1개로 이루어진 양자 컴퓨터보다 2배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양자 슈프리머시를 최초로 달성한 구글의 양자 컴퓨터 시카모어는 53개의 큐비트로 720억 곱하기 10억 바이트의 메모리를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 비하면 기존의 컴퓨터는 거의 주판 수준에 불과하다. 양자 컴퓨터가 과학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양자 세상으로 넘어가는 것은 사상 최대의 판돈이 걸린 엄청난 게임이다. 경제혁명 단기적으로 볼 때 양자 컴퓨터는 국가의 사이버 보안을 위협하는 극도로 위험한 물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로운 점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모든 사람이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양자의학을 이용하여 난 불치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보다 좋은 점을 하나씩 나열해 보자.
1. 검색엔진 과거에는 한 사람이 소유한 석유나 금의 양으로 부를 평가했으나, 지금은 데이터가 부를 가늠하는 새로운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의 기업들은 철 지난 금융 관련 데이터를 대부분 폐기했지만, 지금은 이 정보가 보석보다 귀하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방대한 데이터에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려면 엄청난 양의 계산을 수행해야 하므로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로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양자컴퓨터이다. 건초더미에서 바늘찾기가 양자컴퓨터의 주특기이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는 회사의 재정상태를 빠르게 분석하여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을 족집게처럼 찾아낼 것이다. 실제로 JP 모건 체이스는 최근 IBM, 허뉴엘의 도움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재정적 위험과 불확실성을 더욱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최적화 양자 컴퓨터의 검색엔진으로 데이터의 핵심 요소를 걸러내는 데 성공했다면,
2. 검색엔진을 조정하여 기업의 이익과 같은 특정 요소를 극대화, 대기업이나 대학교 또는 정부기관에서 양자 컴퓨터를 도입하면 비용을 최소화하고 주어진 조건 하에서 업무 효율과 이익을 최대한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순이익은 급여와 매출 유지비용 등 수백 가지 요인에 따라 민감하게 달라지는데,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로 이익을 최대화하는 조합을 찾는다면 답을 얻기 전에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면 매일 수십억 달러가 오가는 금융시장의 미래를 거의 시간 단위로 예측할 수 있으며, 여기에 기초하여 모든 변수를 최적화 할 수 있다.
3. 시뮬레이션,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면 디지털 컴퓨터의 한계를 넘어선 복잡한 방정식도 간단히 풀 수 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링 회사에 양자 컴퓨터를 도입하여 제트기와 여객기 자동차 등에 대한 유체역학 방식을 풀면 마찰과 제작 비용이 가장 적으면서 효율이 가장 높은 형태를 알아낼 수 있다.
또한 양자 컴퓨터를 기상학에 적용하면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초대형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고 향후 수십 년 동안 지구온난화가 국가경제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알 수 또는 거대한 핵융합로에서 가장 이상적인 자석 배치를 양자 컴퓨터로 계산하여 태양을 병 속에 담을 수도 있다. 즉 수소 원자의 핵융합을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이점은 수백 종에 달하는 주요 화학반응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컴퓨터만을 이용하여 원자 규모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반응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모든 화학자의 꿈이다. 이것이 바로 화학 분야에서 새롭게 등장한 전산화학인데 아직은 컴퓨터의 성능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여 발전 속도가 더디지만 양자 컴퓨터가 완성되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다.
이때가 되면 생물학과 의학 그리고 화학은 양자역학으로 통일될지도 모른다. 제약회사에서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여러 가지 성분을 혼합하고 임상실험을 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등 줄잡아 수십 년이 걸리는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면 이 모든 과정을 가상 실험실에서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지금 제약회사의 연구원들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수천 개의 화학 실험을 일일이 수행하고 있지만 양자 컴퓨터를 도입한 후에는 단추만 누르면 된다.
4.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의 결합, 인공지능 ai는 실수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장치이므로 경험이 쌓일수록 더욱 어려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은 산업과 의학 분야에서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론적 기초가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연산 능력의 한계 때문에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 이럴때 양자컴퓨터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옥석을 빠르게 가려준다면 그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결합했을 때 발휘되는 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5. 양자의학의 탄생, 양자 컴퓨터는 지구환경과 식물의 생명을 되살릴 뿐만 아니라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수백만 가지의 약의 효능을 디지털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난 불치로 알려진 질병의 근원까지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한 세포가 갑자기 암세포로 변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 치명적인 변화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무엇이며 파킨슨병과 루게릭병은 왜 불치병으로 남아있는가? 또 최근 들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러 변종은 인체에 얼마나 치명적이며 백신과 치료제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가? 양자컴퓨터는 이 모든 질문에 속 시원한 답을 줄 수 있다.
의학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품 두 개를 꼽는다면 단연 항생제와 백신일 것이다. 그러나 항생제는 분자수준에서 작용하는지 전혀 모르는 채 오직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되고 있으며 백신은 바이러스와 직접 싸우는 특공대가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화학물질의 생성을 촉진하는 비전투 병력일 뿐이다. 두 경우 모두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메카니즘은 여전히 미지로 남아있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가 완성된다면 백신과 항생제의 효능을 높이고 개발 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지난 2003년에 완료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는 인체 청사진을 형성하는 30억쌍의 염기서열과 유전자 2만 개의 순서를 규명한 초대형 연구 과제였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방대한 양의 유전자 코드가 주어졌으니 DNA와 단백질이 체내에서 어떻게 기적 같은 일을 해내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계산량이 너무 많아서 디지털 컴퓨터로는 극히 제한된 정보밖에 얻을 수 없다. 단백질은 수천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복잡한 물질로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양자역학적 과정을 거쳐 작은 공 모양으로 변신한다.
즉 생명현상은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양자역학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디지털 컴퓨터로는 그 복잡한 내막을 알 길이 없다. 양자컴퓨터가 완성되면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해독하여 단백질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의학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틴 큐어(ProteinQure)와 디지털헬스 150, 머크, 바이오젠 등 일부 제약회사들은 이미 양자 컴퓨터로 신약의 효능을 분석하는 연구센터를 설립하여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자연도 생명의 기적을 구현하는 천연 연구소를 자체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여기 적용되는 메커니즘은 수십억 년에 걸친 자연 선택과 우연의 부산물이어서 인간은 여전히 특정 난치병과 노화에 시달리고 있다. 분자 수준에서 진행되는 복잡다단한 과정을 이해하면 양자컴퓨터를 이용하여 효율을 높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DNA 유전체학,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연구하는 분야에 양자컴퓨터를 도입하면 유방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brca1 및 brca2와 같은 유전자의 식별이 가능해진다. 물론 디지털 컴퓨터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즉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암세포를 막을 수도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면 인간의 면역체계를 통째로, 해독하여 모든 질병을 다스리는 신약과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면서 세계적 질병으로 떠오른 치매도 심각한 문제이다. 과학자들은 디지털 컴퓨터를 이용하여 apoe4 유전자의 변이가 알츠하이머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냈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학계에 알려진 가설 중 하나는 두뇌에 있는 특정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잘못된 방식으로 접히면서 생성된 프리온 즉 단백질성 감염입자, 이것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형된 단백질은 주변에 있는 다른 단백질도 잘못 접히도록 유도하면서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이 과정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무관하지만 단백질 분자의 접촉을 통해 퍼지기 때문에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다.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뿐만 아니라 파킨슨병과 루게릭병 등 주로 노인에게 발발하는 난불치병의 주범으로 잘못 접힌 프리온을 지목하고 있다. 단백질 접힘 문제는 생물학에 남아있는 거대한 미지의 영역 중 하나이다. 전문가들 중에는 생명의 비밀이 그 안에 들어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단백질이 접히는 과정은 기존의 컴퓨터로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다 이 과정에 숨은 비밀을 밝히고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는 후보는 오직 양자 컴퓨터뿐이다.
양자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결합하면 의학의 미래는 더욱 밝아진다. 과학자들은 알파폴드(Alphafold)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포함한 35만여 종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알아냈다. 다음 단계는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여 단백질이 부리는 마법의 비결을 밝히고 이로부터 차세대 신약과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스스로 배워나가는 차세대 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 초기 버전의 양자컴퓨터를 신경망에 연결해 놓았다. 지금 당신이 사용하는 랩탑 컴퓨터에는 이런 기능이 없어서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성능이 개선되지 않는다. 컴퓨터가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오류를 인지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워나가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여기에 양자 컴퓨터가 합세하면 학습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면서 의학 및 생물학 분야의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구글의 CEO 순다 피차이는 양자 컴퓨터가 탄생하는 날을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 비용에 성공했던 1903년 12월 17일에 비유했다. 첫 비행은 12초 동안 고작 37m밖에 날지 못했으니 별로 주목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그러나 라이트 형제는 이 짧은 비행으로 현대 항공학의 지평을 열었고 인류의 문명을 크게 바꿔놓았다. 지금 우리는 120년 전과 거의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양자 컴퓨터를 만들 줄 알거나 사용할 줄 알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달려있는 세상이 곧 올 것이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의 위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거에 시도했던 시뮬레이션의 사례들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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