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환단고기 해제 등

음양오행 사상의 뿌리, 신교(神敎)의 삼신오제(三神五帝) 사상에서 찾다

광명인 2025. 5. 29. 23:44

우리 민족의 전통 사상 체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은 흔히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환단고기의 기록은 음양오행 사상의 근원이 동방 한민족의 고유 영성문화인 신교(神敎)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단군세기(檀君世紀)는 음양오행 사상이 2세 부루단군에 의해 중국 하(夏)나라의 시조인 하우씨에게 전수되어, 9년 홍수를 다스리는 오행치수법(五行治水法)으로 활용되었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음양오행 원리가 본래 배달 민족신교 철학이자 우주 자연관이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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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신교의 음양오행 사상은 어떠한 근원에서 연원할까요? 환단고기의 태백일사는 신교 문화의 핵심인 삼신(三神)천부경(天符經)의 원리를 통해 이를 설명합니다. 신교에서 전하는 한민족의 신관(神觀)은 천부경의 삼수(三數) 논리음양론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일관되게 설명됩니다. 우주의 주재자이신 삼신상제님은 동방 한민족이 9천여 년 전 환국(桓國) 시대로부터 지극히 경배하고 받들어온 하늘의 주신(主神)이십니다. 신라의 고승 표훈이 기록한 표훈천사(表訓天詞)에는 대시(大始), 즉 태초에 오직 한 광명(一光明)만이 있었고, 그 광명 가운데 문득 삼신이 계셨으니, 이분이 곧 한 분 상제님(卽一上帝)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주체로 보면 일신(一神)이시나 작용으로 보면 삼신(三神)이라는 것입니다. 삼신은 형체를 나타내지 않으시지만 헤아릴 수 없는 지혜와 능력으로 온 세상을 다스리십니다.

이러한 삼신 사상은 천부경의 삼극론(三極論) 과 깊이 연결됩니다. 천부경은 "일시무시일 석삼극무진본(一始無始一 析三極無盡本)"이라 하여, 무(無)에서 비롯된 '하나(一)'의 시작이 반드시 '세 가지 궁극(三極)'의 작용을 통해 현실로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하나(一)'는 태초의 빛에서 응축된 최초의 창조 에너지, 즉 일태극(一太極)이며, 삼신(三神)의 다른 표현인 일신(一神)입니다. 삼극은 삼신의 세 가지 작용, 곧 만물을 빚어내는 조화(造化), 지혜를 일깨우는 교화(敎化), 세상을 다스리는 치화(治化)가 우주론적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삼극은 다시 무극(無極), 태극(太極), 황극(皇極)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음양(陰陽)과 중(中)의 원리와 연결됩니다. 태극은 음양이 분화되기 전의 통일체이자 수렴의 중심이며, 황극은 태극의 에너지를 받아 만물을 생성하고 음양을 조율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발산과 중재의 중심입니다. 태극이라는 하나의 몸체(體)안에 무극(0, 10), 태극(1), 황극(5)의 세 가지 작용(用)이 공존하며, 이것이 바로 일음일양, 즉 한 번은 음(태극적 수렴) 한 번은 양(황극적 발산)으로 그리고 이를 중재하는 중(무극적 조율)으로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천부경의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天一一 地一二 人一三)" 구절은 하늘(양), 땅(음), 인간(중)이 모두 하나의 근원(일신)에서 비롯되었으며 각각 삼극의 한 측면을 대표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삼극 사상은 곧 우주 만유의 근원적 변화 원리인 음양 사상을 포괄하고 구체화하는 개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삼신과 천부경의 삼극 사상이 음양오행의 근원적 원리를 제시한다면, 이러한 원리를 구체적인 도상(圖象)으로 표현하고 체계화한 것태호복희씨(太昊伏羲氏)가 그린 하도(河圖)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호복희씨는 약 5,600년 전천부경에서 영감을 얻어 우주의 창조와 변화의 이치를 설명하는 하도를 그렸습니다. 하도는 숫자 1에서 10까지 자연수를 점으로 그려 5방위에 찍은 도형인데, 음양오행의 이치가 이 하도 한 장에 다 들어 있으며, 동양의 상수론(數理)도 이 하도 한 장에서 나오게 됩니다. 이는 신교의 심오한 우주 철학이 태호복희씨에 의해 하도라는 구체적인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되고 수리적으로 체계화되면서 음양오행과 역철학의 직접적인 근거가 마련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신교의 삼신 사상은 오제(五帝)오령(五靈) 사상으로 확장되어 음양오행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설명합니다. 삼신께서는 다섯 방위의 주재자오제(흑제, 적제, 청제, 백제, 황제)를 통솔하여 각자 맡은 바 사명(숙살, 광열, 생양, 성숙, 조화)을 펴도록 명령하시고, 지극히 신령스러운 다섯 성령(五靈), 즉 태수(太水), 태화(太火), 태목(太木), 태금(太金), 태토(太土)에게 만물 화육(化育)의 조화 작용을 열어서 공덕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오제는 지구와 우주의 사계절과 사방위의 창조 기운인 태수·태화·태목·태금·태토를 주재하시는 분들을 말합니다. 여기서 오령(五靈)은 단순히 천지의 기운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신도(神道)의 세계로 들어가 보면 진실로 영묘한 천지 성령의 영기(靈氣)로서 인간의 마음에 감응하는 존재들입니다.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사신도(四神圖 - 청룡, 백호, 주작, 현무)와 중앙의 황룡은 동서남북과 중앙의 각 방위를 주재하는 오령(五靈)의 존재들과 연결되며, 이는 한민족의 오령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음양 오행의 원리는 인간에 의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이론이 아닌, 자연속에 실재 작동하는 천지 성령기운의 실채를 바탕으로 구성된 자연의 법칙을 표현한 것입니다. 즉, 오행 원리(太水, 太火, 太木, 太金, 太土)는 삼신 사상을 바탕으로 천지인 삼재지리(三才之理)창조 변화 원리를 전개하는 신교의 우주 자연관입니다.

결론적으로, 신교의 우주론은 우주의 근원이자 주재자이신 삼신상제님(일신) 에서 시작하여, 천부경의 삼극 원리(조화, 교화, 치화)를 통해 구체화되며, 이 삼극은 음양과 중의 원리로 발현되고, 다시 오제와 오령(오행) 사상으로 전개되어 우주 만물의 생성과 변화, 그리고 방위와 계절을 주관하는 체계를 이룹니다. 이는 음양오행 사상이 단순히 추상적인 원리가 아니라, 우주의 최고신인 삼신상제님 아래 오제와 오령이라는 신적 존재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우주를 매우 실질적이며 구체적으로 다스린다는 신교의 일원적다신관(一元的多神觀) 속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음양오행 사상의 진정한 뿌리는 신교의 삼신오제 사상이며, 그 근본 원리는 천부경의 삼극 사상, 그리고 그 삼극은 우주의 근원적인 변화 법칙인 음양 사상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는 우리 민족 고유의 우주관과 영성 문화의 깊이를 깨닫게 하며, 현대 인류의 극도로 분열된 의식을 통일하고 물질과 정신, 문명과 자연의 조화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