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전-포덕문布德文
[포덕문 원문 및 김용옥 한글 번역본]
盖自上古以來, 春秋迭代, 四時盛衰, 不遷不易, 是亦天主造化之迹, 昭然于天下也.
개자상고이래 춘추질대 사시성쇠 불천불역 시역천주조화지적 소연우천하야
愚夫愚民未知雨露之澤, 知其無爲而化矣.
우부우민미지우로지택, 지기무위이화의.
대저 아득한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봄과 가을이 갈마들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시四時가 성했다가 쇠하곤 하는 변화의 주기가 함부로 움직이고 함부로 바뀌고 하는 법은 없다. 이것은 역시 하느님의 생성과 변화의 자취가 하늘아래 밝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문명이 개화하기 전의 의식 없는 보통 지아비나 보통 백성들은 비와 이슬조차도 다 하느님의 은택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였다. 단지 그러한 것이 저절로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였던 것이다.
自五帝之後, 聖人以生, 日月星辰, 天地度數, 成出文卷, 而以定天道之常然. 一動一靜, 一盛一敗, 付之於天命.
자오제지후 성인이생 일월성신 천지도수 성출문권이이정천도지상연 일동일정 일성일패 부지어천명
是敬天命, 而順天理者也. 故人成君子, 學成道德, 道則天道, 德則天德,
시경천명 이순천리자야 고인성군자 학성도덕 도즉천도 덕즉천덕
明其道, 而修其德, 故乃成君子, 至於至聖 豈不欽歎哉.
명기도 이수기덕 고내성군자 지어지성 기불흠탄재아.
오제五帝와도 같은 영웅들이 문명의 세상을 연 이후로 다양한 성인(聖人, 문,무,주공,공자와 같은 사람들)들이 태어나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움직이는 천지의 도수(度數, 법칙체계)를 문자로 적어 그것을 책으로 펴내었다. 이러한 문화적 작업을 통하여 천도(天道, 하늘의 길)의 항상 그러함(常然, 상연)이 정해지게 되었다. 한 번 움직였다가 다시 고요해지고, 한 번 융성하였다가 다시 쇠락하곤 하는 순환의 이치를 천명(天命, 하늘의 명령)에 귀속시켰다.
이것은 진실로 천명을 공경하고 천리(天理, 하늘의 이치)를 따를 수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모름지기 군자됨을 목표로 하고, 그 배움은 도덕(道德, 길과 얻음)을 이루니, 도로 말하자면 천도요, 덕으로 말해도 천덕이다. 그 도를 밝히고 그 덕을 닦아 내 몸속에 축적하여 마침내 군자의 그릇을 이루고, 지극한 성인의 경지에까지 문명의 인간이 도달하게 되었으니, 그 아니 흠탄할 문명의 성취가 아니고 무엇이리오!
又此挽近以來, 一世之人, 各自爲心, 不順天理, 不顧天命, 心常悚然, 莫知所向矣.
우차만근이래 일세지인 각자위심 불순천리 불고천명 심상송연 막지소향의
요 근래에 들어 세상사람들이 모두 각기 자기만을 위하는 자세로 마음을 삼고, 천리를 따르지 아니하고, 하늘의 명령은 내팽개쳐버리니, 그들의 마음은 항상 무언가에 캥겨 두려움으로 가득할 뿐이로다. 그들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그 삶의 방향감각을 잃고 만 것이었다.
至於庚申, 傳聞西洋之人, 以爲天主之意, 不取富貴, 攻取天下. 立其堂, 行其道. 故吾亦有其然豈其然之疑.
지어경신 전문서양지인 이위천주지의 불취부귀 공취천하 입기당 행기도 고오역유기연기기연지의
경신년(1860)에 이르러 나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해듣게 되었다. 평화롭던 동방에 나타난 서양의 사람들은 부귀를 취하지는 않지만 천하를 공격하여 취하는 것이 곧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당을 부지런히 세우고 그 하느님의 도를 행한다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 나 또한 그럴 수가 있는가, 설마 그럴리야 있겠는가 하고 의심을 품게 되었다.
不意四月, 心寒身戰, 疾不得執症, 言不得難狀之際, 有何仙語, 忽入耳中, 驚起探問, 則曰:
불의사월 심한신전 질부득집증 언부득난상지제 유하선어 홀입이중 경기탄문 즉왈
"勿懼勿恐, 世人 謂我上帝, 汝不知上帝耶?"
물구물공 세인 위아상제 여부지상제야
問其所然. 曰: "余亦無功故 生汝世間 敎人此法 勿疑勿疑."
문기소연 왈 여역무공고 생여세간 교인차법 물의물의
曰: "然則西道以敎人乎?"
왈 연즉서도이교인호
曰: "不然. 吾有靈符, 其名仙藥, 其形太極, 又形弓弓. 受我此符, 濟人疾病;
왈 불연 오유영부 기명선약 기형태극 우형궁궁 수아차부 제인질병
受我呪文, 敎人爲我, 則汝亦長生, 布德天下矣."
수아주문 교인위아 즉여역장생 포덕천하의
그해 사월 어느날 생각치도 않았는데, 갑자기 마음이 선득해지고 몸이 떨려 도무지 병이라 하기에는 그 증상을 잡을 길이 없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려 해도 도무지 그 모습을 헤아릴 길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에 무언가 신선의 말과도 같은 것이 홀연히 내 귓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 탐문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놀라지 말라! 두려워 말라! 세상 사람들이 나를 일러 상제上帝(하느님)라 이르거늘, 너는 상제를 알지 못하느냐?"
나는 도대체 나에게 나타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상제께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천지와 더불어 줄곧 살아왔다마는 나 또한 별다른 공을 이룩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내가 너를 이 세간世間에 태어나게 한 것이니 너는 이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 의심치 말라! 의심치 말라!"
그래서 내가 또 물었다: "그러하오면 서도西道로써 사람을 가르치오리이까?" 대답하시기를:
"그렇지 아니하다. 나에게는 영부(靈符, 영험스러운 부적)가 있으니, 그것을 이름하여 선약仙藥이라 하고, 그 형상은 태극과도 같고, 또 그 형상이 궁(弓)자를 연속시키는 모습과도 같다. 나에게서 이 영부를 받아 질병의 도탄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고, 나로부터 또 주문을 받아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 위심케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살도록 가르치면, 너 또한 장생長生하고, 천하에 덕을 펼치게 되리라."
吾亦感其言, 受其符, 書以呑服, 則潤身差病, 方乃知仙藥矣.
오역감기언 수기부 서이탄복 즉윤신차병 방내지선약의
到此用病, 則或有差不差. 故莫知其端, 察其所然,
도차용병 즉혹유차불차 고막지기단 찰기소연
則誠之又誠, 至爲天主者, 每每有中; 不順道德者, 一一無驗. 此非受人之誠敬耶!
즉성지우성 지위천주자 매매유중 불순도덕자 일일무험 차비수인지성경야
나 또한 상제님의 말씀에 감동을 느끼어 그 영부를 받아 종이에 써서 태워 물에 타 마시었다. 그랬더니 몸에 윤기가 들고 온갖 병증에 차도가 있었다. 이로써 나는 이것이 선약仙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확신이 선 후에 나는 이 영부를 같은 방식으로 찾아도는 사람들의 병증에 써보았다. 그랬더니 어떤 사람은 잘 낫고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차도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도무지 그 연고를 알 길이 없어 왜 그런지를 여러모로 잘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우주의 성誠의 기운이 몸에 배여 성실하고 또 성실한 자, 진실로 지극한 마음으로 하느님(天主, 천주)을 위하는 자는 영부를 쓸 때마다 백방으로 잘 낫고, 도덕을 따르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도 효험이 없었다.
나의 결론은 이러하다: 이것은 영부를 받은 사람 내면에 있는 성誠(sincerity)과 경敬(attentiveness)의 문제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是故我國惡疾滿世, 民無四時之安, 是亦傷害之數也.
시고아국악질만세 민무사시지안 시역상해지수야
西洋戰勝攻取, 無事不成, 而天下盡滅, 亦不無脣亡之歎. 輔國安民計, 將安出?
서양 전승공취 무사불성 이천하진멸 역불무순망지탄 보국안민계 장안출
지금 대세를 관망하건대 우리나라는 나쁜 질병이 사회 곳곳에 가득차서, 백성들이 사시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으니, 이 또한 상처받아 해(상해, 傷害)를 입는 운수이니라. 이에 비하면 서양은 전쟁을 일으키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취하는 운세를 타고 있으니 성공치 아니하는 일이 없다. 이런 추세로 천하가 다 멸망하게 되면(19세기 말 청나라중심의 질서가 붕괴되면), 입술이 없어지면 이빨이 시렵다는, 괵나라. 우나라의 고사와도 같은 탄식이 우리나라에도 닥치게 될 것이다. 이런 정황 속에서 나라를 바로잡고 국민을 편안케 할 수 있는 계책이 과연 어디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惜哉! 於今世人, 未知時運, 聞我斯言, 則入則心非, 出則巷議, 不順道德, 甚可畏也.
석재 어금세인 미지시운 문아사언 즉입즉심비 출즉항의 불순도덕 심가외야
賢者聞之, 其或不然, 而吾將慨歎. 世則無奈, 忘略記出, 諭以示之. 敬受此書, 欽哉訓辭.
현자문지 기혹불연 이오장개탄 세즉무내 망략기출 유이시지 경수차서 흠재훈사
안타까워라! 현금의 세상사람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니, 나로부터 이런 큰 비젼의 언설을 들으면, 집에 돌아가서는 마음속으로 긴가민가 하고, 밖에 나와서는 길거리에서 모여 쑤군대면서 도道와 덕德을 따르지 아니하니,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도다!
세상에서 현명하다 하는 사람들마저 내 말을 듣고도 자기들의 선입견에 가리어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해버리니, 내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세상 일이야 내 맘대로 할 수가 없는 일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나? 아쉬운 대로 잊기 전에 간략하게라도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적어내어 가르쳐 보이노니, 이 글을 진지한 마음으로 받아, 그 교훈의 말씀을 삼가 공경할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