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그림자 속의 자본: 파생상품과 시스템 리스크
“실물 없는 신용이 또 다른 신용을 낳을 때,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금융 시스템은 본래 단순했다.
예금이 있으면 대출이 가능했고,
신용이 있으면 이자를 받고,
돈은 실물경제를 돌게 했다.
하지만 이 단순한 구조는
욕망과 기술의 발달 앞에서 급속히 복잡해진다.
그 중심에는
**파생상품(Derivatives)**이라는 괴물이 있었다.
🧨 파생상품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
실물 자산을 직접 거래하지 않고,
그 자산의 ‘가격 변동’을 사고파는 계약이다.
예를 들어,
석유 한 드럼을 사는 대신,
"석유 가격이 오르면 내가 돈을 벌고, 내리면 당신이 번다"는
‘베팅 계약’을 사고파는 것이다.
이게 바로 선물(Futures), 옵션(Options), 스왑(Swaps), CDS(Credit Default Swap)…
우리가 뉴스에서만 얼핏 들어봤던 단어들의 정체다.
이 파생상품들은 처음엔 **위험 관리 수단(헤지)**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내,
투기와 레버리지(차입 투자)의 도구로 돌변한다.
💣 파생상품 = 신용의 신용의 신용
문제는 이 구조가
실물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원래 자산이 없어도
그 자산을 ‘가진 척’하고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다.
- 신용을 바탕으로
- 또 다른 신용을 만들고
- 그 위에 레버리지를 얹고
- 그걸 또 쪼개서
-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서로 연결된다
이 모든 구조는 ‘정상적일 땐’ 작동한다.
하지만 충격이 오면,
누가 어디서 무너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게 바로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다.
🏦 리먼브라더스와 시스템 붕괴의 예고편
2008년,
리먼브라더스라는 대형 투자은행이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다.
- “저 회사 하나가 망한다고 왜 전 세계 금융이 멈춰?”
-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거지?”
답은 간단했다.
리먼은 수천 개의 파생상품 계약의 중간 허브였고,
그게 연쇄 붕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가 전 세계 금융에 깔려 있었다.
보이지 않았을 뿐.
🕸 그림자 금융의 탄생
이런 복잡한 구조는 공식적인 은행 시스템 밖에서도 생겨났다.
이게 바로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다.
- 헤지펀드
- 사모펀드
- 증권사
- 구조화된 투자회사(SIV)
이들은 은행이 아니라서 규제도, 감독도 약했다.
그러나 이들이 굴리는 돈은
전 세계 GDP보다 많았다.
그야말로 그림자 속의 자본 권력.
🧩 시스템이 무너지는 방식
우리는 종종 "금융위기"를 큰 사건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조용히 온다.
- 갑자기 채권시장이 얼어붙고
- 보험사가 지급불능 상태가 되고
- 금리가 급등하고
- 유동성이 증발하며
- 정부가 부양책을 쓰지만
- 신용은 이미 사라진 뒤다
누군가 문을 열면, 이미 불이 나 있다.
❓ 그리고 지금은 어떤가?
지금도 파생상품은 전 세계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의 총 계약 잔액은 약 600조 달러.
(세계 GDP의 6~7배 수준)
그 중 상당수는 비공개,
정확히 누가, 얼마나, 어떤 계약을 맺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한쪽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
🚨 금융 시스템의 현재 상태
- 복잡하게 연결된 파생상품
- 투명하지 않은 그림자 금융
- 실물보다 훨씬 커진 금융 자산
- 모두가 부채로 운영되는 레버리지 구조
-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신용’ 하나에 달려 있다
📌 정리하자면:
- 파생상품은 신용의 파생물이다
- 이 구조는 한없이 확장되지만,
- 신용이 꺼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 다음 장 예고:
“이제 우리는 그 신용의 마지막 보루, ‘금리’와 ‘국가신용’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계 최대의 채권 발행국 — 미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