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세계 질서의 재건: 달러 패권의 시작
"신뢰가 무너지면, 누군가는 그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한다."
1929년 대공황은 세계 경제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 바닥에서 곧바로,
전 세계는 가장 파괴적인 전쟁을 맞이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은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었다.
신뢰와 질서가 무너진 세계가 다시 ‘힘’으로 재편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자본과 가장 많은 생산력을 가진 국가,
미국은 ‘새로운 질서의 설계자’가 된다.
🌐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탄생
전쟁이 끝나기도 전,
미국은 이미 전후 세계의 ‘경제 질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게 바로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이다.
43개국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가지를 약속했다:
“앞으로 세계는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왜 달러였을까?
간단하다.
금 보유량의 70%를 미국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파괴되지 않았고,
산업은 확장됐고,
금은 미국에 쌓여 있었다.
그래서 세계는 동의했다.
“각국의 통화는 달러에 연동하고,
달러는 금에 연동하자.”
(1온스 = 35달러, 고정)
이것이 달러 기축통화 시대의 시작이었다.
💵 달러는 단순한 화폐가 아니었다
- 그것은 세계가 공유하는 신용의 기준이 되었다.
-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를 보유해야 안정적이었다.
- 국제무역도, 에너지 거래도, 채권도 달러가 기준이 되었다.
이건 곧,
달러에 대한 믿음 = 미국에 대한 신용을 의미했다.
그리고 미국은 이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부채를 세계에 팔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미국 국채 시장의 탄생이다.
📊 미국채 = 세계 신용의 축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건
미국이 돈을 찍고,
그 돈으로 빚을 지고,
그 빚을 다른 나라가 사준다는 뜻이다.
이 시스템은 모두가 이익을 보는 듯 보였다:
- 미국: 돈을 찍어도 자산이 쌓임 (국채 판매)
- 해외: 안정적인 보유자산 확보 (달러 자산)
- 세계: 무역, 금융, 투자에서 공통의 언어 사용 (달러 시스템)
하지만 이 구조는 ‘신뢰’를 전제로 한 극도로 정교한 균형이었다.
어느 한 쪽이라도 "더 이상 이걸 믿을 수 없어"라고 하면,
모든 축이 무너지는 구조였다.
🧨 구조적 모순의 씨앗: 신뢰 없는 빚의 누적
브레튼우즈 체제는 달러를 금에 묶었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전쟁(베트남), 복지, 산업 확장에 자금을 썼고
그만큼 달러를 더 찍어냈다.
전 세계는 이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 “미국은 금보다 더 많은 달러를 발행하고 있다.”
- “이거… 진짜 바꿔줄 수 있는 건가?”
결국, 1971년 닉슨은 금 태환을 중단한다.
“이제 달러는 금과 무관하다. 그냥… 믿어라.”
그 순간부터 전 세계는 실물 없는 신용,
오직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신뢰만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에 들어섰다.
⚖️ 정리하자면:
-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세계 신용의 중심이 되었다.
- 달러는 화폐가 아니라, 글로벌 신뢰의 상징이었다.
- 미국채는 ‘무위험 자산’으로 불리며, 세계 경제의 안전판이 되었다.
- 그러나 그 기초는 실물이 아니라 정치적 신뢰였다.
- 즉, **달러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믿음의 구조물’**이었다.
📘 다음 장 예고:
“이제 시장이 신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정부는 물러서고, 규제는 줄고, 시장은 전능해진다.
그리고 그 환상 위에 만들어진 것은, 거대한 신용의 버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