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WHO 탈퇴하면 5억 명 목숨 앗아간 ‘이 바이러스’ 관리 비상”
[미국의 WHO 퇴출은 천연두 바이러스 누출과 생물무기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아르헨티나가 이달 초 WHO에서 탈퇴했고 헝가리와 러시아도 이를 검토 중이라며 “글로벌 보건 안전은 미국이 글로벌 대표성을 가질 때만 효과적”이라고 말해다. 보건 전문가들은 미국의 철수로 인해 천연두 발병시, 러시아와 미국의 방어 계획이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국가가 WHO를 떠나 새로운 발병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결정으로 한때 5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바이러스 관리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천연두는 대부분의 바이러스와 달리 숙주 밖에서도 매우 안정적이다. 이는 감염력을 오랫동안 유지하여 확산을 돕는다. 천연두에 걸리면 고열, 심한 발진, 진물이 나는 농포가 생기고 약 3분의 1은 사망하게 된다. 이 바이러스는 20세기에 들어 전쟁과 기타 전염병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1959년 때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HO는 전세계적인 백신 접종과 격리를 통해 이 치명적인 질병 박멸 운동에 나섰다. 1966년 워싱턴과 모스크바가 이에 적극 동참하기 전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해에만 이 질병으로 200만 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국제적 협력은 빛을 발해 1977년 마지막 감염 사례를 끝으로 이 치명적 재앙은 사라졌다.
WHO는 천연두 바이러스가 다시 출현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과 러시아 두 곳의 저장소에 나눠 보관케 했다. 두 저장소는 모두 최고 수준의 보호 등급인 ‘생물안전 레벨4’로 분류된 특수 실험실 내에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 저장소에 보관 중인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WHO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WHO 역할은 공개적으로 자문으로 설명되지만 허가를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또한 이 기관은 천연두 실험실의 안전 결함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한다.
보건 전문가들은 미국이 WHO에서 탈퇴하면 러시아의 천연두 저장고에 대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저장소가 위치한 애틀란타의 천연두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토마스 R 프리든 전 소장은 “러시아 연구소를 조사하려면 세계보건기구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연방정보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가 군사용 천연두 바이러스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보건 전문가들은 또한 WHO 탈퇴를 결정한 미국이 천연두 바이러스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국제적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 다트머스대 의대의 다니엘 R 루시 교수는 이번 주 미국전염병학회 블로그에 트럼프 대통령의 WHO 탈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대통령 임기 때 코로나 19 팬데믹에 WHO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고 비난하며 2020년 7월 탈퇴를 명령했다. 다행히 6개월 뒤 분리가 완료되기 전에 조지프 바이든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번복해 이를 무산시켰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몇 시간 만에 미국의 철수를 알리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일주일 뒤에는 미국 CDC에게 WHO와 모든 협력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미국의 WHO 퇴출은 천연두 바이러스 누출과 생물무기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HO의 천연두 과학 자문 패널의 일원으로 미국 저장소를 두 차례 조사한 캐나다 앨버타대의 데이비드 H 에반스 교수(바이러스학)는 미국과 WHO의 투명한 협력이 천연두 누출 위험을 억제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NAS)의 한 패널은 언제 다시 출현할지 모를 천연두 퇴치를 위한 차세대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위해 CDC와 WHO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WHO 연구는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천연두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항바이러스제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 특히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엠폭스(Mpox․천연두의 사촌 격 바이러스) 퇴치에 활용되고 있다.
1996년 WHO 회원국들은 미국과 러시아에 남아있는 천연두 바이러스 두 종을 파괴하기로 합의했다가 영구적 소멸보다는 잠재적 발병에 대비하기 위한 보존을 택했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미국의 철수로 인해 이러한 수준의 방어 계획이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더 많은 국가가 WHO를 떠나 새로운 발병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정책센터의 마이클 T 오스터홀름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아르헨티나가 이달 초 WHO에서 탈퇴했고 헝가리와 러시아도 이를 검토 중이라며 “글로벌 보건 안전은 미국이 글로벌 대표성을 가질 때만 효과적”이라고 말해다. 프리든 전 국장은 천연두 바이러스 박멸이 “의학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협력이 이뤄낸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임을 상기시키면서 “WHO가 더 효율적 기관이 돼야한다는 지적도 맞지만 필수적 기관이라는 점도 맞다”고 말했다.
출처: 코메디닷컴(https://kormedi.com/1795818/)